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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규보다 맛있는 한우의 고장 군위,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마음의 고향”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배우 홍본영
아버지의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 군위 사랑 각별
“역사의 고장이자 최고의 한우 맛볼 수 있는 곳”
중국인 사업가 “와규보다 한우가 입맛에 딱 맞아”

  • 입력 2023.09.14 09:00
  • 수정 2023.10.20 10:40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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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이자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홍본영(42)씨에게 ‘대구 군위’는 마음의 고향이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으로 떠나 이후 줄곧 중국 상하이에 머물고 있지만 대구에 올 때마다 군위에 들른다. 조부모님의 산소가 그곳에 있고 아버지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땅이 당신의 옛 고향에 있는 까닭이다. 홍 씨는 “군위를 방문할 때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면서 “자주 한국에 오지는 못하지만 올 때마다 꼭 부모님과 군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홍씨의 부친은 군위에서 태어났다. 그야말로 홍씨의 할머니가 그를 가졌을 즈음 6.25가 터졌다. 의성 군위 사람들이 대구를 거쳐 청도로 피난을 갔으나 홍씨의 조부모들은 거꾸로 군위로 들어왔다. 지금은 대구 수성구에서 30분이면 닿는 곳이지만 그때만 해도 하루 꼬박 걸리는 첩첩 산중이었다. 대로로 가다간 인민군과 맞닥트릴 수도 있어서 팔공산을 넘어 고향집으로 향했다.

“그해 눈이 그렇게 많이 내렸다고 그래요. 눈 속에 터널을 뚫어서 이웃집을 왕래했을 정도로요. 전쟁 중이었지만 팔공산 자락에 안겨 조용히 지내다가 대구로 돌아오셨다고 그래요.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군위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느껴져요.”

 

“군위 전체가 ‘리틀포레스트’처럼 아늑하고 편안”

올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에서 차세대 뮤지컬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뮤지컬스타’ 파이널 라운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5월과 6월에 다시 한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바쁜 일정 가운데 짬을 내 아버지와 함께 고향을 방문했다.

군위군 우보면에 있는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를 방문했다.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지만 홍씨는 이번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촬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뉘엿하게 지고 있었다. 홍씨는 “영화 속에서 이 집이 힐링의 공간으로 등장하는데, 나에게는 군위 전체가 ‘리틀포레스트’처럼 느껴진다”면서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종종 군위를 방문했기에 일본에 생활할 때도 늘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다”고 고백했다.

홍씨는 2005년 즈음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극단 사계에 뮤지컬 연수를 받으러갔다. 연수 중 파격적으로 배우로 발탁된 이후 주연급으로 활동했다. 홍씨가 일본 활동을 시작할 그즈음 사계는 일본 내 전용극장이 9개에 연간 총 공연 횟수가 3천 회에 이르는 대형 극단이었다. 한해 일본 내 뮤지컬 전공자 3,000명이 지원을 하면 그중 60명 남짓한 이들이 ‘연구생’ 자격증을 받던 시절이었다.

일본인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였던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공연을 몇 달 앞두고 성대에 이상이 왔다. 노래는커녕 말도 안 나왔고,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수술을 받으면 공연을 포기해야 할 것이었고, 당연히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의사의 권고를 따를 수는 없었다. 두 주쯤 쉬고 나자 겨우 목소리가 돌아왔고 언제 다시 성대가 뒤집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 밤 엉엉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드는 나날이었다.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너무 힘들고 두려웠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내 고향 대구, 어린 시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군위의 ‘작은숲’이 눈앞에 아른거렸죠. 추억과 그리움을 에너지 삼아 하루하루 버텼어요.”

2014년 중국으로 진출한 뒤에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타향살이’의 설움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배우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는 자리에 섰던 만큼 기존의 배우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됐다. ‘선생님’을 왕따시키려는 배우도 있었다. 그때는 넉넉한 숲처럼 그들을 끌어안았다. 홍씨는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어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날들도 있었지만 나 때문에 한국인이 욕 먹는 것이 싫어서 꾹 참았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고 견디길 정말 잘했다 싶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한우가 입맛에 딱 맞다”고 하는 이유

홍씨는 나오인문화미디어유한회사 대표로 뮤지컬 기획과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자들도 양성하고 있다. 상하이 뮤지컬을 주도하는 유명인사로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인 사업가와 연예인들과 친분이 깊은 만큼 홍씨와 동행해 군위를 방문한 중국인들도 종종 있다. 그중에 상하이에서 부동산 개발, 쇼핑몰 및 금융 등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성화성그룹의 강걸 회장도 있다. 그는 2020년 3월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 대구를 위해 적십자사를 통해 3,600만원을 기부하는 등 대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군위를 방문하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한우 맛집’이다. 강걸 회장은 상하이에서도 알아주는 ‘한우 마니아’다. 상하이 최고 맛집은 물론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고급 소고기를 즐겼지만, 늘 생각나는 고기로 한우를 손꼽는다. 

홍씨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우의 맛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홍씨는 “군위는 팔공산을 끼고 있는 만큼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맑아 고기 맛이 좋다고 들었다”면서 “뭐라고 뭐라고 해도 직접 와서 먹어보면 그 맛의 차이를 확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위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한우가 맛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올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씨와 동행한 중국인 사업가는 “한우가 중국인의 입맛에 더 맞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업가들 중에 일본에서 와규를 맛보고 온 분이 말하기를 한 점에 삼십만 원 정도하는 와규를 맛보았는데, 식당을 나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더라”고 전했다.그는 “느끼한 맛이 없어서 한우가 좋다”고 평가했다.

홍씨는 “군위는 삼국유사가 기록되고 왕건과 김유신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역사의 고장이자 방문객들을 편안하게 하는 힐링과 치유 공간,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미식 핫플레이스다”면서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감성과 맛이 있는 만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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