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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와 온돌의 평행이론

  • 입력 2023.07.31 09:00
  • 수정 2023.07.31 09:25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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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cature_ 강은주
Caricature_ 강은주

얼마 전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세계에서 우주발사체를 성공시킨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유럽(EU)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은 일곱 번째다.

이와 관련된 방송에서 한 과학전문 유튜버(궤도)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우주산업에서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결국 압도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떻게 단언하느냐는 사회자의 말에 그는 반도체 자동차 등을 예로 들었고 사회자는 “전화기(휴대폰) 원자력도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 역사에서 세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결과물은 적지 않다. 대강만 말해도 당나라가 탐낸 신라의 기계식 활, 세종 임금 대의 한글과 화약, 임진왜란에서의 군함과 화포술, 일본으로 건너가 세계를 장악한 도자기 기술. 모두 우리가 손대서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례다.

한국인이 손대서 최고가 된 것 중의 하나가 ‘온돌’이다.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옛스러운 난방장치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놀라운 기술이 적용된 발명품이다.

 

옥저에서 시작해 실크로드까지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닥을 덥히는 난방방식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방식은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난방 기술이 있었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거나 이어지지 못했다. 유럽은 바닥난방 방식이 거의 사라졌다. 귀족도 평민도 겨울이면 달달 떨었다고 전한다. 오히려 평민이 더 따뜻했다. 집안에 염소며 돼지를 키웠으므로 염소를 부둥켜안고 자면 최악의 추위는 피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온돌은 고구려에 흡수된 옥저에서 개발되었다. 옥저는 기원전 2세기부터 56년까지 함경도 동해안에 있는 나라였다. 옥저, 고구려, 발해 모두 온돌 기술을 공유했다.

옥저에서 개발된 온돌 기술과 관련해 가장 놀라운 유적은 러시아 바이칼로 부근에서 발견된 ‘온돌’이다. 호수 주변에서 온돌 흔적이 발견됐다. 고조선의 기술자들이 만든 유적이었다. 온돌 은 실크로드를 따라 카자흐스탄 일대까지 흘러들었다. 서기 8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달한 대상(카라반)을 위한 숙소인 ‘사라이’라는 고급 저택이 지어졌는데, 여기에 온돌이 설치되었다. 아랍 여행가 이븐 바투타나 마르코 폴로가 지나갔던 숙소 유적에서도 발달한 온돌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마르코 폴로가 온돌방에서 피로를 풀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돌은 이렇게 세계화될 뻔했다. 그러나 한국에만 살아남았다.

여러 분석이 있다. 초원 지역은 땔감이 부족했다. 중국의 경우는 워낙 외부의 침략이 잦아서 방안에 느긋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서 그랬단 이야기가 있다. 중국은 ‘캉’이란 게 있다. 온돌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온돌은 아니다.

 

‘허튼 고래’ 하이퍼코스트

왜 한국에만 남았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앞서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로마로 전달된 온돌 방식의 난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명칭은 하이퍼코스트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BC 3000~BC1500) 유적지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난방시설이 발굴되었는데, 뜨거운 열기로 바닥과 벽을 덥혔다. 로마에서는 공공 목욕탕에 이 난방법을 썼다.

언뜻 온돌과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 일단 하이퍼코스트는 비효율적이다. 땔감도 그렇지만 사람의 손길이 훨씬 많이 든다. 우리 온돌과 비교해서 열 효율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대형 목욕탕이나 일부 귀족들의 집에서 겨우 사용했고 일반화되지 못했다.

하이퍼코스트는 고래를 만들지 않았다. 고래는 뜨거운 연기가 흐르는 길이다. 그냥 기둥만 세웠다. 이를 ‘허튼 고래’라고 하는데, 가짜 고래라는 의미다. 허튼고래는 뜨거운 연기가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 하이퍼코스트는 굴뚝을 여러 개 만들어서 이를 해결했다. 고래가 있어야 열기가 골고루 퍼질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온돌은 개자리라는 것이 있어서 연기가 한자리에 맴돌면서 가진 열기를 모두 쏟고 굴뚝으로 나가도록 고안했다. 극단적으로 고래가 없으면 온돌이 아니다. 온돌 기술의 핵심은 고래다. 어떤 발명품이든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이 있다. 그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겉만 비슷하지 진짜는 못 된다. 온돌이 바로 그렇다.

 

난방에 취사까지

근대 이전 온돌은 정말 어려운 기술이었다. 부뚜막의 위치를 잘 잡아서 연기가 역류하지 않도록 해야 했고, 고개를 통해 연기가 방을 골고루 덥히고 최대한 열을 토해낸 후 굴뚝으로 빠져나 가도록 해야 연료를 아낄 수 있었다. 거기다 바닥의 연기가 방안으로 새어들지 않도록 꼼꼼하게 바닥을 바르는 기술이 필요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단순히 난방이 아니라 취사도 함께했다.

바닥을 덥히는 기술은 훌륭한 아이디어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난제가 존재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까닭에 전 세계에서 온돌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가 결국은 이어지지 못하고 소멸했다. 결국 온돌이 살아남은 건 기술의 승리였다. 우리나라는 근대 이전 시기에 최고의 난방시설을 만든 것이다. ‘온돌’도 한국인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기술의 성과라고 봐야 옳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는 한쪽에 놓여 있으면서도 세계적인 발명품이나 성과를 낸 사례는 너무도 많다. 특히 공부와 관련된 업적이 풍부하다. 세계에서 가장 쉬운 문자인 한글도 그렇거니와 금속활자 등 인쇄술과 관련된 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세계적인 흐름을 놓쳐 낙후된 세계로 전락했으나 한국전쟁이 이후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놀라운 경제개발 속도와 K팝을 필두로 한 문화의 발전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이제는 우주까지, 손만 댔다 하면 똑 부러지는 성과를 내는 대한민국의 역량이 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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