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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책과 함께 "하면 된다" 하면 될까?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정의로운 사회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

  • 입력 2023.12.07 09:03
  • 기자명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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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정의로운 사회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샌델 교수가 생각하는 정의가 방대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내용이 어렵기도 하고 페이지가 너무 많아 제대로 다 읽지 못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 샌델 교수가 몇 년 만에 다시 출간한 이 책은 전작보단 조금은 쉬운 주제와 예시로 베스트셀러 작가샌델의 명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해 오던 ‘공정’이라는 단어가 ‘착각’이라는 말과 합쳐져 샌델 교수가 던진 화두만으로 이 책을 읽기에 충분했다. 책을 만들 때 표지와 제목이가장 중요하다고 하던데 궁금증 유발로 인해 많은 독자들이 책을 펼쳤을 것 같다.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라니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부제목으로 능력주의가 모두에게 같은 기회, 즉 공정하게 제공 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져 다시 한 번 공정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책은 정의와 능력주의가 공존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주었다. 능력주의는 분명 역사적으로도 우리 인류의 문명 발전에 이바지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샌델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서 우리 사람들의 심리적 기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의 폭발적인 불평등 증가는 사회적 상승을 가속화시킨 게 아니라, 정반대로 상류층이 그 지위를 대물림해줄 힘만 키워주고 말았다. 

실제로 현실에서 그런 상황을 많이 보게 되어 상대적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받는 자녀들에게는 상실감에 빠트리게 된다. 이는 노력과 재능만으로 누구나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은 더 이상 사실과 맞지가 않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이 성공 전후의 심리가 굉장히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점의 흐트러진 상황과 그리고 우리 인간들이 성과를 기반으로 성공하였을 때, 계급화에 더 적극적인 계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며,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ㆍ경제적 혜택에 대해서 당연시하는 심리적 장치가 작동한다고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언급하고 있다. 

샌델 교수마저도 이러한 세상의 시스템으로 오랜 시간 자리 잡아온 능력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못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에게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성공하였으니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 것으로 오만을 느끼게 하고, 패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굴욕과 분노로 몰아가게 된다. 

나의 성공이 순전히 내 덕이라면 그들의 실패도 순전히 그들의 탓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게 된다. 만약 그 성공이 운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겸손해지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샌델 교수가 말하는 책 제목 그대로 ‘공정하다는 착각’과 그것들의 보상이 적당한 수준을 통해서 분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신념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책이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학력이 이 세상의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층이 탄생하고 있지만, 학력의 도움이 아닌 오직 자신의 능력과 참신함, 열정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마저도 그들이 누리는 것들에 대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기에는 이 세상의 분배구조는 많이 틀어져 있다. 이젠 학력지상주의가 의미가 없어질 만큼 대기업의 신입, 경력직 사원 채용 조건이나공무원 시험의 응시 요건에도 학력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렇게 학력의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현실에서는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면 된다.”가 맞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자. 그냥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마지막엔 성공을 할 수 있는가? 이 점에 있어 동의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을 것이다. 

“앞서가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인들 대다수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열심히 일만 하면 그렇게 남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가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어떤 사람은 부유하고 어떤 사람은 가난한가?” “부자가 부자인 까닭은 남보다열심히 일해서일까, 살다 보니 운이 좋아서일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적인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샌델 교수의 말이 인상에 남는 지점이다. 샌델 교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던져주는 예민한 지점의 질문들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의와 공정함, 능력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27세의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철학적 생각을 나누고 공감시키며 명강의를 펼치는 샌델 교수가 그의 아내와 함께 매일 밤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재우기 전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는데 그러한 아버지 샌델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생률이 0.78로 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부모가 아니라 자녀의 오감자극을 위해 간접경험과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수 있는 책읽기의 놀라운 힘을 알고 피곤하고 힘은 들겠지만 매일매일 10분이라도 책 읽어 줄 수 있는 부모의 모습이야 말로 지금 우리사회가 즉시 함께 실천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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