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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마음을 함께 챙기는 ‘마음 챙김’ 독서 모임입니다”

독서모임 ‘마음챙김’

  • 입력 2023.09.05 09:00
  • 수정 2023.09.08 11:5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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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독서 모임은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의 독서 모임이다. 우연한 기회에 책 이야기가 나와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되었는데, 처음 6명으로 시작하다 이제는 12명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가 지금은 한 달 동안 지정해 책을 읽은 후 토론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모임명 ‘마음 챙김’은 ‘마음 챙김 미술관’이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다 모임명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마음 챙김 미술관’은 다양한 미술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을 접목해 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 순간 촉촉한 감성에 빠져들게 되는데 편안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회원 중 한 명은 이 책을 읽으면 ‘머리로는 지식이 풍부해지고 마음으로는 챙김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책을 항상 가까운 곳에 두고 반복해 읽는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해 늘 사랑을 실천하는 원장들이지만 때로는 아이 같은 감수성으로 마음 챙김을 받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마음 챙김’ 독서 모임은 서로를 챙기는 중요한 모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음은 서로를 챙기는 순간에 스스로도 챙기게 되는 것이다.

한 원장님은 ‘어린이집 교직원들도 책을 나눠 읽게 되었다며 책 읽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원장님은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어 좋아하는 책만 읽는 편식을 없애게 되었다’며 책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고 말한다.

‘마음 챙김’ 회원들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이 되면 퇴근 후 책을 들고 나서는데 인문, 고전, 육아 등 다양한 책을 토론한다고 한다. 북카페, 독서 기행, 문화탐방 등 책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정은숙 남산화성어린이집 원장
정은숙 남산화성어린이집 원장

아이 키우기가 아닌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육아

 

‘본질육아’는 존스홉킨슨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가 알려주는 육아원칙이 담긴 육아 및 부모교육의 기본서이다. 저자는 먼저 부모가 바로 서야 아이가 바로 선다. 그러므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육아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는 현실 육아로 지치고,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걱정에 사로잡히기 쉬운 육아초보 부모들에게 쉬운 육아, 즉 “어깨에 힘을 빼고 기본만 잘해도 아이는 잘 큰다”는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 또한 불안한 육아 초보 엄마들에게 평안과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이 키우기가 힘든 우리나라 육아 문화를 비판하며, 우리가 함께 바꿔 나가자고 외친다.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부모로,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제안한다.

이 책에서는 육아의 종착지는 ‘자립’이며 자녀들을 주도적이고 주최적인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양육에 주안점을 둘 것을 제안한다. 또한 부모들은 삶의 본질을 자녀들에게 꼭 가르쳐야 하며 그 핵심인 ‘잠재력, 사랑과 보호, 가치, 마음자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양육방식을 소개한다. 밥짓기 요법, 20초 허그 요법, 호두까기 요법 등은 구체적인 육아실천법과 예시 들이다. 육아는 짐만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한 청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아이를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거다’라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부모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전하며, 부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맘껏 사랑 주기 육아법을 실천하길 호소한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세상은 참 살만해!’라며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는 아이로 성장시키고, 행복한 부모로 살아가게 하는 이 세상의 부모들과 양육자들을 끊임없이 응원한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의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저자의 본질 육아 로드를 따라가며 더욱 단단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육아 지침과 부모교육이야 말로 21C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과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일 테다. 주도적 놀이를 준비하느라 바쁜 어린이집 일상과 부모님들의 행복한 육아의 수고가 내일도 즐겁게 이어 질거라 믿으며 본질 육아를 권해 본다.

 

백은숙 동그라미 어린이집 원장
백은숙 동그라미 어린이집 원장

 

샛노란 머리칼의 열일곱 소녀를 통해 알게 된 ‘진짜 아버지’

