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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미인을 한 자리에, 지역마다 ‘미인형’이 달랐다

민복기 박사의 미스코리아 이야기

  • 입력 2023.07.10 09:00
  • 수정 2023.07.10 09:19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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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기 박사
민복기 박사

구한말의 채용신(蔡龍臣)이라는 화가가 병풍에 각 폭마다 조선 8도의 대표 미인을 하나씩 그려놓은 <팔도미인도[八道美人宮 之像]>라는 것이 있어서 당시의 지역 미인형을 볼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미인도의 지역마다 특색을 알아보고 분석하고자 한다.

 

한성관기 홍랑(漢城官妓 鴻嫏)

얼굴 윤곽이 네모지고, 가로로 넓은 이마에 코허리는 높고 눈과 입이 작다. 코가 짧고 약간 넓으며 귓불이 크다. 귀밑머리는 짧고, 뺨에 살이 많고 턱이 두툼하다. 골격과 근육이 발달하여 체격이 실하고 상체와 하체가 모두 풍만하다. 남방계형인자와 북방계형 인자가 균등하게 혼합되어 중부지방 사람의 특징을 보인다.

 

진주미인 관기 산홍(晋州美人 官妓 山紅)

경상남도에서 볼 수 있는 얼굴이다. 큰 키에, 체형은 날씬하며 정수리가 평평하고 발제선이 낮은 진수(螓首)형인데, 귀밑머리가 길고 이마가 낮고 가로로 넓어서 두상이 남방계형이다. 대체로 남방계형은 코가 짧지만 이 여인은 코가 길고 이에 따라 중안이 길어서 기품이 있는 인상이다. 이런 얼굴은 경상도 내륙지방에 많다. 눈썹이 높게 붙어 눈두덩이가 넓고, 눈 사이도 넓다.

 

고창관기 명옥(考窓官妓 明玉)

모성은 지금의 전북고창이다. 키가 크고 목이 길며 날씬한 체형이다. 상체는 작고 하체가 크게 모사되어 있어서 북방계형이다. 모성관기 명옥의 얼굴은 전북의 북방계형얼굴을 잘 담고 있다 전북의 북방계형이란 익산일대의 고구려계 북방계형과 다른 하나인 임실, 부안, 고창 일대에 사는 다른계통의 북방계형으로 가야인의 후예로 여겨진다. 명옥은 계란형 두상에 미간이 넓고 눈두덩이 넓고, 코허리가 높으며 이마가 볼록하다. 상안은 남북방계 중간형이고 중안과 하안과 북방계인자가 있는 중부 내륙형 얼굴이다. 귓불은 크나 귀밑머리가 짧다.

 

장성관기 지선(長城官妓 芝仙)

장성은 전남의 바닷가 지방으로, 서남해안을 통하여 들어온 남방계형이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이 장성미인 역시 남방계형의 특징을 담고 있다. 작은 얼굴에 눈썹이 길고 눈이 크며 눈 사이가 넓다. 미간이 넓고 코는 짧으며 끝이 작다. 코 허리가 낮은 편에, 귀밑머리가 길다. 키와 체격 밑 골격이 작고 피하지방이 발달한 체격이라서 어깨가 좁고 살집이 많다. 체격이 작고 통통한 체격의 미인이다.

 

청주미인 매창(淸州美人 梅窓)

청중미인 매창은 중간 키에 미간이 넓고 눈썹이 길며, 눈 사이가 넓고 인중이 좁다. 코끝은 뚜렷하나 작고 코허리는 높다. 미간과 눈 사이가 넓은 것은 당시의 일반적인 미모관을 반영한 것 같다. 수줍은 성격을 나타내기 위한 듯 쓰개치마로 가리고 있다.

청주지역은 산지인 만큼 북방계형이 많으나, 남한강 상류까지 올라온 1차형 남방계형이 특히 많은 지역으로서, 1차 남방계와 북방계형의 혼합형이 나오는 지역이다. 중안이 길고 턱이 뾰족한 세모돌이 형이 많다.

 

영암미인(靈岩美人)

이마가 낮고 넓다. 눈이 크고 코허리 높으며 입술이 얇다. 북방계형에 속하는데, 영암의 북방계형은 고려 창건 때 왕건의 정책에 의하여 북쪽에서 전남으로 이주해 온 형으로 골격이 커서 어깨가 실하고, 상체와 하체가 풍만하다.

 

평양기생 계월향(平壤妓生 桂月香)

평양기생 계월향은 고구마형 두상에 이마가 높고 눈썹이 짧고 미간이 넓으며 이목구비가 작다. 콧망울은 뚜렷하지 않으며 하악각이 약간 도드라지고 귓불칼귀이다. 중안이 볼록하여 코허리는 높은 편에 턱이 뾰족하다. 인중이 흐리고 귀밑머리가 짧은 것까지 얼굴의 형성인자가 북방계형으로만 조합되어 있다. 북방계형이라서 피부색도 희기 때문에 달빛을 상징하는 계월(桂月)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것이다. 계월향은 월선(月仙)이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역시 흰피부색에서 연유한 것 같다.

 

강릉미인 일선(江陵美人 一善)

강릉은 바닷가이지만 태백산맥이 동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남방계형의 근거지인 해안의 평야에서 사냥감을 쫓아 산지를 타고 내려온 북방계 인자가 많은 지역이다. 동해안형 남방계와 강원도형 북방계가 3:7로 결합하여 강릉형 얼굴 조합이 생긴다. 볼록한 얼굴이며 이마가 높고 넓다. 이목구비가 작고 키가 크며 날씬한 체형으로 북방계형 특징을 보인다. 강릉미인 역시 전체적으로 북방계형이다.

 

8명의 팔도미인 모두가 미간과 눈두덩이 넓고 눈이 가늘어 쌍꺼풀이 없다. 특히 장성미인의 경우에 통계상 맞지 않는 점이 있다. 전남장성은 바닷가라서 56%이상의 주민이 쌍꺼풀이 있는 지역이므로 확률상 장성미인도 쌍꺼풀이 있을 법하지만 역시 쌍꺼풀이 없이 그려져 있다 <팔도미인도>중 쌍꺼풀 있는 미인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그 시대에 쌍꺼풀이 없어야 미인인 엄격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팔도미인 모두 눈썹이 가는 것도 북방계형의 기준을 지켜서 가늘고 가지런하게 그린 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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