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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따끈한 장사의 신 ‘부산어묵 장돌이’ 박재석

박재석 자갈치시장 어묵 총각 서문시장 접수하러 왔심더~

  • 입력 2015.11.01 00:00
  • 수정 2015.11.05 14:33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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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1지구와 2지구 사이에 어묵집이 하나 있다. 오전 8시부터 사람이 북적대는 대박집이다. 주변에 어묵집이 몇 개 더 있지만 유독 이집만 붐빈다. 4년 전 문을 열었다. 1년도 안돼 대구 전역에 맛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 서문시장을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어묵집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진짜배기 어묵으로 자리잡았다. 박재석(33)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호텔에서 근무했지만, 장사가 하고 싶어 직장을 뛰쳐나왔다. 처음엔 옷 장사도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경쟁력이 없었고 돈을 벌기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해도 남들과 차별화를 하기 어려웠다. 뭐든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남다른 사업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자갈치 시장에서 어묵 장사를 하고 있던 어머니가 “일손이 부족하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어머니 가게에서 처음 본 것은 어묵배송이었다. 공장에서 막 나온 뜨근뜨근한 어묵이 나오자마자 전국으로 가는 택배 차량에 실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처음 어묵을 먹어봤다. 푸석거리는 기존 어묵과는 달리 고소한 향과 쫄깃한 식감이 마치 생선살을 쪄 젤리로 만든 것같았다. “엄마 진짜 맛있네? 이건 수입이가?” “이건 밀가루가 없는 진짜 어묵이다. 이거 전부 다 택배로 전국으로 가는 기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날 먹은 어묵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묵은 부산이 원조다. 그날 어머니의 가게에서 먹어본 어묵은 남달랐다. 그날 밤 그는 결심했다. “다른 지역에서 어묵 장사를 해보자. 어묵하면 부산, 부산어묵이라면 전국 어딜 가든 반드시 먹힐거야!” 어머니에게 물어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어묵 공장을 다 찾아다녔다. 맛을 찾은 곳이 세 군데 있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어머니가 납품받는 공장이 가장 품질이 좋았다. 흔히 볼 수 있는 어묵은 생선 함량이 50%에 기름기가 많았지만, 그가 찾은 어묵 공장은 순수 생선살이 95.7%이고 고압 스팀으로 찌기 때문에 기름기가 거의 없다.

 
 



서문시장 진출하다
사업장은 대구 서문시장으로 정했다. 사전 조사를 해본 결과 그가 주메뉴로 정한 어묵은 대구에 없었다. 시장에서 하는 사업이지만 들어가는 자금도 만만찮았다. 대출을 받아 집은 월세를 얻고 점포를 선정하고 가게를 차렸다. 주위에서는 ‘어묵이 무슨 돈이 되겠냐’고 만류도 했지만, 그는 “흔한 물건이라도 월등한 품질의 차이가 있으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게를 차렸지만, 처음에는 파리만 날렸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재래시장에서 무슨 고급 어묵을 파냐’, ‘젊은 놈이 시장에서 무슨 어묵 장 파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데면데면하게 나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식코너를 만들고 직원을 고용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줬다. 어묵은 크게 자르고 일부러 기름에 튀겨 어묵냄새가 널리풍기게 했다. 매출보다 시식용이 더 많았다. 점점 힘이 빠졌다. 인건비만 간신히 건지는 수준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손님이 부쩍 늘었다. 매출도 늘었다. 박스로 사가는 것은 물론 퀵배송 오토바이가 수시로 물건을 배달했다. 6개월 만에 가게 앞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은행 대출도 다 갚았다. 연수입이 8,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처음에 비아냥거렸던 이들도 장사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장사가 잘 되자 다른 어묵집이 생겼지만, 손님들의 미각은 냉정했다. 미묘한 맛의 차이를 귀신같이 알고 그의 어묵집을 고집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 것이 ‘부산어묵장돌이’의 대박 비결입니다. 겉모양만 비슷하고 생선 함량이 적은 저렴한 어묵을 사용했으면 차별화에 실패했을 것입니다.” 장사가 잘 되자 지점문의와 도매 문의가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체인으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음식 장사의 핵심은 맛입니다. 우선은 직영점을 열어 무산어묵의 참맛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어묵장사를 오랫동안 할 수 있을테니까요.”


김민규 기자 whitekmg@d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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