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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는 과거 상황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장면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는 형태였다. (…)
약사가 무장 강도를 총으로 쏘아죽인 내용으로 (…)
기사는 8년 전 약사가 처음 겪은 무장 강도의 상황으로 회귀하면서 시작한다

  • 입력 2023.08.28 09: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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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재구성 리드 : 극적 장면의 재현

미국 피처스토리의 리드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과거 상황의 재구성으로 시작되는 기사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기사는 과거 상황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장면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는 형태였다. 국내 신문도 이런 도입을 자주 사용하는데, 주로 대형 사고기사에서 ‘사고 직전 상황의 재구성’으로 리드를 구성하는 경우다. 미국 피처스토리는 범죄가 개입된 기사의 리드가 주로 이렇게 구성됐다.

‘범죄 현장: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 약사, 무장 강도라는 ‘현실’ 과 맞닥뜨리다’는 약사가 무장 강도를 총으로 쏘아죽인 내용으로, 평범한 마을의 미국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위험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약사는 8년 전에도 그와 비슷한 무장 강도를 경험했으며, 그 로 인해 총을 준비하게 된다. 기사는 8년 전 약사가 처음겪은 무장 강도의 상황으로 회귀하면서 시작된다.

“모두 땅에 엎드려! 움직이면 머리를 날려버리겠어!” 총을 든 한 남자가 소리 질렀다.

순식간이었다. 데니스 그렐과 동료 직원은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먼지투성이의 검은색 타일 바닥의 찬 기운이 얼굴에 바로 느껴졌다. 총구는 그렐의 머리 뒤를 겨누고 있었다.

“이봐 아저씨들, 우리 제발 신사답게 끝내자고. 나도 당신을 쏘고 싶진 않아.”

또 다른 강도가 위협했다. 정말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타일에 반사된 작은 빛들이 아롱거렸다. 무력감에 빠진 채, 온 몸은 무뎌져갔다.

위와 비슷한 예는 ‘데보라의 선택’에서도 발견된다. 세 명의 딸을 가진 극빈자 데보라는 네 번째 아이를 낙태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때마침 나타난 낙태 반대론자의 총격을 피해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그로 인한 공포와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결국 낙태 대신 딸을 낳았지만 장애아였다. 원하지 않았던 장애아 딸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데보라의 인생 모순이 기사의 주제다. 이 기사는 바로 그 사건에 대한 데보라의 회상구조 (flashback)로 시작한다.

데보라 게인즈는 아직도, 그의 모습을, 검은 곱슬 머리칼이 드리운 얼굴과 짙은 눈썹을 본다. 그는 모순된 존재다. 사악하면서도 자비롭다. 살인자이지만 구원자이기도 하다. 낙태 시술 병원에 총을 들고 나타난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그녀는 그 병원에서 도망쳐 나오던 I2월의 추운 아침을 기억한다. 그는 반자동 소총을 난사하며 환자인 그녀를 뒤쫓고 있다. 총탄이 그녀의 주위에 빗발 치고 그녀가 열고 도망가려 하는 철문에도 쏟아진다. 달아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잡아당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다. 그는 그녀로부터 고작 3피트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를 향해 총을 쏜다. 총탄이 검은 철문에 부딪치며 ‘팅팅’ 소리를 낸다.

“젠장,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녀는 듣는다.

그녀는 계속해 철문을 잡아채며 열어젖히려 하고 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녀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아났지만 그것은 뱃속에 있던 7주된 태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달리고 또 달린다. 울타리를 타넘다가 등 쪽으로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다시 일어선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두 발로 달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 검은 머리의 남자가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길 건너편 아파트 건물에 들어서서 모든 집의 초인종을 미친 듯이 누르며 도움을 청할 때까지 도망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그녀가 도망쳐 나온, 보스턴 교외 브루클린의 ‘프리텀 헬스 서비스 병원’의 바닥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존 살비 3세라는 이름의 열렬한 낙태 반대론자가 병원 직원 3명을 총으로 쏘아, 그 중 한 명인 접수창구 직원 리 앤 니콜스는 사망했다.

그날 그곳에서 운명이 뒤바뀌었다. 한 죽음을 대가로, 축복받지는 못했으나 훗날 비비안 게인즈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아이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데보라 게인즈는 1994년 12월 30일을 마치 한 시간 전의 일처럼 기억한다. 그녀는 벌꿀 빛깔의 뺨을 가진 딸을 바라볼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 지금은 매우 사랑하지만 당시에는 양육비를 마련하지 못해 낙태하려 했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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