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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 오붓이
우애도 마음의 양식도 ‘쑥쑥’

11기 동기회 문화 월례회 ‘범죄도시3’ 관람

  • 입력 2023.08.23 09:00
  • 수정 2023.12.30 11:04
  • 기자명 김봉규 시민기자,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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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11기 동기회(회장 김흥규)는 6월 월례 모임으로 12일 저녁 대구 만경관에서 영화 ‘범죄도시 3’을 단체 관람했다. 일반적인 식사를 겸한 회의 모임 형식에서 벗어나 문화 활동·공유 형식으로 열린 이날 모임에는 회원 시민기자 50명이 함께했다.

영화 관람 후 회원들은 대부분 영화 내용은 물론 모임 형식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 시절, 수업 부담을 덜고 학교 담장 넘어 자유의 시간을 보장 받는 시간이었죠. 이번행사도 동기 40~50명이 모여 영화를 보니 학창시절 문화교실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몰론 영화도 재미있었구요.“

“조금은 색다른 경험과 시간을 통해 모임이 더욱 돈독해지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만큼 공감하고 공유하기 좋은 문화 장르가 있을까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즐기고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화 모임 자리를 더 자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마동석 팬이에요. 근육 덩이 돌주먹의 순정파,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정의파+용기파. 그 의 캐릭터는 우리 시대 가장 큰 결핍에 대한 보상 같아요. 오래도록 팬이고 싶어요. 아직은 식상함을 느끼고 싶지 않거든요.”

“적당한 코믹 요소와 액션물을 버무리거나 되레 은근히 폭력을 미화하는 흥미 위주의 조폭 영 화도 많지만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질문을 제기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범죄도시3’이 단순한 스토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팬데믹 이후 관객수 1,000만을 찍은 첫 영화라 더욱 기분 좋게 봤습니다. ‘한국 영화의 다시봄날’을 여는 근육 빵빵한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김흥규 회장은 단체 관람 후 “영화관에 오붓이 함께 앉아 있으니 우애가 더욱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문화를 누릴수록 삶이 행복해집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작품성을 함께 담아내는 영화라는 장르를 함께 즐기면서 함께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11기 동기회 모든 회원들이 시민기자로서 영화 속 재미와 의미를 느끼고 세상과 사회를 보는 눈이 더 밝고 넓어지 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 영화 개요와 후기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1’는 2007년 조선족 폭력조직 흑사파를 일망타진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흑사파는 2004년부터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무대로 결성해 악명을 떨쳤다. 다른 조직과 피비린내 나는 패싸움을 일삼았고 차이나타운 업주들을 무자비하게 협박하고 강탈해 이곳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들에게 걸려 다 털리지 않으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업주들 중에는 이들의 칼에 맞을까 두려워 방탄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영화의 메인카피는 ‘통쾌하게! 화끈하게! 살벌하게! 오늘 밤, 싹 쓸어버린다!’.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주인공. 누적 관객 수 688만 명.

코로나19로 2년을 미뤄 2021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는 미션으로 시작한다. 1편에 이어 괴물 형사 ‘마석도’가 활약한다. 실제 2008~2012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납치 살인 사건(일명왕건이파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메인카피는 ‘나쁜 놈들 싹 쓸어버린다!’. 개봉 3주 만에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해 영화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 예매율 신기록을 세웠다. 누적 관객수 1,269만 명.

지난해 5월 31일 ‘범죄도시3’이 개봉했다. ‘괴물 형사’ 마석도의 명성은 명불허전. 타격감과 통쾌함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개봉 10일 만에 관객수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처음이자 유일하게 1,000만 관객 고지에 오르면서 그동안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 영화에 청신호를 켠 셈이다. 마석도의 괴력은 2편과 3편을 연달아 1,000만 관객 클럽에 들게 했다. 메인카피는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살벌한 액션에 코믹 액션을 늘였다. 영화는 전편의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7년 뒤에 시작하는 설정. 실제 일본 야쿠자 관련 마약 사건 2건을 소재로 했다.

