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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첫 번째 소원 ‘인성교육’, 이제 서원에서 책임집니다”

서원으로 떠나는 전통여행

  • 입력 2023.08.21 09:00
  • 수정 2023.08.22 14:39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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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서원 인성교육현장 . (영남선비문화수련원 제공)
구암서원 인성교육현장 . (영남선비문화수련원 제공)

“어떤 포상을 원하느냐?”

“포상은 괜찮습니다. 대구 백성들의 환곡이자를 감하여 주십시오.”

1424년 나라에서 현재 대구 지역에 성을 하나 쌓으려 했다. 달성(현 달성공원)이 성이 들어서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정보를 얻은 조정에서는 그 땅의 주인인 서침에게 땅을 바꿀 것을 명했다. 임금이 보상을 주려고 무얼 바라는지 뜻을 물었으나, 그는 개인적인 보상보다 가을에 백성들에게 거둬들이는 환곡의 이자를 줄여달라고 청했다. 은혜를 입은 해당 지역민들은 그 덕을 기려 숭현사를 세우고 회화나무를 심어 이를 ‘서침 나무’로 불렀다.

서원마다 사연이 있다.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에 있는 구암서원은 고려 말에 태어나 조선초까지 살았던 서침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대구부민들은 1665년(현종 6년) 대구초등학교 서남쪽 언덕에 숭현사를 건립해 서침을 봉향했으며, 이후1717년(숙종 43)동산동으로 이건했고, 1995년 산격동에 자리를 잡았다. 달성서씨 대종회에서는 옛 구암서원 터를 대구시에 기부했다.

구암서원은 관리동인 백인당을 비롯해 정문에 해당하는 연비루, 동재(경례재), 서재(누학재), 강당(초현당), 내삼문(경앙문), 그리고 사당인 숭현사로 구성되어 있다.

백인당 2층은 청소년 인성,예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늘을 나는 솔개’라는 뜻의 연비루에서 열리는 다도 강의는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다. 들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대구의 전경과 함께 향긋한 차를 음미하노라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연비루에서 열리는 다도 수업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영남선비문화수련원이 운영하는 구암서원이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연 것은 2017년이다. 청소년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옥모형조립, 속수례, 다례, 천연염색, 옛날식으로 책을 만들어보는 오침안정법, 국궁, 사군자 부채 만들기 및 텔라그래피, 선비명상, 탁본, 떡메치기, 전통 배례, 국악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한학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공무원 대상으로 청렴연수를 진행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외국인들도 다양한 전통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서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상반기에만도 8만여명이 구암서원 선비문화체험 과정을 수료했고, 관람객은 4만명 이상 다녀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매년 1,200명이 ‘서원스테이’를 신청했다. 5~6명이 신청을 하면 샤워실이 딸린 방 두 칸을 제공하는데, 야경을 보기 위해 여러번 숙박을 신청한 시민들도 있었다.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을 즈음인 2019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업의 거의 중단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와중에도 미8군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복입기, 떡메치기 행사 등을 진행했다. 미8군 사령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2020년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원 10곳이 빗장을 열도록 역할을 했는가 하면, 상근직원 11명에 30~40대의 젊은 강사 20명이 머리를 맞대고 ‘인성교육 서원에서 길을 찾다’는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21년에는 성균관 청소년 예절교육원 영남지원을 전국 개설해 청소년 예절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서영봉 영남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1위가 항상 ‘인성’이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입시에 매달린다”면서 “서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비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선비문화수련원은 서원을 인성교육과 전통문화체험의 메카로 발전시키는데 일에 매진해 향후 대구 경북의 모든 서원의 빗장을 열어 인성교육과 전통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암서원
구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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