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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디스크 치료한 캄보디아 청년, "의사도 되고 결혼도 해요"

2019년 대구 대형 의료기관에서 무료수술 후 학업 이을 수 있었어.
한국서 배운 ‘인술과 정’,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며 살 것

  • 입력 2024.03.04 09:16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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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덕분에 결혼합니다. 감사해요, 대한민국!’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주하는 위레악(27)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펼쳐든 현수막에 담긴 문구다.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캄보디아 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한국인들이 아니었다면 결혼은커녕 의대 졸업도 못 했을 것이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캄보디아 국립 의대생이었던 위레악씨는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디스크가 터져 수액이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정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면 영구 제적당하는 교칙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위기였다.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위레악씨는 사실 의대 진학을 꿈꿀 형편도 못 됐다. 그는 한국인으로 구성된 선교단체에서 발굴한 인재였다. 12년 전 선교단체가 캄보디아 오지 마을을 찾았다가 또래보다 유달리 체구가 작고 약한 그를 만났다. 어릴 때 종양 수술을 해서 성장도 늦은데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았다. 선교단체는 유난히 높은 학구열을 보이는 위레악을 외면할 수 없어 정기적으로 후원했고, 그는 프놈펜대학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의사가 되어 한국인들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꿈과 십수 년간의 인고의 시간들이 다시 병마 앞에 좌절될 위기였다. 그때 다시 한국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선교단체로부터 사연을 접한 대구의 한 병원에서 무료 수술을 하겠다고 나섰다.

윤태경 바로본병원 이사장은 젊은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의대를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수술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201911월 위레악씨는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병원이 위치한 대구 지역 관광을 하면서 한국의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의사가 돼서 꼭 한국에서 인턴과정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위레악 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새삼 도와주었던 분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면서 수술해주신 윤태경 이사장님께 너무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윤 원장님 병원의 인턴으로 또한번 시세를 지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사람들 덕에 인술과 정을 갖춘 의사가 될 수 있었다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의사가 돼서 한국에서 받은 마음을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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