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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 억새밭은 지구별 여행 ‘풍경 정차역’

밀양알프스 9봉 연속 완등기

  • 입력 2023.07.07 09:00
  • 수정 2023.07.07 11:15
  • 기자명 김윤곤 기자, 장명익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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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백두대간 남쪽 끝자락 무렵에 약속이라도 한 듯 해발 1,000m 이상 봉우리들이 산군(山群)을 이룬다. 봉우리와 봉우리들은 장쾌한 경관을 펼치며 국토의 대미를 장식한다. 영남알프스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시·경상남·북도의 접경지에 형성된 1,000m 이상 고봉들의 산세와 풍광이 뛰어나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울산 울주군 상북면. 1,241m)을 중심으로 천황산(울산 울주군 상북면. 1,189m), 신불산(울산 울주군 상북면. 1,159m), 재약산(밀양시 단장면. 1,108m), 영축산(울산 울주군 삼남읍. 1,081m), 간월산(울산 울주군 상북면. 1,069m), 고헌산(울산 울주군 상북면. 1,034m)(높이 순)의 7개 산(전체 면적 약 255㎢)을 가리키거나, 운문산(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1,195m)과 문복산(청도군 운문면과 경주시 산내면. 1,015m)까지 포함해 9개 산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 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영남알프스 경관 명소 억새 군락

 

영남알프스의 경관 명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억새 군락이다.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평원 1,983,471㎡(60여만 평)과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 간월재 330,578㎡(10만여 평), 고헌산 정상 부근 661,157㎡(20여만 평), 그리고 재약산과 천황산의 동쪽 사자평 4,132,231㎡(125만여 평)에는 각각 광활한 억새 군락지가 자리하고 있다.

영남알프스에는 가지산도립공원(1979년 지정)이 있다. 이 공원은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지구(28.31㎢)와 내원사 지구(44.69㎢),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지구(30.07㎢)를 포함한다.또한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의 문화 유적지가 여럿이고, 곳곳에는 절경과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영남알프스는 2016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외국어가 포함된 공식 행정구역명이 지정됐다. 행정구역 명칭에서부터 알프스와 손색이 없는 풍경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있다. 이렇듯 이곳 산군은 해발 고도가 높아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험준하므로 등산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알프스만 한 풍경을 누리려면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특히 광활한 억새평원은 환상적이다. 달 밝은 밤 억새평원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영남알프스는 고봉에 산세가 험준하다 보니 일부 산악인들만 찾는 코스였다. 하지만 2021년 8월부터 울주군이 시작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 행사로 전국의 등산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대거 참여하는 전국 최대의 산악 도전 행사로 알려지게 됐다. 영남알프스 9봉 완등자에게는 인증서와 함께 지름 38mm, 무게 31.1g의 기념 순은 99.9% 은화(제작비 약 6만5,000원)를 수여하기로 한 것.

첫해부터 몰려든 산악인… ‘즐거운 비명’

울주군은 완등 인증 예상 인원을 1만 명 정도로 봤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면서 2021년 첫해에만 도전자 6만6,509명이 몰려 3만3,477명이 완등 인증을 받았다. 예상 밖의 등산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울주군은 추가 은화 제작을 위해 추경 예산까지 편성해야 했다.

완등 도전 인원수만 보더라도 지역 방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성공한 기획인 셈. 1,000m 이상 고봉 9봉을 완등한다는 도전 의식을 자극했고 여기에 완등 기념 은화를 줘 ‘기념과 추억 만들기’의 서사를 완성케 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참여 의지를 이끌어낸 것. 하지만 첫해 은화 제작 비용이 20억 원에 달하면서 예산 부담 문제와 함께 이벤트성에 너무 치우쳤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결국 2022년부터는 기념 은도금 메달을 지급하기로 바꾸고 3만 개를 한정 제작할 예정이다. 또 하루 최대 3개 봉우리까지만 등산 가능하다. 연령 제한도 생겼다. 등반일 기준 만 14세 이상의 개인만이 등산 인증이 가능해진다. 이런 기준으로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9개 봉우리를 완등하면 된다. 인증은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모바일 앱에서 할 수 있다. 울주군은 10년 연속 완등 인증자에 대한 금화 지급 계획도 없앴다.

첫해 기념 은화에는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 문양을 새겼다. 앞으로 9년 동안 전체 9개 봉우리 문양을 해마다 바꿔 가며 메달에 새겨 완등자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최근 지나친 등반 경쟁으로 문복산 주변 주민들의 소음·주차난 민원이 잇따르는 데다 등반 사고 우려도 있어 문복산을 완등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과 함께 있어 행복했던 ‘평생 산악’

산악인으로서 평생을 산과 함께해 왔다. 마음은 언제나 먼저 산으로 향한다.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 행사에는 첫해부터 참가해 연속 완등 인증을 받았다. 앞으로 8년간 이어질 챌린지에도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어떤 날은 산행 시작 때부터 종일 장대비를 맞기도 했고, 뙤약볕에 콩죽 같은 땀을 쏟은 날도 많았다. 강풍에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도 있었지만 사자평 아름다운 억새길을 걸을 땐 박목월의 시 ‘나그네’ 읊어가며 ‘지구별 나그네’의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있었다. 산과 함께 있어 행복한 날들이다.

올해부터라도 더 많은 분들이 이 도전에 참가하기를 권한다. 강추! 심신을 단련하면서 아름다운 우리 산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멋진 지구별 여행이다. 참고로 한 번에 한 봉우리를 올라도 되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1일 2~3산을 올라도 되지만 주최 측에서 하루 3산까지만 완등을 인증한다는 점 다시 상기시켜 둔다.

도전하실 분께는 그동안 모으고 정리해 온 정보와 자료를 지원해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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