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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로 떼돈 법시다” 과감히 “NO” 했죠

8년 만에 돼지국밥 분점 19개 낸 김용덕씨

  • 입력 2013.04.17 00:00
  • 수정 2015.08.18 11:3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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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자들이 종종 찾아와서 사업을 시작하라고 부추겨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떼돈 벌 수도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부자 돼지국밥’은 칠곡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는 몇 안 되는 대박 맛집이다. 식사시간은 물론 오후3시~4시에도 11개 테이블이 꽉 찰 정도다. 평일 500그릇, 주말에는 700그릇씩 판다. 66제곱미터(20평) 크기의 가게에서 하루 300~4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대구 경북에 분점도 19군데나 냈다. 그러나 김용덕(45)사장은 정중하게 프랜차이즈 사업은 거절했다.

 

분점 내겠다는 분들 힘든 사정 너무 많아
“분점을 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딱한 분들이 많아요. 재혼에 실패해서 빈
털터리가 된 아주머니, 다단계업체에 들어갔다가 돈 다 날린 부부 등 사연들이 정
말 다양했죠. 저도 사업 망하고 힘든 시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도저히 그분들을 상
대로 ‘장사’를 하진 못하겠더라구요.”
김 사장이 돼지국밥 집을 연 것은 2005년이었다. 그전까지 의류 도매업을 했다. 한
때 월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IMF 때 급격하
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판매가 줄고 재고가 쌓여 적자 상태에 빠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해 온 가족이 차를 타고 벌초를 가다가 중앙선을 넘어온 자
동차와 충돌해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차에
옷을 싣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의류업을 접었다. 그길로 곧장 요식업
에 뛰어들었다.
돼지국밥은 의류 도매업을 하고 있을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언젠가는 식당
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그토록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즈음 그와 같은 도매업을 하다가 사업을 접고 인테리어 일을 배우기 시
작한 친구와 “둘 중 하나라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면 형편이 못한 친구를 돕자”
고 약속했다.

전국 유명 맛집 돌아다니며 대박 국물맛 연구
밤을 새워가며 국물을 끓이고 밀양, 부산, 경주 등 유명 맛집을 돌아다녔다. 꼬박
2년을 연구한 끝에 돼지 뼈와 소뼈를 함께 넣어 끓이는 방법으로 돼지 비린내 없
이 구수한 국물을 얻었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자 같이 사업을 접었던 친구가 찾아
왔다. 그는 ‘교육비’ 받지 않고 기술을 전수해 국밥집을 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김
사장은 “분점 내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다들 그 친구 같고 이웃 같아서 가맹비니
뭐니 하면서 돈을 요구하기 싫다”고 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터득한 비법을 교육비
만 받고 전수하는 진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비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맛은 결국 기술보다 마인드가 더 중요합니다.
기술을 다 익혀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맛이 달라집니다. 2~3% 차이로 대박집과 보
통집이 갈라지니까요. 기술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기술을 과감히
공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동업자 마인드를 유난히 강조한다. 분점 주인들에게 “가게를 시작하면 본점
만큼 하거나 그 이상으로 맛을 내라”고 신신 당부한다. 그래야 ‘부자’ 간판을 걸고
있는 국밥집들이 다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8년 동안 국밥장사를 하면서 진심은 통한다는 말의 진의를 깨달았다”
면서 “돈벌이가 아니라 음식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19명의 동업자들과 함
께 늘 최고의 맛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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