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오후 5시20분부터 대구시 군위군 군위종합운동장에서 군위군민과 함께 전국에서 몰려온 가요팬 3만2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구 편입 축하 기념식과 K-트롯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비롯해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의 트롯 공연과 불꽃축제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하늘과 무대에서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군위 읍내에서 화장품점을 운영하는 이원선(59)씨는 “이렇게 많은 관객이 운집한건 군위군이 생긴 이래로 처음일 것”이라면서 “이런 웅대한 공연을 보고 나니까 대구편입과 신공항건설이 실감이 난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작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였다. 일주일간 이어진 장마로 그야말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진 하늘에게 6대의 ‘독수리’들이 화려한 곡예비행을 펼쳤다. 어깨를 겯듯 접근 비행을 하다가 다시 부챗살 모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가 하며 아슬아슬한 궤적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지상에서는 비행기가 묘기를 펼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구시 상인동에서 온 정재훈(46)씨는 “신공항 성공 기원이라는 콘서트 테마와 너무 어울리는 공연이었다”면서 “대구경북에 국제공항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공연은 6시를 넘겨 시작했지만 공연장 주변과 군위 읍내 분위기는 오전 일찍부터 뜨거웠다. 특히 이찬원 등 인기 가수들의 영향력은 이날 오전부터 군위읍 내를 지배했다. 팬들이 읍내에 하나둘 모여들어 커피숍과 식당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찬원을 비롯해 장윤정 조명섭 나태주 양지은 등의 팬들이 단체로 군위에 들이닥쳐 식당과 마트 등에 장사진을 쳤다. 읍내의 한 햄버거 전문 가게는 이날 보름치 햄버거를 한나절만에 다 팔았다고 밝혔다. 군위 전통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오상경(58)씨는 “군위읍내가 오늘 하루 대목이었다”면서 “이런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진열 군위군수 등이 인사말을 전한 기념식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찬원은 ‘밥 한번 먹자’를 “군위 와서 밥 한번 먹자”로 개사해 부른 후 ‘사나이 청춘’ ‘풍등’ ‘진또배기’를 열창했다. 노래 중간에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 김유신, 태조 왕건 등 군위와 관련된 역사를 비롯해 군위군을 품은 대구시의 면적 변화와 인구수까지 정확한 수치까지 들어가며 줄줄 꿰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군위군 인구가 2만3,000 여명인데 무대에서 언뜻 봐도 군위 인구보다 더 많은 분들이 모인 것 같다”면서 “대구 편입과 신공항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찬원에 이어 등장한 강태풍은 “나도 대구의 아들”이라면서 지지와 응원을 호소하며 ‘공짜’ ‘딱이야’ ‘꽃미남 홍춘이’를 불렀고, 한봄은 ‘오늘 밤에’ ‘내장산’ ‘진짜 예뻐져요’로 신나는 꾸몄다.
다음 순서는 이날 공연 중 가장 다이내믹한 무대를 선보인 ‘리틀 싸이’ 황민우였다. ‘영일만 친구’와 ‘오빠’를 불러 객석을 뒤집어놓은 후 동생이자 ‘감성 거인’으로 통하는 황민호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돌고 돌아가는 길’과 ‘울 아버지’를 열창했다.
형제의 폭발적인 공연 이후 막내 같은 맏이라는 뜻의 ‘맏내딸’로 유명한 은가은이 무대에 올라 ‘맏내딸’ ‘사랑 아니’ ‘밤이면 밤마다’ ‘사랑의 트위스트’를 선보였다.
다음 무대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가는 순서였다. 팬들에게 ‘인간 축음기’로 불리는 조명섭은 ‘신라의 달밤’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후 ‘달빛연가’ ‘브라보 친구’ 등을 이어 불렀다. 마침 달이 휘영청 밝았다.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 앞에 모며 조명섭의 노래를 함께 부르던 팬들은 조명섭이 가수에 오르자 목이 쉬도록 떼창을 터뜨리며 한여름 밤의 음악 축제를 원 없이 즐겼다.
조명섭이 이어 우크라이나 출신 귀화 가수 레오가 무대에 올라 신나는 댄스곡 ‘대박나세요’ ‘오빠라고 불러봐’ ‘댄싱퀸’을 선물했다. 한 관객은 “조국의 슬픈 현실을 잊으려는 듯 더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것 같아 애잔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미스트롯 2’에서 진을 차지한 양지은은 시원시원한 판소리 창법으로 ‘굽이굽이’ ‘물레방아’ ‘영암아리랑’ ‘흥아리랑’를 열창해 ‘진’면목을 과시했다. 앵콜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게 터져나온 가수였다.
이어 나태주는 시원한 발차기로 시원한 여름밤을 더 시원하게 만들면서 ‘막걸리 한잔’ ‘나무꾼’ ‘뿐이고’ ‘인생열차’ ‘무조건’으로 화끈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순서는 장윤정이었다. 시간은 이미 9시를 넘었으나 이찬원이 무대에 오를 때와 다름없이 관객이 빼곡했다. 장윤정은 ‘트롯의 여제’답게 첫곡 ‘꽃’으로 다양한 가수들의 팬클럽을 하나로 통합했다. 일순 3만 여 명의 ‘장윤정 팬클럽’이 결성됐다. 장윤정은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고 ‘옆집누나’ ‘사랑아’ ‘짠짜라’를 열창했고, 3만여 관객은 누구 할 것 없이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며 흥을 만끽했다.
대구시 군위읍에서 온 황미례(59)씨는 “장윤정 공연을 몇 번 봤는데, 저렇게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건 처음 봤다”면서 “오늘 여러 사람들이 대구시 편입과 신공항 성공을 기원했으나 장윤정이 가장 큰 축하를 해준 것 같다. 꽃다발 선물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너무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행사의 피날레는 불꽃놀이였다. 무대 뒤에서 각양각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관객들은 불꽃이 터질 때마다 손뼉을 치며 뜨겁게 환호했다. 군위군 효령면에서 온 김정숙(66)씨는 “인구소멸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는 고장으로 알려져 알게 모르게 울분이 쌓였는데, 폭죽과 함께 서러운 기분이 말끔히 쓸려내려갔다”면서 “가수들 공연을 비롯해 불꽃놀이까지 정말 끝내주는 공연이었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진열 군위군수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임병헌 류성걸 김승수 이인선 조명희 국회의원과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등이 방문,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