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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서비스 산업 이끄는 대경경자청은 창조경제 그 자체”

[이 사람] 도건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 입력 2015.11.04 00:00
  • 수정 2015.11.05 15:18
  • 기자명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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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건우(44)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할 때만 해도 그의 이름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40대 초반에다 대륜고 졸업 이후에는 지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머리에 각인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전임 대경경자청장들이 그렇듯 그도 느닷없이 낙하산을 타고 이 자리에 착지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오른팔이다. 그가 권 시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저소득층을 계몽하는 ‘교육과 나눔’ 프로그램 자리였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권 시장이 고려대 후배들과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 후 여의도연구원에 들어갈 때는 권 시장이 상근부원장을 맡고 있었다. 도 청장은 지난해 초 권 시장이 대구시장 출마선언을 하기 전 여의도연구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비록 4월에야 사표가 수리됐지만, 그는 이미 서울을 떠나 권 시장의 핵심선거참모로 대구에서 터를 잡고 있었다. 권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인 그의 약진은 이미 예고됐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지역 토양에서 젊은 그의 청장 취임에 구설수가 빠질 리는 만무했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창 여의도연구원에서 일 잘하고 있는 도건우를 내가 빼내서 시장이 됐다. 이제 그는 백수가 됐는데, 내가 챙겨주지 않는다면 인간적으로 도리가아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은 5년 전 시작
대경경자청 올 성적표는 많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


권 시장의 솔직한 화법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했지만, 도 청장의 자리가 자리인지라 능력검증은 별개 문제였다. 그럼 취임 1년이 갓 지난 도 청장의 성적표는 어떨까. 경제학박사인 그는 취임 후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기업 설립, 중국시장 진출, 미국 조지타운 의대분교 설립 등을 이끌어냈다. 9월25일 대구지역 강소기업인 ㈜창보와 미국 텍사스주 유통물류기업 티쉐프(TECHEF)가 합작 설립한 ㈜KT&C가 투자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도 청장이 1년 전 취임 당시 지역기업과 외국기업의 합작투자기업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이래 3번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지역 강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유통망과 물류, 애프터서비스 등 한계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국 기업과 합작투자기업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7월에는 중국 금중그룹과 8월에는 미국 퍼시픽엑스오토, 9월에는 창보와 KT&C가 대구테크노폴리스 경제자유구역 1만2,341㎡ 부지에 600만 달러를 투자, 내년 상반기까지 비철금속 가공제품과 프리미엄 키친웨어, 쿡웨어 생산공장을 신축키로 MOU를 체결했다. 2020년에는 종업원 70명을 고용, 연간 2,000만 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는 유달리 중국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동쪽에 치우쳐진 경제자유구역청이지만 중국시장 개척에는 지정학적 위치가 한계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제1의 교역국가가 됐고, 한중 FTA 체결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데도 대경경자청에 중국어 홈페이지 하나 없었다. 지금은 중국어 홈페이지는 물론 중국인 마오단단(28ㆍ여)씨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했고, 중국 유학생 30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인적ㆍ물적 기반을 닦았다. 올 3월에는 중국 장수성 옌청경제기술개발구와 MOU 체결을 통해 한중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대구경북에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또 시안경제개발구가 한중러 합작단지 조성을 제안해왔다. 이제는 도시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한편 그는 세계 유수의 의대인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가 대경경자청 사업구역인 대구 수성의료지구에 분교를 설립토록 하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가톨릭 예수회가 설립한 이 대학은 오래 전부터 대구가톨릭대와 협력해왔다. 통합의학 분야의 최강자인 이 대학은 한의대와 대구약령시 등 한방 분야에다 양방인 대학병원이 골고루 분포한 대구권에 주목했다. 우리는 수성의료지구를 ‘체류형 의료관광단지’로 조성할 청사진을 갖고 있던 터에 조지타운대 의대 분교를 유치했고, 2017년이면 석사과정의 통합의학대학원이 출범할 것이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최근 대구 대명동에 통합의료센터인 ‘전인병원’을 열었고, 조지타운대 하버드대와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법이다. 지난해 전국 경제자유구역 사업평가 결과를 보면 대경경자청이 평가대상 5개 경자청 중 4위에 불과했다. 2013년 2위에서 2단계 하락한 것이다. 물론 2014년 평가는 엄밀해 말해서 도 청장의 성적표는 아니다. “지난해 1위인 인천청은 87.35점으로 우수 등급이고, 광양만권청 83.61점, 부산진해청 79.54점, 대경경자청은 75.86점으로 보통 등급, 황해청은 65.61점으로 미흡 판정을 받았다. 대경경자청은 2013년 말까지 15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부터 3억 6,870만 달러 규모를 유치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산업용지 물량의 소진, 엔저의 가속화, 3개월간의 청장 공백 등으로 투자유치 실적이 미흡했고, 사업지구도 10개에서 8개로 축소되는 등 개발사업 추진 실적도 미흡한 탓이 크다. 그래서 취임 후 서울사무소 폐쇄, 투자유치 방향 전환, 조직개편, 청사 이전 등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개발이 지연됐던 경산, 포항지구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사업평가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올 9월 대경경자청이 대구 이시아폴리스 내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로 이전한 것은 경제학자인 그의 작품이었다. 대경경자청은 3년 만에 두 번이나 이전하면서 수 억원을 이전비용으로 썼는데, 그는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건물에서 연간 9억5,000만원인 임대료를 10억원으로 5% 올리겠다고 했다. 하루 27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하는 셈이다. 고민하던 중 DTC 건물 2개 층을 임대하는데 3억3,000여 만원이면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 기존 건물 임대료의 3분의1에 불과했다. 기존 건물에 비해 한 해 6억원, 5년이면 3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전비용이 3억3,000만원 정도니까 6개월이면 월세가 빠지는 셈이다. 또 대경경자청이 경제자유구역 안에 청사를 두고 민원실도 새로 만들면서 새로운 활력
을 찾고 있다.”


도 청장에게 지난 1년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역대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장 중 최연소, 40대 처음으로 청장을 맡아 변화와 혁신에 힘썼다. 방치되다시피한 중국 자본 유치업무를 우리 청의 중요업무로 바꿔놓았고 지지부진하던 포항과 경산, 수성지구의 개발을 본궤도에 올렸다. 중국 금중그룹이 투자할 때는 기존에 50일 걸리던 공장신축 허가를 2주 만에 처리해줬고, 테크노폴리스에 현장민원실을 운영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등 민원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발상, 발빠른 행보를 통해 공직사회의 틀을 깨고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대경경자청의 미래도 궁금했다. 그는 대경경자청이 정부의 창조경제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이곳은 내륙형 지식기반형 경제자유구역이다. 항만을 끼고 있는 다른 지역처럼 중후장대한 산업이 아니라 가볍고 창의적인 지식서비스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딱 맞아떨어진다. 8개 고속도로망을 끼고 있는 대구는 1시간 이내 거리에 대구, 김해공항을 두고 포항 항만까지 배후에 두고 있다. 지역 인재와 기업들이 세계와 만나서 성공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

도 청장은 ‘대구총각’으로 2년째를 보내고 있다. 서울에 사는 가족들과는 격주에한 번 정도 만나고, 대구에 사는 부모 댁에는 틈날 때마다 찾고 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매일 저녁 모임에 쫒겨 살지만 술자리는 1차, 귀가는 밤 10시 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혹시 그와 식사를 하고 싶으면 냉면이나 국수를 추천해보시라. 마니아만의 격한 피드백이 느껴질 것이다.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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