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위대한 소설가라면 당연코 톨스토이를 꼽는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과 같은 작품들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과 같은 단편도 발표했다. 그의 단편 「세 가지 질문」에서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그리고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겪어온 세월이 있으므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답은 있지 않을까.
「봉사와 앉은뱅이」라는 옛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늘 함께였는데 봉사는 앉은뱅이를 업고 다녔고, 앉은뱅이는 길 안내를 맡았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앉은뱅이가 황금 덩어리를 발견했다. 둘은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로가 서로에게 황금 덩어리를 양보했다. 봉사는 앉은뱅이가 황금을 발견했으니 황금은 앉은뱅이의 것이라고 했고, 앉은뱅이는 봉사가 자신을 업어서 여기까지 데려와 주었으니 봉사의 것이라고 했다. 서로 다투다가 둘은 황금 덩어리는 그냥 그 자리에 놔두고 자신들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에게 황금 덩어리를 주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배추 장사를 만났다. 배추 장사는 그날 한 포기도 팔지 못해 힘든 하루를 보내던 터였다. 두 사람은 배추 장사에게 황금 덩어리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배추 장사는 얼씨구나 하고 그 장소에 갔더니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배추 장사는 화가 나서 뱀을 두 동강을 내 버렸고, 돌아와서 두 사람에게 놀리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을 들은 둘은 의아해하며 다시 그 장소를 찾았고, 거기에는 황금 두 덩어리가 있었다. 둘은 부자가 되었고 더욱 의지하며 잘 살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가장 가난한 두 사람이 자신들보다도 더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자 해서 복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봉사와 앉은뱅이라니. 두 사람의 처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살짝 돌려서 보자. 두 사람은 몸은 불편했지만, 최고의 친구를 둔 사람들이었다. 눈이 먼 친구가 걸을 수 없는 친구를 업어서 둘의 몸이 하나가 되었다. 비록 둘이 처한 현실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였으나 두 사람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신의,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 말이다. 봉사는 길눈을 맡았던 앉은뱅이를 전적으로 믿었으며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앉은뱅이는 봉사를 가장 적절한 길로 안내했다. 사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바깥세상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으며, 걸을 수 없다면 길을 나선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둘은 서로를 도와 길을 나섰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울타리 밖으로 서로를 믿고 나선 것이다.
만약 앉은뱅이가 봉사의 믿음을 저버리고 황금 덩어리를 가져갔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는 당장에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를 잃었음이 틀림없다. 순간 부(富)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봉사처럼 그가 믿고 업힐만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서로 그를 업겠다고 해 놓고서는 어딘가에 그를 버려버리고는 황금을 다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봉사의 입장에서도 황금 덩어리를 가지고 가서 부자는 될 수 있었겠지만, 눈먼 그를 진심으로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닐 사람이 있었을까? 황금 덩어리를 부여안고 더 깊은 암흑 속에 살았을 것이 뻔한 일이다.
언젠가 읽은 신문에서는 가족 간 민사소송이 하루 7건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변에 금전 관계로 형제간에 혹은 부모와 자식 간에 친구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것을 본다. 돈 문제로 마음이 상하고 사람을 잃어버리고 평생 원망하며 살아야 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 이제 답을 해야 할 차례다.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며,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그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래가 쉽게 따라 불리는 것을 보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야 할 일이다. 세 가지 대답을 잘 실천하면 황금 덩어리가 턱! 하니 눈앞에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