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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은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명약입니다

[이 사람] 시낭송가 황인숙

  • 입력 2015.11.01 00:00
  • 수정 2015.11.05 16:17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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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하면 감성적인 목소리로 예쁘게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오히려 절제가 더 필요합니다.”
시낭송가 황인숙(49).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 이 사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부터 그녀의 시낭송이 일주일에 한 번씩 라디오 전파를 탄 까닭이다. 몇 달 사이 팬도 많이 생겼다. 방송이 끝나면 꼭 문자가 온다. ‘그냥 읽을 때는 몰랐는데 낭송으로 시를 접하니까 정말 좋다’거나 ‘마음의 위안이 되어 방송제목 그대로 편안한 쉼터가 되었다’는 문자가 제일 많다. 한 번은 어느 인터넷 카페에 시인이 남긴글을 접하고 “머리칼이 쭈뼛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방송이 하루를 시작하는 오후 5시 55분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9시 55분쯤 두 차례 나가는 까닭에 편안한 마음으로 낭송을 듣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호평 일색이라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황 씨가 시낭송을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다. 그 즈음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오후 시간이 무료해졌다. 처음에는 시작(詩作)을 공부했다. 선배들의 시를 꼼꼼하게 공부하려고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낭독의 맛을 알게 됐다. 내친 김에 시낭송 공부를 시작했다. 성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그해 북부도서관에서 주최한 시낭송 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탔다. 그때 낭송한 시가 7분 30초가 걸리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였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시를 프린트해서 집안 곳곳에 붙여놓고 외워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시를 중얼거릴 정도였다. 대회당일, 깔끔하게 외워서 낭송했다. 당시 교육청 장학관이었던 심사위원장이 수상자 발표 전에 “오늘 대회 참가자 중에7분 30초짜리의 긴 장시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운 분이 있다. 대단히 감명 깊었다.”는 평을 내놓았다.
며칠 뒤 그 장학관의 추천으로 대구광역시 교육청이 주관한 <꿈과 사랑의 시 잔치 한마당> 행사 무대에 서기도 했다. 몇 달 뒤에는 같은 시를 들고 전국 시낭송대회에 나갔다. 경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참가를 했는데 뜻밖에 여기서도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그 뒤로 시 낭송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무대에 섰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05년 달성군민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55주년 기념행사>였다. 당시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낭송했다. 낭송을 끝내고 무대 밑으로 내려오자 노병들이 다가와서 “전쟁의 아픔과 울분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건넸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시낭송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기립박수를 받은 적도 있었다. 2006년 고령 대가야 축제에서였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를 붙잡고 “시낭송을 여러 번 들었지만 오늘처럼 가슴이 ‘서릿서릿한’ 감동이 온 건 처음”이라고 고백하는 이도 있었다. “시낭송을 통해 정말 많은 걸 얻었어요. 우선 시를 깊게 읽다보니 시와 시인을 새로운 차원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경험도 했구요. 차분하게 시를 쓰는 것도 좋지만 시낭송은 금방 잡아 올린 파닥거리는 시(詩)란 물고기를 맛있게 양념해서 먹는 느낌이랄까요? 생각하면 할수록 시낭송을 잘했다 싶습니다.”


사실 황 씨는 전업주부가 되기 전 교사로 재직했다. 그런데 남편 사업장에 특정한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받고 공과대학에 편입했다. 그 당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정규 공대 4학년 졸업을 해야 시험 응모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졸업과 동시에 단번에 자격증을 땄다. 그 뒤로 남편을 도와 남편의 사무실에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는데 정말 아쉬웠죠. 그때의 아쉬움이나 후회를 모두 만회하게 해준 것이 바로 시낭송이에요. 점점 직선화되어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가슴에 시낭송은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 같은 것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방송 <내 마음의 쉼터>에 출연하면서 시를 더 열심히 읽고 있다. 좋은 시와 시인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때로는 수필과 동시, 시조도 낭송하며 지역 문인들의 작품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별히 ‘모든 이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시인이 몇 있다고 했다. 권기호, 도광의, 황인동, 변형규, 하심 시인이다. 시단에서는 유명하지만 대중에게는 낯설다면 낯선 이들이다. 또한 방송 <가요를 읊다>에도 출연하기 위해 노랫말이 예쁜 대중가요를 낭송으로 준비하고 있다. 노랫말을 아름다운 시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


“마음의 성난 파도를 잠재우지 못할 때, 이유 없이 울적할 때, 낭송보다 더 좋은 치유약이 없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만이라도 시가 주는 평화와 낭만이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흥건히 젖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d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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