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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더 적적할 어르신들께 '말벗·놀벗···'

  • 입력 2023.07.07 09:00
  • 수정 2023.12.30 11:09
  • 기자명 김윤곤 기자, 김봉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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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대시대) 11기 동기회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대구 중구 에덴양로원을 방문했다. 김흥규 회장과 김봉규 사무국장 등 일행은 양로원 어르신들과 담소, 돌봄, 공연 등을 함께하며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정의 달은 가족의 소중함과 추억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때. 자칫 적적하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말벗 손님은 어느 때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동기회 일행은 준비해 간 카네이션을 어르신들께 달아드리고 음식 조리와 배식 봉사에 이어 노래와 춤 등으로 공연도 함께 즐겼다. 동기회는 함께 마련해간 위생·생필품도 선사했다.

이날 모임에 동행한 권연숙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장은 “주변에 외롭거나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고 돌보는 마음은 공론장을 만들어갈 시민기자로서 중요한 덕목이다. 이런 행사를 마련한 11기 동기회에 감사와 격려를 드린다”고 말했다.

양로원측은 “이 무렵이면 어르신들은 가족만이 아니라 외부인이 와서 이야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많이 느끼신다. 방문객이 많아지면 우리도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봉사는 힘이 세다

 

봉사는 힘이 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더 살 만한 곳, 훈훈한 곳으로 만들어간다. 봉사는 어떤 권력, 금력보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 힘,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봉사는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꿔가는 동시에 봉사자 자신의 삶도 바꾼다. 봉사에 시간과 힘을 쏟을수록 힘든 만큼 보람을 느끼고 더 행복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나누며 살아가는 세상을 몸으로 깨닫는다.

우리 사회에는 회원수 6만~7만 명에 이르는 라이온스나 로터리클럽 등 수많은 봉사 단체가 있다. 이런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봉사를 생활의 일부로 삼는 봉사 활동 인구는 수십만~수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국의 노인복지회관에 소속해 활동하는 노인 자원봉사자만 해도 2019년 40만 명을 넘어섰다. 봉사의 계기는 아주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사회봉사명령은 처벌에 해당하는 형사 제재다.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에 대해 교도소와 같은 시설에 구금하지 않고 일정 기간 내 지정된 시간 동안 무보수로 근로하도록 명하는 제도다. 사회봉사명령은 흔히 집행유예 기간에 이뤄진다. 시설에 구금하지 않으므로 사회 내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자유시간을 박탈해 근로를 강제하므로 처벌의 속성을 갖는다. 동시에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에 유용한 봉사활동을 하게 하므로 배상 내지 속죄의 기능을 한다. 또한 봉사를 통해 사회에 융화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복귀와 재통합을 돕는다.

*사회봉사명령은 1989년 소년법 대상자를 시작으로 1997년 형법 개정에 따라 성인범에게까지 확대했다. 2009년 9월부터 생계곤란으로 납부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벌금(300만 원 이하) 미납 노역장 유치’를 대체해 확대했고 2020년 1월부터는 벌금액수 500만 원 이하 미납 노역장 유치를 대체해 다시 확대 시행했다. 2018년 1월부터 벌금형 집행유예가 도입되어 벌금형을 받은 대상자에게도 사회봉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사회봉사명령은 2014년 43,293명에서 2017년 53,231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춤해져 2020년 51,448명에게 부과했다.)

사회봉사명령 이행 과정에서도 봉사의 힘은 작동한다. 형식을 달리한 형벌 집행이지만 이를 통해 봉사의 기회를 가지면서 봉사의 의미나 보람을 알게 되고 사회봉사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봉사명령이 자신에 대한 형사적 처벌 과정이라면 이 기간이 끝난 뒤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기 마련일 텐데 사회봉사명령 기간 이후에도 오히려 자발적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바탕에는 봉사 과정에서 봉사 활동이 주는 기쁨을 맛보면서 세상과 삶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학비를 낼 수 없었던 저는 어느 날 학교로부터 다음 날 시작하는 중간고사를 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날 밤, 평소 존경하던 스승님을 찾아뵈었고 그분의 도움으로 귀한 후원자를 만나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

대학교를 졸업 후 선박 엔지니어로 십여 년을 바다에서 보내고 1984년에 다니던 미국 회사를 떠났습니다.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길을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996년 아프리카를 찾았습니다. 이 길이 나와 우리 가족이 가야 하는 길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케냐를 거쳐 방문한 르완다는 처참했던 종족 분쟁의 아픈 상처로 가득한 땅이었습니다. 1994년 내전 3개월 동안 인구 600만 명 중 10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난민이 된 아픔이 여전히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

두 주간 머물던 어느 날, 아프리카 친구들이 (용서와 화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던) 키갈리 국립경기장으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에서 깨어진 나라를 새롭게 회복하려는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았습니다. 부족 지도자들이 서로에게 용서를 구했고, 유럽의 개신교와 천주교 지도자들이 내전 당시 침묵했던 교회를 대신해 사죄하고 있었습니다. (……)

그 후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1999년 동아프리카에서 우리 공동체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팀앤팀’의 설립자이자 활동가인 이용주 대표의 말이다. 팀앤팀은 내전 중이던 남수단과 소말리아, 부패·기아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남수단 난민이 밀물 듯이 몰려든 우간다, 역시 이웃 남수단에서 난민이 몰려든 케냐, 에볼라가 휩쓸던 시에라리온을 중심으로 수단,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네팔, 베트남, 북한 등 11개국에서 지하수 개발, 펌프 수리, 식수대·상수도·화장실 설치, 주거 환경 개선, 다리 가설 등을 하는 국제구호 개발단체다. 젊은 시절 자신이 받은 학비 도움에 인생 전체를 통틀어 지구적 규모로 보답하는 사례다. 봉사와 은혜가 더 큰 봉사와 은혜를 낳는 봉사의 선순환 구조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행사나 민간 행사, 재난 구호 등에서 자원봉사가 활발하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보여준 국민적 재난 구호 자원 봉사 열기는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한 나라의 봉사 활동 인구수는 국민의 의식 수준과 사회의 건강성, 현재와 미래의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삶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보상은 다른 이를 성심껏 도울 때 자기 자신의 삶 또한 나아진다는 것이다.”(랄프 W. 에머슨) 봉사는 나 자신과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꽃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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