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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와 ‘신의 손’이 있는 대구의 감성 카페거리, 젊은 층에 인기 폭발

수제화 골목으로 가죽, 신발, 시계 등 소문난 장인들 입성
낮에는 SNS장인 상권, 밤에는 감성주점마다 젊은이들로 북적

  • 입력 2023.08.18 09:00
  • 수정 2023.08.22 14:39
  • 기자명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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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거리요? 옛말이죠. 찐 장인들 때문에 SNS 핫플레이스가 다 됐어요.”

대구 중구 수제화 골목에 최근 젊은 연령대 유입이 대거 늘었다. 이곳은 1970년대 구두 골목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어르신 거리라고 할 만큼 유동 인구의 연령대가 높았다.

10여 년 전부터 대구 중구가 문화거리로 탈바꿈을 시도, 젊은 연령대를 겨냥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그 결과 젊은 연령대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분야별 ‘찐 장인’들로 불리는 이들까지 하나둘씩 모여들어 골목에 활기가 돌고 있다.

수제화 골목에는 대부분 구두제작과 관련한 가게들로 메워졌다. 10여년 전 대구중구청에서 ‘수제화골목 특구’로 지정했는데, 이후 이후 감성 카페나 주점들이 대거들어왔다. 거리가 부쩍 활기를 띠자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찐’ 장인으로 알려진 이들이 입성해 골목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명장급 실력이지만 공임은 평균 공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까닭이 단골이 많다. 단골들의 입소문만으로도 골목의 유명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동시장의 ‘시계 장인’ 이준희 기능인은 지난 여름에 이곳으로 가게를 옮겨왔다. 45년째 시계 수리점을 운영해 오고 있는 그는 아무리 고장이 난 시계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심장을 이식받은 듯 팔딱팔딱 뛰게 만들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교동시장 신의 손’이라고 통한다. 30여 년간 고급 시계나 백화점 등에서 도매 수리를 하던 그는 10여년 전 온라인 유명세를 치른 후부터는 전국에서 보내는 시계를 주로 수리하고 있다. 이 기능인은 “최근 들어 ‘시계수리 수업이나 교육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 들이 늘고 있다”며 “30년여 전 명맥이 끊긴 시계수리업이 다시 부활하는 현상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죽 수선의 ‘맥가이버’라고 알려진 조용달 동문사 대표도 지난달 말 수제화 이 골목에 입성했다. 조 대표는 10대 때부터 수선업에 뛰어들어 지갑, 가방 등 수선에 관해 지역에서 독보적이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본사에서 수선이 불가능하다는 가방을 8만원에 수선해 가죽 명장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오래된 가방이나 지갑도 리폼까지 하는 실력에 전국에서 밀려드는 택배가 밀려든다. 매장 한편에는 수선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쌓여 있다. 이전 후 그의 매장에는 딸이 수선업을 배우고 있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사양 산업이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으로 가게를 옮기고 나서부터 젊은 손님들이 매장을 많이 찾아서 그런지 일을 배우겠다고 자처했다. 조만간 가족기업으로 거듭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의 입성을 도운 건 이곳의 터줏대감이던 구두수선 장인 윤석경 대표였다. ‘구두박사’로 불리는 그는 구두 골에서 알아주는 ‘구두장이’다. 2,000년 들어서 명품구두 시장이 커지자 수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제 구두수선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만한 실력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두 장인이 온라인에 자주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입성을 권유했다”라며 “종합병원에 분야별 전문의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있으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 이곳에 들어온 최현석(39) ‘북성로 공구빵’ 대표는 거리의 명소를 넘어 대구를 대표하는 특산물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매장을 열자마자 퀵과 택배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통해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인플루언서급 매장들이 들어서면 상권 경쟁력과 유입 인구까지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지역의 유능한 장인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서 상권을 폭발적으로 활성화시키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들의 고급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작업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효린 대구 중구의원은 “특구지역 활성화는 곧 지역사회 경쟁력인 만큼 지자체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가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제화 골목은 대구 중구 도심 간선도로인 중앙로에서 종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서성로 14길의 300여m에 이르는 골목이다. 1980년대부터 구두골목으로 알려진 이곳은 수제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체들이 모여 있다. 10여년 전부터 중구에서 다양한 문화거리 활성화 및 상권 다변화를 시도한 끝에 낮에는 명품 수선 고객들이 저녁에는 주로 감성주점이나 카페 등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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