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더 이상 오염된 식수로 배앓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육인으로서 뿌듯합니다."
대구시어린이집연합회가 6일 필리핀 바탕가스 빈촌을 방문해 우물 파기 사업과 함께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교육 기자재를 증정했다. 2010년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우물 파기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래 10번째 봉사다. 이번 방문에서 총 2,300여만원의 사업비로 우물 3곳을 뚫고 정수로를 정비했으며, 학용품과 의료용품을 지원했다.
사업이 펼쳐진 곳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3시간 남짓 떨어진 바탕가스 인근 로옥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전형적인 도시 빈촌으로 대대로 식수를 길어 먹던 강이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폐수 때문에 죽음의 강이 된 지 오래다.
생수를 사 먹을 형편이 못 되는 주민들이 강물을 정화해 마시다 보니 마을 아이들 중 상당수가 만성 배탈 설사와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의 소득도 100달러 남짓으로 도심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학교에는 교과서는커녕 학용품도 없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연합회 회원 28명은 이날 미리 지원한 사업비로 만들어진 재래식 물펌프를 작동시켰다. 펌프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자 인근에서 몰려온 100여명의 주민들과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김명희(57)회원은 "재래식 펌프는 고장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식수와 생활용수를 동시에 해결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마일린(48·여)씨는 "간질을 앓고 있는 딸과 생활하는데 식수는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다"면서 "맑은 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을 대표인 레렌돌(58)씨도 "한국인들이 종종 이런저런 지원을 해주는데 오늘은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식수 문제가 해결되니 특별히 더 기쁘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7일은 마닐라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다얍 마을로 향했다. 이 마을은 도시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정착촌으로 정부에서 만들어 준 35㎡ 넓이의 콘크리트 집이 밀집되어 있다. 전기나 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데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재도 부족하다. 회원들은 산토토마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600여만원 상당의 복사기와 프린트기, LED 모니터, 현금 200만원을 기증했다. 또 대구 지역 병의원에서 후원받은 치약과 칫솔, 가정상비약도 함께 전달했다.
윤준수(58) 대구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지난해부터 어린이집별로 1년간 모은 성금을 사업비에 보태고 있는데, 올해는 액수가 1,000만원이 훌쩍 넘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봉사를 활발히 이어가 동남아에 K보육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