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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의 욕심으로 구천 헤매는 원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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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2.18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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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은 올해도 추모행사는 제각각 열렸다. 2004년 1주기 때부터 계속이다. 처음에는 희생자대책위원회와 2ㆍ18유족회로 나뉘었다가 2년 전부터는 희생자대책위와 비상대책위원회로 갈렸다.

희생자대책위 등은 '2ㆍ18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날 오전 9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어 29구의 유골을 몰래 묻은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로 진출, 안전상징조형물 앞에 참배 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려는 동화지구상가번영회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상인들은 2011년부터 3년째 저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과격한 행동은 없었지만 서로 욕설을 주고 받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같은 시간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경북대 글로벌프라자에서 따로 추모식과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때문에 대구시장은 올해도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합동으로 하면 식장을 찾아 분향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추모식에는 대구시장이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구시 담당 국장이나 과장이 대신했다. 김 시장은 10주기를 맞아 유족단체와 별도로 중앙로 현장에 마련된 추모대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대신했다.

몇 년 전 봉합되는 듯한 유족단체는 (가칭)2ㆍ18안전문화재단 출범을 둘러싼 이견으로 더 크게 갈라졌다. 이사진 구성과 윤석기 비대위원장의 상임이사 선임에 반대파가 발끈한 것이다. 희생자대책위 상임이사 임기제를 수용하는 등 충분히 보완했으므로 기존 이사 구성대로 하루빨리 출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파와 대구시는 재단설립의 목적을 달성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이사진 구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파인 비대위 측은 "희생자 186명(무연고자 6명 제외) 중 기존 이사진 구성에 반대하는 127명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재단설립 준비를 하라고 한 것이지 이사진을 자기들끼리 구성하고, 유족도 아닌 사람이 상임이사로서 사욕을 채우라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희생자들을 위해 낸 국민성금을 놓고 산 자들이 과욕을 부린다고 보기 쉽다. 이렇게 해서야 희생자들의 영령이 어떻게 영면하겠는가? 더 이상 원혼(寃魂)으로 남아 구천을 떠도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산 자들의 몫이다.

수수방관하던 대구시가 뒤늦게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시는 특정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대구시가 안전문화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 모두가 사욕을 버려야 할 때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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