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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주기가 2주마다 바뀌는 이유를 아시나요?

  • 입력 2023.10.12 09:00
  • 수정 2023.10.20 10:38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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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숲해설사김숙희 숲해설사
김숙희 숲해설사

 올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해서 그칠 듯 그칠 듯하면서도 그치지 않고 비교적 오랫동안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게 아니라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특정 지역에 쏟아 부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와서 우리나라 같은 온대지역에서도 아열대성 기후같이 비가 쏟아붓다가 그쳤다가 다시 오고, 비가 그치면 폭염이 지속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이상 기후’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아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그 원인이 단지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하기엔 간단치가 않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건 이야기’는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쓰레기 더미 같은 지구 환경을 물건의 원료 추출,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과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작가 애니 러너드는 바너드 대학에서 도시계획과 환경학을 공부했다 이후 세계 반소각로연맹, 그린피스 등에서 일하면서 20년 이상 물건과 소비, 환경의 영향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물건들의 일생을 좇아 추적했다.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려면 먼저 원재료 추출을 해야 한다. 대체로 원재료는 광물질에서 추출하는데 이러한 광물질은 대체로 아프리카 지역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

광물질은 만들어 내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많은 에너지와 물이 사용되고, 그 지역의 노동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불공정한 국제 무역 협정 때문에 에너지와 그 사용에 따른 대기 오염, 오염물질의 발생, 많은 물의 사용으로 수자원 고갈, 물의 오염, 정당하지 않은 노동 조건에 대한 비용은 외부화된 비용으로 처리되어 광물질을 생산하는 지역의 몫으로 떨어져 그 나라 국민은 힘들지만 광물질을 채취한 국가의 기업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싼값으로 물건을 양산하게 만든다. 생산과정 또한 공정한 비용을 지불하여 물건을 만드는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즌별로 입고 버리는 h&m T-셔츠를 만드는 지역의 노동자는 면화를 심기 위해 자신들의 식량을 재배하던 토지를 다국적 기업에 넘기고 봉재 공장의 노동자 신분이 되어 납기 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고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돈을 받는다. 무리한 납기 일은 산업 재해로 이어져 몸과 정신을 해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유통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물건을 여기저기로 실어 나르는데 그치지 않는다. 생산, 유통, 소비를 좌지우지하는 초국적 유통 업체는 지구 저편에서 만든 물건을 지구 이편까지 배로, 비행기로, 트럭으로 실어 나른다. 어마어마한 정보기술 시스템을 갖추고 자연자원에서부터 소매매장까지 오는 모든 경로를 컨트롤하여 이윤을 극대화 한다. 그 이전의 사회에서는 지역에서 생산해서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막강한 자본과 권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에서는 원료 추출과 생산 유통을 장악하여 계획적 구식화 전략으로 제품을 빨리 버리고 새것을 사게 만든다. 예를 들면 이전의 패션 주기는 일 년에 다섯 주기로 운영을 하였다면 다국적 기업이 세계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21세기에는 패션 주기가 24주기로 운영하고 트랜드는 2주마다 바뀐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에서는 옷을 입는게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를 입히려고 여러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소비주의는 정서적 사회적 욕구를 쇼핑으로 충족하려 하고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규정하며 내보이려고 한다. 이렇듯 모든 물건의 사용 기한을 짧게 하기 때문에 멀쩡한 물건의 폐기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소각하면 대기 오염, 매립하면 토양 오염, 물 오염, 바다에 버리면 해양 생태계 교란 이미 많은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편하고 안락한 생활 때문에 실천하기 어렵다. 우리의 생활 태도도 바꿔야 하지만 취하고-만들고-버리는 경제 모델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새 물건을 사면 새로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잡지 속의 여자는 말하지만 새로운 물건은 잠깐 동안은 기쁠지 모르지만 물건 값을 낼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공동체는 사라지고 품앗이는 상품화되었다. 어젠 다를 만드는 소비자가 되어 공정한 과정으로 생산된 물건인가를, 내가 일한 돈으로 꼭 사야 하는 것 인지 따져 보고, 생산자를 각성하게 하는 어른스러운 관점의 소비자가 되어야겠다.

‘물건 이야기’는 세계인이 소비자 자아에서 시민· 공동체 자아로 다시 활성화하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개발 도상 국가 국민에게는 배려가 필요하다.

애니 러너드, (물건 이야기)김승진 옮김, 김영사, 2017년
애니 러너드, (물건 이야기)김승진 옮김, 김영사,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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