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벌써 14년, 갓 쪄낸 따끈따끈한 ‘지식’을 주변과 나눠요

생태인문독서모임 ‘시루떡’

  • 입력 2023.09.05 09:00
  • 수정 2023.09.08 11:4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경사가 있거나 인사를 할 때 시루떡을 돌렸다. 생태인문독서모임 ‘시루떡’은 떡이 아니라 지식을 돌리는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모여 ‘떡’을 찐 후 주변에 골고루 나누어주는 작업을 십 수 년째 해오고 있다.

 2010년 김정화 전 수성대 교수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해 매년 20권에 가까운 책을 읽고 토론을 했으며 그 결과물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기도 했다. 5권 내외의 단행본을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5년여 전부터 ‘독서’를 주제로 전국의 유명한 독립서점 등을 탐방하고 있다.


김정화 전 수성대 교수

 

60년 전, 한 여인의 지구를 살리고자 한 열망

저는 ‘침묵의 봄’을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 번 읽었습니다. ‘생태’ 방면을 처음 공부할 때 ‘침묵의 봄’만은 필독해야 한다고 하여 공부하듯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고, 독서 발표를 해보고 싶어서 읽었으며, 은신하며 며칠 푹 쉴 때 읽은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글을 쓰기 위하여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마음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저로서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일어나는 느낌이 다를 법도 한데, 한결같았습니다. 글 중에 중요하다 싶어 밑줄 친 부분도 거의 같았고, 글을 읽으며 일어나는 감정의 흐름이나 빛깔도 매번 거의 같았습니다.

아무튼 저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용감하셨습니다. 수많은 비난과 저지에도 불구하고 살충제의 과용으로 인한 생명파괴를 세상에 알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켰습니다. 안다고 모두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모두가 외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56세라는 많지도 않은 나이에 타계한 그녀는 강하지도 않은 몸으로 남들이 낼 수도 없는 용기를 내었던 겁니다. 그녀는 평생 동안 개척하고 용기를 내었다고 봅니다.

레이첼 카슨은 글에 객관적인 진실성을 담아주셨습니다. 믿음이 가는 글을 썼던 겁니다.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한 바를 정확하고도 자세하게 성심을 다하여 만인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살충제가 어떠한 화학적 존재인지, 어떻게 생명에 지장을 주는지, 생명들의 연결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궁극적으로 지구의 모든 생명은 어떠한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차분하고도 면밀하게 일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 카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연구조사하면서 박학한 그의 지식을 아낌없이 이 책에 펼쳐주셨습니다. 이 책은 그녀가 타계하기 2년 전, 그녀의 학문이 거의 완벽하게 무르익었을 때 썼던 겁니다. 이 책에서 그녀의 학문 경로가 엿보였습니다. 그녀는 궁금했던 분야를 두루두루 공부했었고 결과물을 도출 했었고, 바야흐로 이 ‘침묵의 봄’이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이 ‘침묵의 봄’은 그녀 내면의 결정체라고 보아집니다.

카슨은 그녀의 풍부한 감성과 아름다운 필력으로 심각한 지구현상을 구사하셨습니다. 이 책은 생물학 이론을 객관성있게 조근조근 써내려갔기 때문에 무척 심각하고 딱딱할 수 있고 긴장감이 넘칠 수도 있으련만 자상한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어 내려갔습니다. 읽는 곳곳마다 심각한 걱정거리를 설득력 있게 툭툭 던져주면서도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고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끌림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긍적적인 비전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레이첼 카슨은 이 지구를 건강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단순한 주장만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구를 살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침묵의 봄’에서 는 죽어가는 지구가 아닌, 인간의 힘으로 하나하나 살려낼 수 있는 비전을 주셨습니다. 이 비전은 곧 우리의 시대적 과제라고 봅니다.

 이 책은 근 60여년 전에 지구생존의 길을 열어 주셨지만 과연 우리는 어느 만큼 노력했는가, 라는 자성을 하게 합니다. 레이첼 카슨은 지구 생명 존속의 원리와 진실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길을 생명력 넘치게 가꾸어야겠습니다. 저의 생명에너지가 시들해질 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 힘을 챙기겠습니다.

 

김석주 연세숲속요양원 이사장

이어령의 일갈 “인문학은 악세사리가 아니라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과 삶, 고통,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과학, 영성에 관해 이 

야기한다. 88올림픽 개막식에서 작은 죽음과 직면했던 6세 꼬마 이어령이 우주와 지구, 과거와 현재, 나와 타자인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며 굴렁쇠를 굴렸던 것처럼, 니체의 초인처럼, 필록테테스의 아폴론의 신궁처럼, 있나 없나 까꿍놀이 하듯 경이와 아픔의 언어로 충만하다.

“난 친구 한 명 없는 실패한 인생이야. 평생을 외로웠어.”

