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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알바로 모은 돈 귀농 종잣돈으로... 올해 목표는 결혼

“부지런해야 이뤄진다”...목표 ‘소 1천 마리’ 기업농 박차
‘축산 다양화’ 육가공⸱물류유통 등 비용절감...최고급 육질 목표

  • 입력 2024.03.05 14:53
  • 기자명 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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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태어났다. 3남매의 맏이. 어릴 때부터 줄곧 집안의 농사일을 도왔다. 대학 시절엔 농사일에 신물이 났다. 장래 희망은 ‘도시의 직장인’. 농촌을 탈출하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대학을 다닐 때 도시에 뿌리를 내리겠단 일념으로 편의점과 택배 알바에 대타 알바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농촌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도와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청도의 스물아홉 청년 농부가 된 최한(29)씨의 고백이다. 최한 씨의 소목장 경영은 가문의 영향이 크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큰아버지는 소 1,000두를 키우고 있고 작은숙부, 고모님 두 분을 합쳐 아버지 대의 남매지간 5명이 모두 청도에서 소를 키우고 있다.

#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은 4,000만원 귀농 종잣돈

귀농은 군에서 제대한 후 실행했다. 군에 있을 동안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 400만원과 대학생 시절 알바로 번 4,000만 원을 귀농 종잣돈으로 삼았다. 청년 창업농 자격으로 농협에서 약 2억 원을 저리 융자(1.5%) 받아 총 3억2,000만 원의 창업자금으로 1,000여 평의 농장을 짓고 40두의 소를 마련했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경북농민사관학교 교육과정인 친환경한우관리 교육 2년 수료에 이어 올해 말까지 예정된 친환경한우관리 마이스터 과정(2년)도 이수한다. 10년 안에 소 1천 마리를 키우면서 육가공⸱물류유통 등 ‘축산 다양화’로 생산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최고급 육질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고급육으로의 사육을 위해 축산 선진국인 외국 연수에도 빠지지 않았다. 제주도 모범 사례 시찰 등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송아지 때부터 출하할 때까지 우사의 환경이 육질 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좋은 고기는 결국 깨끗한 환경, 건강한 먹이 등 ‘우사 관리 환경’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신념으로 소를 키우고 있다.

양질의 고기 생산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소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생산 과정 전반에 꼼꼼한 손길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역할의 분담과 전문화다. 이를 위해 온 가족이 나섰다. 육질의 고급화를 위해 경남 창녕으로 시집간 둘째인 여동생은 육가공업체를 준비 중이다. 막내인 남동생은 사료⸱퇴비⸱출하 등을 담당하고 있다. 

# 떠돌이 개에 물린 송아지 결국 폐사

축산 농가들이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애쓰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격려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귀농을 시작했을 즈음 ‘소 브루셀라병’으로 12마리를 잃었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사기도 뚝 꺾였다. 최근에는 떠돌이 개가 우사에 침입해 소먹이를 빼앗아 먹는 일도 잦다. 어린 송아지를 물어뜯어 안락사를 시키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최씨는 “이러한 위험에 대한 정부 및 광역⸱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청년창업농 목장주 최한 씨의 올해 최대 목표는 결혼이다. 부모님 농장일과 학업에 열중하다가 번번한 연애 한 번 못했다. 농촌생활을 함께 할 마음씨 착한 또래의 여성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씨는 “각남⸱풍각면⸱화양읍 3곳에 거주하는 7명으로 구성된 모임 ‘PCL 청년 창업농’이 있는데, 구성원 4명이 결혼하고 3명이 미혼”이라면서 “올해 꼭 평생의 반려자를 맞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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