‘해방일지’라는  드라마  때문이었을까? 트렌디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골랐다. 책의 첫 문장 “아버지가 죽었다”고 시작하는 간략하지만 임팩트 있는 서두는 나를 단숨에 책‘속으로 밀어 넣었다. 해방일지는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이전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들어본 적 있는 ‘빨치산’이란 말은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해방과 함께 남북은 나눠지고 5년 뒤 다시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한국전쟁과 함께 내륙 전쟁이 벌어진 빨치산 전투에서 아버지는 빨갱이가 된다. 그 후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살게 된다. 전쟁은 끝났지만 빨갱이 낙인은 아버지의 인생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 모든 사람들에게 연좌제처럼 따라다닌다. 연좌제에 묻혀 술로 허송 세월을 보내는 작은아버지와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미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 돈 한번 벌어본 적 없는, 가장다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가 죽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온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소학교 동창이자 시계방을 운영하였던 아버지의 친구 박 선생, 아들이 없는 아버지에게 진정한 아들이 되어준 친구 아들인 학수, 아버지의 담배 친구이자 샛노란 머리칼을 가진 열일곱 살의 소녀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하고 외면했던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딸과 동시에 주인공인 작가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렇게 떠올리며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와 화해를 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주인공은 덤덤히 아버지를 받아들인다. 딸은 아버지를 떠나, 고향을 떠나 혼자 살고 싶어 했다. 그런 모든 차별과 속박, 비난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다. 아버지가 없는 삶을 통해 살아보고자 했던 딸은 빈소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의 실체를 받아들인다. 아버지는 인정 많고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빨치산의 비애를 느끼게 되었다. 작가는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 놓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뭉클했다.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에 비하면 빨치산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념이 국가를 대변한다 할지라도 인권은 세계적인 추세일 것이다. 그보다 앞서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념과 국가를 초월한다 할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동안 더 많은 것을 공유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덮는다.

이념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과 같다. 거세게 몰아붙일 때는 그야말로 갈대밭을 덮치는 화염과 다르지 않다. 화염이 지난 자리는 폐허가 된 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갈대를 키운 땅은 결코 죽지 않는다. 불탄 자리에 새순이 돋고 서서히 옛 모습을 회복한다. 가족과 가족애, 인간과 인간에 대한 예의는 불에 타지 않는 땅과 같다. 어떤 불길에도 꿋꿋이 버티다가 화염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인류가 잦은 열병에도 지금의 번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박경민 대봉 리비테르어린이집 원장
박경민 대봉 리비테르어린이집 원장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푸른 별 지구’ 이야기

김남희 수필집 ‘푸른 별 지구’는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이야기이지만 특히 나와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반백 살이 넘은 나이에 귀촌을 꿈꾸며 막연하게 농촌살이를 동경하던 나에게 시골의 사계를 생생하게 그려주며 비슷한 나이로 한 집안의 딸에서 엄마로 며느리로의 삶을 살며 발 동동 애태우며 평생 유아교육에 몸담고 소명을 다해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작가와 나는 무척이나 닮아있는 ‘푸른 별 지구’는 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 ‘고독’.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이야기. 그리고 응원의 힘을 가득 실은 위로가 담긴 수필로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딸보다 며느리로 더 오래 살면서 꽃으로 피어나 씨앗처럼 단단한 삶을 살아온 시어머니와의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람이 땅을 보호하는 한 땅은 사람을 지켜준다며 흙을 무시하면 파멸”이라던 흙과 더불어 전하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언니의 고결한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바탕으로 30년이 지나고도 변한 것 같지 않은 삼손 같은 남편과 ’빨대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알콩달콩 비현실 같은 현실 부부의 사랑 이야기와 너무 일찍 철이 든 잘 자라 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영수증이 사람의 마음을 대변할 수 없음에도 매달 지출 증빙 영수증을 붙이며 현타가 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어 행복한 이야기.

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상처받고 억울한 일.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 번쯤 바로잡고 싶은 일도 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 절절한 고독감마저도 ’든든한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에 위로가 되는 삶이 참 행복하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푸른 별 지구‘에는 가득하다.

하지만 지인의 승진 축하 화환을 주문하기 위해 단골 꽃집에 주문 전화를 했다가 친절하시던 사장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는 화환은 위로가 필요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위해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시작임이 틀림없고 이런 덕질이 잠시 스쳐가는 바람일 수 있겠지만 함께하는 동안 깊은 몰입 속에 베프 같은 애정을 쏟고 싶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평생 한 곳만 바라보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멍석을 깔아줘도 놀 줄 모르는 나에게 이 순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푸른 별 지구‘는 우리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인 양 소통할 수 있어 읽기에 편하고 사랑을 시작으로 고독, 행복, 위로로 이어지는 중심에는 늘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랑이 함께하기에 온통 사랑이야기로 해석해도 좋을 만큼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힘이 되는 이야기이다.

푸른 별 지구인에게 힘이 될 수필, 창백한 푸른 점 하나 지구를 응원하는 ‘푸른 별 지구’를 지금 사랑하고 있지만 고독한 사람, 행복을 꿈꾸며 위로가 필요한 어설프게 착한 상처받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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