니체나 보들레르가 상처로 미쳐가면서 놀라운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선생의 이 외로움은 당신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문제적 인간으로 남게 했다. 절벽 같은 고난 앞에서 포지티브로 간 초인의 ‘보석처럼 깍아낸 눈물 한 방울’, 늘 세상에 저항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자유인(Thinklng Man)’으로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는 앞으로 살아낼 일이 많은 남겨진 후대들에게 묻는다.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그리고는 답한다. “자기 집 목장에 없는 쓴 열매라도 따온 탕자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서른여덟 살 앙드레 지드가 쓴 ‘탕자 돌아오다’의 탕자는 선생의 분신인 반쪽 날개로 비상을 꿈꾸는 알바트로스같은 예술가요, 이상의 시요, 괴테의 문학일 것이다.

“난 큰 질문이 아닌 작은 질문을 좋아해.”

선생은 죽음을 친구나 고향마을의 골목길, 그리고 밥 먹자고 부르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음성으로 설명한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놀았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시는 엄마의 품!

하지만 모든 인간들이 무심히 덮어두고 또 망각하는 것,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더욱이 현대는 ‘죽음이 죽어버린’ 시대다. 2년여 간의 코로나 펜데믹은 오만한 인간들이 죽음을 엄중히 기억하는(메멘토 모리) 자기반성의 기회로 설명한다. 1993년에 개교한 한국종합예술학교는 선생이 문화부장관 마지막 국무회의 5분 발언을 통하여 이 나라의 젊은 예술 천재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설립됐다.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five minute kids’라는 별칭이 붙었다. 장관 재직 시 최고의 업적은 고속도로 노견을 ‘갓길’로 바꾼 것이라 자랑하면서도 끊임없이 ‘남의 신념대로 살지 마라’ ‘방황하라‘ ’길잃은 양이 돼라’ ‘쫄지마라’고 일갈한 고독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셨다. 한국 예술의 성지를 탄생케 한 그 5분은 세속적인 편견과 미련한 산업화 시간들의 콘크리트벽을 통과해 21세기 예술문화 선진국과 맞닿은 눈부신 ‘천사의 시간’이었다.

일찍이 4차산업 시대와 디지로그를 강조한 선생은 기독교 개종을 넘어 평생의 글쓰기가 그의 참된 종교였고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 탄생과 삶의 거의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닌 타자들의 온전한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2022년 2월26일 선생은 당신이 받은 헤아릴 수 없는 선물에 감사하며, 이 세상의 남겨진 모든 것들을 아름다워하시며, 오셨던 원래의 거기로 돌아가셨다. 오래전에 떠나온 어머니가 저녁밥 지어놓고 기다리시는 그 푸근한 곳으로. ‘과학하는 사람, 정치하는 사람, 경제하는 사람이 인문학을 알아야 해. 교양으로 인문학 하라는 게 아니야. 인문학은 악세사리가 아니라네.’ 지금처럼 막막하고 답답한 시대에 선생의 이 일갈은 도둑처럼 올 구원의 빛처럼 눈부시다.

 

천봉희 숲해설사
천봉희 숲해설사

봄 가을 날씨는 비슷한데 왜 가을에만 단풍이 들까요?

베란다 식물학은 저자가 농촌 여성 신문에 ‘식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주 한주 게재했던 집주변이나 우리집 베란다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식물에 대비해 식물의 생리와 생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화초를 창가에 두면 왜 햇빛 쪽으로 향할까? 봄(4월)이나 가을(11월)에 같은 기온인데도 봄에는 단픙이 들지 않는데, 가을이 되면 왜 단풍이 드는 걸까? 삼복더위에도 나무 그늘 아래는 왜 시원할까? 담쟁이덩굴이 낙엽이 되어 잎은 다 떨어져도 잎자루는 왜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까? 추운 겨울에도 어떻게 나뭇잎이 얼지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나무의 잎들은 한 해에 두 번 새잎을 만든단다. 봄에 돋아나는 새순은 애벌레가 갉아 먹어도 나무는 새순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되지만 가을에 병충해를 입으면 시간적으로 새잎을 만들어낼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이듬해 피는 꽃과 맺는 열매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나는 아이들과 숲에서 자연과 노는 사람이다. 처음 유아숲지도사 과정을 마치고 현장으로 나갔을 때 막막하고 답답한 것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식물의 생리를 조금은 알고 꽃과 나무를 살펴보니 꽃의 생김새와 색, 피는 시기와의 상관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왜 꽃이 안 피는지, 잎이 왜 마르는지 줄기가 왜 한쪽으로만 뻗어나가는지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나처럼 숲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식물을 키우는 초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베란다에서 작은 식물들을 키우는 사람이나 식물 생리나 생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입문 과정으로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식물을 관찰하는 눈도 기를 수 있고,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고, 식물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평소에 식물에 관심은 있었지만 관찰은 하지 않고 단순히 예쁘게 피어난 꽃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름만을 알아가기에 급급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화분의 방향도 이리저리 옮겨보고 가지도 쳐보면서 화분 관리를 하게 되었다.

꽃도 많이 피는 것 같고, 잎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듯하여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 책이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