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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천지 대한민국, 무궁화로 나라사랑 심고 싶어요”

2022년 그림 시작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입선
경기도 여주 ‘무궁화 체험 박물관’에 무궁화 그림 기증
청소년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 심어주고 싶어

  • 입력 2023.09.08 09:00
  • 수정 2023.09.13 09:06
  • 기자명 김광원 기자, 서민서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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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안 무궁화 화가가 손수 그린 무궁화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제안 무궁화 화가가 손수 그린 무궁화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1세까지 왕성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75세에 처음 붓을 잡은 뒤 마지막까지 화가로 활동하신 캐나다의 모지스 할머니처럼요.”

‘무궁화 화가’ 류제안(68) 작가도 뒤늦게 화가로 나섰다. 대구 교육청 학생상담봉사자회에서 20년간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과 독서치료 활동을 펼치는 등 미술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으나, 2022년 무렵 붓을 잡은 뒤로 재능이 폭발했다. 지난해 ‘UiAF 2022 울산 국제아트페어 전시회’에 참가했고, 이어‘대한민국 섬진강 예술대전’ 특별상, 청도힐링아트센터 초대전, ‘근대일본미술협회 초대전’ 일본도쿄 미술관 입선, 제11회 ‘대한민국 다향예술대전’ 문인화 특별상, 제4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입선 등의 성적을 냈다. 주변에서는 “돈도 안 되는 무궁화 그림을 왜 그리냐”면서 진지하게 ‘돈 되는 그림’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류 작가는 “우리 나라의 모든 관공서에 무궁화 그림이 걸린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돈 되는’ 예술을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무궁화 그림에 대한 애정이 깊다.

불면의 밤 무궁화 꽃피우며 작품활동 매진

무궁화를 그리기 시작한 뒤로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로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 류 작가는 “불면에 그림만한 보약이 없다”고 소탈한 웃음을 웃어 보였다. 농촌 마을을 방문해 아침부터 해가 진 뒤까지 벽화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고, 섬유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는 집안에 있는 헌 한복치마를 다 끄집어내서 그 위에 무궁화를 그렸다. 새 옷에 그리자니 실수할까 봐 차마 붓을 들 수가 없어서였다. 그렇게 무궁화를 그린 한복들은 그의 보물 1호다.

류 작가는 화가로서의 작품 활동이 탄력을 받은 비결로 ‘스승 복’을 꼽았다. 처음 무궁화를 그릴 때는 안남숙 홍익화가에게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들은 것이 무궁화 그림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는 문인화의 숨은 대가로 통하는 지봉 박경수 선생으로부터 사군자 지도를 받고 있다.

류 작가는 현재 사회각계 전문직 여성리더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펼치는 ‘희망여성포럼’ 소속으로 무궁화 애국의식 운동을 펼치고 있다. 희망여성포럼 활동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했다. 역시 무궁화와 관련된 경험이다. 이를테면,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사비로 경기도 여주에 자비로 세운 ‘무궁화 체험 박물관’에 ‘대한민국 다향예술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무궁화 작품을 기증한 일 등이다. 류 작가는 “훌륭한 박물관에 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 장인순 박사가 개관한 ‘전의마을 도서관 갤러리’에는 무궁화 작품 부채과 일본 도쿄에서 입선한 작품, 아트페어울산에 전시했던 무궁화작품을 기증했다. 이외에도 대구한의대 박물관에도 무궁화 작품을 기증했다.

주한 모로코 대사관에 무궁화 그림을 선물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2022년 샤픽 라샤디 모로코 대사가 문신자 한류문화인진흥재단 이사장 겸 모로코협회 고문과 성점화 모로코협회 회장을 대사관에 초대한 것이 계기였다. 문 이사장이 류 작가의 무궁화 그림을 대사관에 선물했다. 당시 모로코 관저에는 대사의 지시로 무궁화 세 그루가 심겨 있었는데, 이에 대한 화답 차원이었다.

일본인들 “가는 곳마다 사쿠라 천지” 어리둥절

벽화를 그리고 무궁화를 기증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오랫동안 독서치료와 상담활동을 해온 까닭에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관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애국가 가사도 끝까지 부르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무궁화를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꽃피워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류 작가는 무궁화 창작 활동이 충분히 그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 증거는 자기 자신이다. 무궁화를 그리면서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부쩍 커졌다. 때로 중학생처럼 격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격렬한 의분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분이 그래요. 일본에서 친구나 지인이 한국에 오면 나라꽃이라는 무궁화는 찾아볼 수가 없고 가는 곳마다 사쿠라(벚꽃)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의아해한다고요. 사쿠라를 이렇게 사랑하면서 일본은 왜 싫어하냐고 물어와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그래요. 아이러니한 일이죠.”

류 작가는 “거리마다 무궁화를 심는 건 힘들겠지만 관공서라도 정원나무에 무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특히 학교 운동장 정원에는 무궁화 나무를 심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나라꽃을 보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이 무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일제가 ‘무궁화에는 벌레가 많이 꼬인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는데, 그게 아직도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우리가 나라꽃에 얼마나 무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무궁화는 전세계에 400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 200여종이 있는데, 대구수목원에 70여종이 심겨 있어요. 우리 가까이에 있는 무궁화부터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이 ‘나라사랑’이라는 큰 담론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산국제아트페어에 전시했던 작품 사진.
울산국제아트페어에 전시했던 작품 사진.
한국콜마의 무궁화체험박물관에 기증한 다향예술전 특별상 작품.
한국콜마의 무궁화체험박물관에 기증한 다향예술전 특별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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