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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부터 용도까지 음식디미방은 당대 문화 그대로 보여주는 조리서”

  • 입력 2023.10.17 09:00
  • 수정 2023.10.20 10:38
  • 기자명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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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진학 한국음식디미방문화원 대표
이 사람이진학 한국음식디미방문화원 대표

“음식디미방은 가장 한국적인 맛과 멋, 건강과 이야기가 녹아 있는 조리서입니다.”

현존 최고(最古)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조리법과 저자인 정부인 장계향(1598-1680)의 연보, 사상 등을 한 데 묶은 ‘음식디미방 총람’을 출판한 이진학(56) 한국음식디미방문화원 대표가 “음식디미방은 음식의 목적과 용도를 비롯해 보관법, 조리법과 플레이팅 등 당대 음식문화 전반을 담고 있다”며 “지식 정보와 문화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때 그 가치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음식디미방은 분류체계와 나열순서로 체계가 잡혀 있고, ‘유미하니라’, ‘안주쓰거라’ 등 음식을 담는 방식과 쓰임새도 표기돼 있다”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부터 소비하는 사람까지 두루 고려한 흔적이 남아 있어 당대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육류 74종과 술 51종 등 총 4가지 음식 146종의 조리법을 담은 음식디미 방은 지난 1670년 쯤 쓰여 졌다.

 

 

이 대표와 음식디미방의 인연은 지난 2011년 3월 경북 영양군의 음식디미방 복원화사업이 시초다. 추진 당시 이 대표는 스토리텔링을 연구했고 음식디미방의 복원을 비롯해 대중화와 전문화 등도 구상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6월 홈플러스 구미점과 성서점에서 취미교양 수업으로 음식디미방 푸드스쿨을 열어 총원 53명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같은 달 전문강사 양성에도 착수해 지난 2월까지 8년간 푸드스쿨 교육생 2,800여 명, 전문강사 373명을 양성하는 등 대중화와 전문화에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음식디미방의 내용을 숙지하고 조리법을 공정별로 구분해 표준화 할 수 있었다. 그는 “대구껍질채에 들어가는 파와 버섯의 양 등은 원문에 없어 수없이 요리를 재현해 재료의 양을 설정할 수 있었다”라며 “음식디미방 이전의 고조리서에 대구 껍질을 활용한 요리가 있어 참고했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총람을 쓰기로 한 것은 올해 초,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하루 16시간에 이르는 자료분류와 조사,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끝에 지난 7월  27일 원고가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산가요록’과 ‘수운잡방’, ‘온주법’ 등 45종에 이르는 고문서에서 음식 조리법을 찾아내 음식디미방과 비교분석했고 동의보감에서는 술을 만드는 방법을 참고하기도 했다. 그는 “첫 단계로 조리법이 있는 고서를 취합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라며 “농사법 등 생활전반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잡서 중에서도 조리법을 찾아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음식디미방에는 ‘쥭대남그로’(대나무로) 등 17세기 한글 표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동안 해석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번역이 완전하지 않은 표현이 여럿 학자의 발목을 잡았다. 이 대표는 “‘잔창’이나 ‘죵현하여’ 등 표현은 학자들도 명쾌하게 해석하지 못했다”라며 “앞뒤 문맥을 보고 의미를 추론하도록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즐분즐분’(질퍽질퍽), ‘되게’(매우) 등 당시 경북 북부지역 사투리도 기록돼 있으나 안동 출신인 이 대표에게는 난제가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음식디미방과 일상을 함께 한 이 대표는 이제 음식디미방의 세계화를 그리고 있다. 이 대표는 “한식이라고 외국에 소개되는 음식 중에서도 다국적인 음식이 등장하는 등 이제는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고 보급할 때가 됐다”며 “음식디미방 전체 음식을 현대적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실습서를 발간하고 외국어로 음식디미방영상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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