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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네안데르탈인과 현 인류

  • 입력 2023.06.19 09:00
  • 수정 2023.07.03 15:2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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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은 성형에 있어서 최고의 성수기로 불린다. 매해 수능이 끝난 이후 성형 전문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은 세계적인 ‘성형 강국’으로 알려져 있고, 성형관광과 의료관광의 나라로 발돋움하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11년 국제미용성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성형수술빈도는 인구 1000명 당 13.5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2013년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코 세우기 수술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는 성형수술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이런 코 성형 문화는 높고 오똑한 콧대를 원하는 데서 왔다.

미국 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얼굴 중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행해진 부위도 코라고 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경우 코 성형수술은 대개 코의 크기를 줄이는 수술이다. 큰 코는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종종 놀림을 당하곤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높은 코는 칭찬의 대상이다. 한국에서도 코 성형을 많이 하지만 축소술이 아닌 콧대나 코끝을 높이는 수술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 해 물려받은 유전자가 인류의 콧날을 오뚝하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했지만 4만년 전 돌연 멸종한 인류다. 멸종 전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피를 나누면서 오늘날 인류에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남았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중국 푸단대 공동연구팀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서 네안데르탈인 게놈(유전체)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 및 얼굴 형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가 현생인류의 코가 높아지는 데 기여했고, 이는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 자연 선택을 통해 후손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여 년 전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과 짝짓기 해 서로 일부 유전자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정보를 얼굴 사진과 비교해 코 높이 등 서로 다른 얼굴 특징이 어떤 유전자와 연관돼 있는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얼굴 형태와 관련 있는 게놈 영역 33개를 새로 발견했으며, 이 중 26개 영역은 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참가한 다른 민족들 데이터에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많은 사람의 게놈 ‘ATF3’ 영역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있었고, 이 유전자가 코 높이가 높아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영역에는 자연 선택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이는 이 유전자가 유전자 소유자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코 모양은 자연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오랜 가설이 있었고, 기후에 따라 다른 모양의 코가 생존에 더 적합할 수 있었다. 코를 높게 만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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