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먹혔다, ‘으르렁 으르렁’ 외교

  • 입력 2014.12.15 00:00
  • 기자명 유명상 본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플러스한국’의 모토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입니다.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감동 이야기를 통해 메마른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때문에 정치 이야기는 가능한 배제하고 있습니다. 다만 독도는 예외입니다. 독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치밀한지, 독도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를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도 정책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
정부는 실패한 독도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껏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면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해왔습니다. 이른바 ‘실효적 지배론’과 ‘조용한 외교론’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독도입도시설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정부는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긁어서 부스럼 만들 필요가 있느냐가 속셈이었을 것입니다. 독도를 실제적으로 우리가 지배를 하고 있으니 시간만 지나면 우리 것이 된다는 것이 실효적 지배론이고, 일본의 분쟁화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게 조용한 외교론입니다. 20여 년 전 독도관련 기사를 처음 쓰면서 접한 정부의 이 같은 독도정책에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정부는 한결같이 이 같은 정책을 고집해온 반면 일본은 우리에 이 같은 전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국제사회에서 ‘독도 논쟁’을 주도하다시피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려 국제사회에서는 이젠 엄연히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문제전략연구소가 최근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본이 독도를 빼앗기 위해 교묘히 주도면밀하게 독도야욕을 추진해온 반면 우리 정부는 실효적 지배론과 조용한 외교론만 고집했습니다. 국민들은 그 연유도 모른 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되는 줄 알고 목소리만 높였습니다. 이는 일본의 독도분쟁화전략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죠.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계는 독도 영유권을 오로지 과거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 해석하려고 할 것입니다. 한일 양국 중 누가 더 효율적이고 원천적인 작업을 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미 결론이 난 일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사고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국제사법재판소 강제 관할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여한 박진완경북대 교수는 “한때 일부 국제법에 관한 기초적 소양이 결여된 사람들이 ‘독도에 대한 현실적 점유를 확보하고 있는 한 독도영유권은 국제법적으로 확정적인 상태’라는 믿음을 전파시킨 적이 있다”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법상의 권리에는 ‘상대성의 본질’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경쟁국가의 계속적인 항의나 대항적인 영토 주장을 묵인하거나 (승인하면) 아무리 완벽하게 성립된 영토주권도 결국은 소멸되거나 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일본의 독도 망언에 발맞추어 시위를 벌여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비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독도정책을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국제정세와 주변의 환경, 그리고 일본의 전략에 맞춰 대대적으로 손질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일본처럼 자기들이 유리한 자료만 갖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에 맞서 우리는 정확히 우리의 잘못된 부분도 시인하는 등 진실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입안에는 독도가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땅임을 공고히 한 사례의 하나인 안용복 사건을 통해 반추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안용복이 일본에 납치된 것을 계기로 한일 간 영토 문제가 부각된 이 사건에서 조선 조정은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외교전의 시작은 안용복과 박어둔이 일본에서 돌아온 해(1693)였습니다. 일본 측 외교 대변인은 다다요자에몬이었습니다. 그는 전략과 전술에 능한 인물로 쓰시마번의 입장을 대변해 어떻게든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에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애썼습니다. 조선이 일본인의 울릉도·독도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는 문서를 내리자 그는 내용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장장 2년 동안 왜관에 머물면서 잡배처럼 떼를 썼습니다. 심지어 ‘마구 욕설을 퍼붓’기도 했을 정도로 무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조선 조정은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대일 외교를 담당하고 있던 동래부사 남구만은 다다요자에몬이 이런저런 항의를 하자 ‘준엄하게 꾸짖어’ 물리쳤습니다. 만일 남구만이나 조선 조정이 일본의 떼쓰기에 밀렸다면 안용복의 노력도 무의미해졌을 것입니다.
이번에 독도 접안 시설을 포기한 사건은 ‘독도 역사’에 있어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다케시마 홍보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일본의 강경 외교가 한국에 먹힌 만큼 앞으로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으르렁거리면 ‘깨갱!’하는 게 조선?
일본의 외교 정책은 우연한 것이 아닙니다. ‘뿌리’가 있습니다. 과거 안용복 사건 때 다다요자에몬이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이유를 공부해보면 그 뿌리가 보입니다.
‘안용복 사건’이 일어나고 20년쯤 흘렀을 때, 일본 외교의 기본 정책을 밝혀 놓은 책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유학자이자 쓰시마번에서 오랫동안 관직 생활을 했던 아메노모리호슈(雨森芳州, 1668~1755)가 쓴 <교제린성>(1728)입니다. 책에서 호슈는 안용복 사건이 일본의 한국 관련 외교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용복 사건 전까지만 해도 임진왜란 등의 여파로 조선인들이 일본의 무력을 두려워했다. 그러므로 포악스럽게 으르렁거려서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조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들 알고 있었다.』
이른바 ‘울릉도 사건(안용복 사건)’ 이전에는 ‘위력과 공갈을 써서라도 이쪽(쓰시마)의 주장을 관철시켜야만 한다는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용복 사건 때는 달라졌습니다.
『7년간 교섭을 했어도 그런 일은 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쓰시마 평판에 지장이 있다는 쪽으로 형세가 변하게 되었다.』
조선 정부가 과거와 달리 울릉도·독도 영유권 문제에서 일본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던 결과였습니다. 우리는 그 덕을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안용복 사건의 결과물인 한일 외교 문서는 일본의 ‘무주지선점론’이나 ‘(독도)일본고유영토설’을 무력화 하는 결정적인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할 말은 해야 합니다. 안용복 사건 때도 조선 조정이 ‘조용히 해결’하려고만 했다면 울릉도·독도 영유권이 모호해진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으르렁거리는’ 태도도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쟁을 불사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해야 합니다. 괜한 소란으로 분쟁지역으로 비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모호한 태도로 자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 역시 분쟁지역화하는 일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관계란 다양한 부분에 걸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돈키호테처럼 나서기만 하다가는 문제만 잔뜩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민간이 나서야 합니다. 민간 운동에 관한 한 일본에서 제지할 권한이나 명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독도바르게알기운동본부와 한국일보 대구본부가 독도 바르게 알기 운동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한국민의 독도 수호 의지를 국제 사회에 천명하고, 나아가 독도가 왜 한국 땅인지를 국내외에 알리는 작업은 정부보다 민간이 나서서 펼쳐야 합니다. 일본 정부도 우리가 민간 차원에서 일본 내 양심세력과 손잡고 독도 진실 바로 알기 운동을 펼치는 것까지 제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간은 정부보다 오히려 훨씬 더 힘이 크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부가 기본적인 입장을 굳건히 견지하고 민간이 독도 역사를 알리고 독도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을 쉼 없이 펼친다면 일본 정부도 더 이상 독도 도발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명상 한국일보 대구본부장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