하나는 2016년 야쿠자 조직 간부였던 재일교포가 30억 원 상당의 필로폰 1kg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검거된 사건. 검거 당시 집에서 필로폰과 함께 권총 1정, 실탄 19발(8발은 장전), 탄창 1개, 등이 발견됐다. 영화에 서는 형사가 살해당하고 형사의 권총은 야쿠자의 손에 들어간다. 실제 국내에서 경찰이 피습 살해되고 권총이 탈취당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2년 9월 20일 추석 연휴 첫날 전북 전주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당직 근무 중이던 경사가 흉기에 의해 목과 가슴 등을 찔려 숨지고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이 사라졌다. 총기에는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돼 있었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으나 지난 6월 22일 전북경찰청은 다른 사건(대전 은행 권총 강도 사건)으로 교도소 수감 중인 이정학의 단독 범행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해 전모가 드러났다.

또 하나는 2018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가정집에서 마약 밀수 역대 최대 규모인 3,800억 원 어치 추정 필로폰 112kg이 발견돼 압수된 사건. 마약 조직 일당은 일본과 대만, 한국을 연계해 마약을 밀매하는 일본 3대 야쿠자 조직인 이나가나 회의 조직원 2명과 한국 마약 조직원 1명 포함 8명이었다. 국정원이 첩보를 입수해 관세청과 함께 대만·일본·미국의 경찰, 마약 단속 기관과 공조 수사해 검거했다.

영화에서는 일본 야쿠자와 연결된 전석호가 공장에서 마약을 제조해 유통하는데, 실제 위 사건에서도 마약 조직 일당이 태국 방콕항을 거쳐 부산항을 통해 필로폰을 밀반입했다. 태국에서 대만 마약 조직 총책이 나사 제조기 내부에 숨겨 부산항으로 옮기고, 국내에 미리 들어와 있던 절단 기술자인 대만인이 접선, 기계를 절단해 숨겨진 필로폰을 꺼냈다.

얼마 전 학교 앞에서 일반 음료로 위장한 마약 음료를 마구잡이로 나눠줄 만큼 우리 사회 깊숙이 마약의 손아귀가 뻗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영화는 현실의 자화상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은 없다. 돈이 된다면 못할 일이 없는 범죄 조직에게 마약만 한 ‘물건’이 있을까.

재벌 2세를 비롯한 국내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형평성의 차원만이 아니라 마약의 교묘한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마약 사범은 엄벌해야 한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34개 하수처리장에서 조사 대상 불법 마약류 7종 중 5종이(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LSD) 한 번 이상 검출됐다. 마약이 우리의 생활 속 깊이 들어왔다는 증거다. 마약에 관한 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 판결은 어느 때보다 엄정하고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한다.

공권력이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하다면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니다. 더 늦으면 늦다.

이 영화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형사 마석도다. 콘텐츠와 메시지의 핵심이다. 재미와 흥행 요소이자 영화적 정체성이다. 터질 듯한 쇳덩이 근육질의 험악함과 사람 좋기가 한없어 보이는 순박함이 한 몸에서 넘쳐흐른다. 그런 주인공이 공권력을 뛰어넘어 범죄자와 지체 높은 그 배후를 ‘아작’ 내줄 때 관객들은 오랜 체증이 내려가고 사회적 스트레스 0인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굳이 정의랄 것도 없이 단순한 의협심, 욱하는 폭력으로 폭력을 응징하는 자기모순이 갈등이나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해소하듯 통쾌하다. 그것이 사회적 응징 내지 심판으로 충분히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대리 응징자, 심판자로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캐릭터 는 대체 불가다. 현실의 공권력이 돈의 위력이나 강자 앞에서 무력하고 약자에 대해서만 추상같을 때, 때로는 공권력이 범죄에 가담하기도 하는 기가 막히는 현실에서 사악한 폭력을 압도하는 마석도의 원초적 폭력은 마른 목에 들이켜는 생수다.

지금까지 범죄도시 연작은 주제의 한계나 식상함의 위태로움보다 더 큰 미덕을 담고 있다. ‘범죄도시 3’과 함께 ‘범죄도시 4’의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좀 더 유기적인 연결이나 내용 상의 진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상 곳곳을 빌런들이 차지하고 있다. 평범한 빌런, 숨은 빌런들이 작당이라도 한 듯 튀어 나온다. 이럴 때 공권력은 무력하기만 하다. 기후 위기에서부터 인간성 소멸까지 우리 삶과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는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누구나 골치 아픈 건 싫다. 그래, 한 번 더 범죄도시 시리즈에 설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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