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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법 지키려면 승차, 운행, 하차 때 서두르지 말아야”

[이 사람] 아이들의 수호천사 영주 평은초등학교 이재도 기사

  • 입력 2015.11.01 00:00
  • 수정 2015.11.06 15:59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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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평은초등학교에는 안전학교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수호천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학교버스를 운전하는 이재도(53. 지방운전직 7급) 씨이다. 7월부터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대책을 강화한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씨의 운전업무 수행 태도는 귀감으로 알려지고 있다. 25년 째 통학버스 무사고 운전을 하는 그는 오늘도 전교생 49명(유치원 10명) 중 35명 등하교를 책임진 학교버스 운전원이다. 평은초등학교는 농촌에다 영주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역에 위치해 15명의 학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영주시내에서 평은초등학교를 스스로 찾아온 학생도 20명이 있어 오전 3번, 오후 3번 나누어 학교에 태워 줘야 한다. 매일 구불구불한 농ㆍ산촌 도로를 100㎞이상을 운행해야 하는 고된 업무이다. 

아침 7시 출근해서 30분 정도 차량을 점검한 뒤 출발하면 9시쯤 오전 운행을 마친다. 오후도 마찬가지. 그는 통학노선지도를 직접 만들어 지리와 승차학생을 파악하고 승하차 시간을 분단위로 점검해 운행한다. 김진희(52) 교장은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화를 내지 않으며 승하차 때는 운전석에서 내려 밝은 미소로 직접 맞이하며 태우는 한결 같은 기사 분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하지마라’ 소리를 하지 않는다. 잘 이해되도록 기다려 주고 설명해 주고 승하차 때는 반드시 손을 잡아태워 주고 내려 준다. 무거운 물건은 들어주고 운전석에서 내려 아이들을 태워 준 뒤 출발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상담도 한다.

학생들의 특성을 잘 살펴 승하차 때는 “오늘은 머리를 예쁘게 빗었네요”“오늘도 즐겁게 공부해요”등 학생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인사로 격려하고 존중한다. 주의력결핍증이 있는 2학년 한 어린이는 통학버스 타야할 장소에 나오지 않고 동네 개와 놀고 있기 일쑤여서 늘 찾아 다녀야 하고 심지어 숨바꼭질하듯 이 씨를 놀려대지만 친절하게 보살핀다. 이 씨의 이런 모습은 아이들에게 친근감과 공감대로 형성되고 현장 교통안전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부모나 선생님 그 이상으로 훌륭한 분으로 우리 학교의 보배이자 수호천사이다”고 극찬도 한다. 이 씨의 일과를 지켜본 이들은 “매일 쉽지 않는 일이지만 늘 학생들을 최고의 고객을 모시듯 등학교를 책임져 주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 안이든 아니든 어린이들에게 항상 존댓말로 대하고 승차시간에 늦을 경우 반드시 부모와 통화해서 상황이 파악 될 때까지 운행하지 않고 기다린다. 늦게 온 학생은 절대 뛰어와서 승차하지 않도록 하며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다음 탑승장소에 가서는 늦어진 이유를 함께 기다리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김 교장은 “통학버스로 인한 민원은 한번도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승차도우미는 “베트남에서도 이렇게 친절한 분은 본 적이 없다. 정말 학생들을 위해 좋은 분이고 함께 일하게 돼서 즐겁다”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이 씨는 “학교라는 교육집단의 조력자이기에 학생들에게 경어를 쓰고 친절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학생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등하교하도록 하는 게 운전원의 의무이다”고 겸손해 했다. 24년 무사고 운전원 직무를 수행하는 그는 세림이법과 관련해 “어린이 안전운행에는 3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일러줬다. “어린이를 빨리 태우기 위해 경적을 울리거나 다그치지 않아야 하고 자리에 앉은 걸 확인한 뒤 출발하며 내릴 때는 출입문이 열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리게 해서 안전지대에 간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매일 꾸준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안전운행과 친절을 실천하는 건 참으로 본받을 만하고 이런 분이 안전학교를 만드는데 중추적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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