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네거리에서 교보문고까지, 이 거리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음식점과 심야 커피점들이 밤새 거리를 밝힌다. 10수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저녁 10시만 넘으면 편의점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셔터를 내렸다. 신천시장 거리가 지금처럼 밤을 잊은 거리로 바뀐 것은 6~7년 전부터다. 맛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횟집, 고기집, 밥집 등 다양한 메뉴의 간판을 건 식당들이 잇따라 속속 모여들었고, 어느 순간 수성구를 대표하는 맛집 골목이 되었다. 이처럼 대박 맛집 거리로 변신한데는대구 막창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 몇몇 맛집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빡빡이’도 그런 선구자 중의 하나였다. 지금 ‘빡빡이’가 들어 선 곳은 원래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이었다. 간판이 자주 바뀌어서 그 자리에 무슨 식당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빡빡이’는 달랐다. 주인장의 빡빡 깎은 헤어스타일에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싶더니 7년째 흥행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체인을 5군데나 열었다. 본점도 공간을 2배 확장하였다. 이제 빡빡이는 대구 최고의 맛집으로 통한다. ‘빡빡이’의 빡빡이 사장님,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정육점에서 일하며 고기 배워
‘빡빡이’ 모델이자 사장인 신명철(36)씨는 원래 어머니와 형과 함께 구미에서 해물탕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형편이 좋지 않았다.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수익이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시간을 짬짬이 내어 주유소,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 부업도 했죠.”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데 식당을 운영하던 사촌 동생이 고기집을 해보라고 권했다. 한국인 음식 취향에 있어서 고기선호도는 불변하다는 것이었다. 육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명철씨는 깊은 고민 끝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은 정육점에서 고기 다루는 것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고기를 알아야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루 12시간 내내 정육점에서 고기와 살다시피 했다. 고기를 가져오고, 뼈를 발라내고, 살을 자르고, 직접 판매하는 등 모든 일을 하였다. 고기와 물아일체 경지에 이를 정도였다. 세 손가락에 동시에 물집이 생기기도 했지만 밴드만 붙인 채 계속 일했다.

3년 동안 청소, 서빙, 뒷정리 직접해
1년 후 정육점 일을 그만두고 형과 함께 대구 수성시장 네거리 근처에서 조그만 고기집을 차리기로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반대하고 나섰다. “형제가 같이 사업을 하면 다툴 것이라 반대했어요. 하지만 어머니 때문에 식당을 열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줄 곧 혼자서 고생하신 어머니였습니다. 빨리 성공해 효도를 하고 싶었죠.” 처음 3년 동안은 정말 고생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돈도 없어 서빙에 뒷정리까지 직접 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100m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한 번은 어깨가 찌르는 듯이 아파 병원에 방문했더니 어깨연골이 다 닳아있었다. 손가락에 물집이 생긴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꼭 성공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를 악물고 버틴 결과 정성이 통했는지 단골이 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구제역 사태로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매출이 줄진 않았다.

손으로 좋은 고기 척척 골라내
이전보다 자금의 여유가 생기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구미의 해물탕집과 고기집을 팔고 조금 더 상권이 발달한 신천시장 거리에 거점을 잡았다. 그리고 어머니와 형제가 함께 가게를 꾸려갔다. 본격적인 ‘빡빡이’의 성공신화가 시작됐다. 때때로 후배나 퇴직자들이 찾아와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성공의 비결은 좋은 고기를 고르는 기술이죠. 손님들은 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고기맛을 알아챕니다.” 아닌게 아니라 명철씨는 어느 새 고기의 도사가 되어있었다. 어떤 고기가 좋은 고기 인지 한 손으로 척 집어도 알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손으로 육질, 수분, 탄력 등을 판단한다. 손으로 맛을 보는 셈이다. “최상급 고기는 제 손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축산에서 고기를 가져올 때 백 마리 중 가장 좋은 고기 다섯 마리를 직접 만져보고 찾아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
다. 아무리 양념을 개발하고 불 피우는 방식을 바꾸어도 고기가 좋지 않으면 모든게 허사입니다.”

가화만사성이 ‘빡빡이’의 진짜 비결
‘빡빡이’가 대구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지만 명철씨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맛도 서비스도 계속 발전시키겠단 생각이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맛집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주방은 어머니가 지키고 서빙과 경영은 형이, 고기는 동생이 맡고 있다. 힘들 때마다 서로를 보면서 힘을 낸다. “젊어서 혼자가 되신 이후로 어머니가 식당 일 하시면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일하고 계시긴 하지만 자식들하고 같이 가게를 꾸리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하세요. 저도 형과 어머니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손님들이 식당에서 훈훈한 분위기가 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가 봅니다. 어머니, 형님과 함께 행복하게 장사하면서 대구시민들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 ‘빡빡이’가 되고 싶습니다.”

구본선 인턴기자
김광원 기자 jang750107@dghankooki.com
사진=김민규 기자 whitekmg@d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