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학파 부부 음악 재능기부 덕분에 주민들 행복한 ‘전원일기’

  • 입력 2023.06.13 09:00
  • 수정 2023.06.22 18:20
  • 기자명 이종팔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석, 이혜영 부부
김주석, 이혜영 부부

伊 유학파 음악부부, 청도군민에 ‘재능기부’ 13년째

김주석 테너, 40代에 귀향… 해피 바이러스 ‘전도사’

한국예총청도부지회장․음악협회장, 새마을어린이합창단 창단 등

 

음악재능기부의 원천 청도군 청도읍 엔젤뮤직!

경북 청도군 청도에 위치한 음악학원인 ‘엔젤뮤직’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지역민을 위한 음악재능기부 합창교실이 열린다.

합창단은 40대부터~60대까지 남․녀 음악 비 전공자 19명으로 구성됐다. 개척교회 목사이자 국가유공자를 아버지로 둔 지휘자의 아내인 반주자, 지역 사찰의 스님, 자녀들 출가로 10년 전 청도로 귀촌(안인리)해 대구로 매일 출․퇴근하는 변호사 법률사무소 사무국장(63세)과 그의 부인, 고향인 부산에서 청도로 귀촌한 귀농인 부부(하늘을 담은 농장 ‘하담농’), 농사 종사자와 개인 사업가, 주부 등 직업․연령층이 각양각색인 청도군민들이 그 구성원들이다.

청도군민을 위한 음악 재능기부활동은 성악 전공의 해외 유학파 출신인 테너 김주석씨 부부가 40대이던 2010년 10월에 청도로 귀향한 이래 13년째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한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오후, 김주석ㆍ이혜영씨 부부가 운영하는 ‘반짝커피’에서 50대 중반의 중후한 신사 타입의 김주석 테너와 갓 40대를 탈출한 그의 아내 소프라노 이혜영씨를 만났다. ‘반짝커피’는 부부의 사업장이다. 2층에서 초중고교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피아노, 우쿨렐레, 기타, 성악 등을 가르치는 ‘엔젤뮤직’을 운영하면서 그 아래 1층에서 커피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다.

 

남편은 테너, 부인은 소프라노… 남편 주석씨는 영남대 故정광 교수의 애제자

청도가 고향인 주석 씨는 청도 화양초, 모계중․고등학교, 영남대학교 성악과를 졸업(1996년)하고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재원이다. 부인 혜영씨도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신인 대구효성여자대학교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2000년대 초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소프라노로 알려져 있다.

주석 씨는 고등학교 시절 M방송국이 진행한 성악 경연대회에서 주말․월말 결선에 진출해 모두 ‘최우수상’을 수상, 당시 청도군에서는 유명인이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뚜렷한 배역을 얻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편의점 직원, 운전종사자, 신문지국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음악에서 멀어지고 있는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던 故정광 영남대교수(2021년 작고)를 비롯해 일찍부터 성악가의 길을 터준 고교 은사, 음악 관계자, 선후배, 지인들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자비로 유학 생활… 아르바이트로 학비, 생활비 벌어

주석 씨는 1996년 1월에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이탈리아어 공부로 유학을 시작해 그해 11월에 로마로 건너가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그 즈음 IMF가 터졌다. 애초에 순전히 자비로 유학 생활을 하던 그로서는 현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관광 가이드를 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상황에서 한국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할수 없어서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방학 기간에는 더 많은 돈 을 벌기 위해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학비 벌이에 매달렸다. 그의 아르바이트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홀세일 창고에서 창고 일과 배달, 쇼핑백 판매상, 이탈리아에서는 그의 아내는 바티칸 근처에서 기념품 가게 점원으로 그는 관광가이드 등으로 유학 공부를 어렵게 이어 갔다.

그는 “유학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일이자 가장 잘한 일은 단연 부인 혜영씨와의 만남과 결혼”이라고 고백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했던 ‘한국유학생들 모임회’에서 지인으로부터 혜영씨를 소개받았다. 2002년 7월 첫 만남 이후 혜영 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갔으나 적극적인 데쉬(dash)로 만남 4개월만인 그해 11월 결혼에 골인했다.

 

부모님 두분 임종 못 지켜… 귀국 후 ‘후학 양성’ 결심!

결혼 2년째에 고향에서 비보가 들려왔다. 청도에 있던 어머니가 별세했단 소식이었다. 이탈리아 유학 2년 차에 맞이했던 아버님과의 사별과 함께 부모님의 임종을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어 귀국을 결심했다.

고심이 컸다. 만 9년 6개월간의 이탈리아 유학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어머님의 임종과 함께 갑작스레 이뤄진 귀국이었다. 가장으로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는 “유학 결심보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예상 대로 고생길이 열렸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후배의 도움으로 성남시 분당에서 파스타 식당을 운영하면서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간간히 오페라 조역으로 무대에 섰다. 대구 수성구에서 파스타 전문 식당을 열기도 했으나 아들을 포함한 3명의 가족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었다. 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귀향을 결심한 계기였다. 부부의 청도군 고향사랑 재능기부 음악활동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34세 테너와 29세 소프라노가 먼 이국 이탈리아에서 첫 만남에서 결혼으로 이어진지 6년 만이었다.

 

40대 젊은 나이로 고향 청도에 귀향… 재능기부, 지역 예술 발전에 기여

그렇게 40대에 청도로 이주해 지금은 고향에서 존경받는 음악 선생님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기자가 학원을 방문한 날, 남자 초등학생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자랑했다. 마치 친부모를 대하는 듯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시간이 여섯 시를 넘어가자 ‘반짝커피’ 창밖으로 합창 공부를 위해 단원들이 여기저기서 한두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갖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라 단원들 저마다 밝은 얼굴이었다. 안부를 묻는 그들의 손에는 정성껏 마련해온 음식들이 들려있다. 농원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서 가져온 딸기, 손수 장만한 떡과 케익, 치킨, 과일, 음료수 등이었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만으로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주석 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이들 합창단을 창단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역민을 위한 재능기부 음악교실로 현재 단원은 총 19명이다. 합창단으로의 규모를 제대로 갖추려면 단원이 최소 25명~30명이 되어야 하고 남녀 비율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부부는 “아직 빈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주석 씨는 고향 청도로의 귀향할 무렵부터 청도군 기독연합합창단 창단, 사)한국음악협회 청도군지부 창단, 청도싱그린소년소녀합창단 창단, 청도 새마을 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하였고 현재는 사)한국예총 청도지회 부지회장, 사)한국음악협회 경북도지회 부지회장, 사)한국음악협회 청도군지부장을 맡아 청도군 예술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로 ‘합창단’ 구성… 미완의 실력, ‘행복 바이러스’ 넘쳐나

합창 수업은 ‘엔젤뮤직’에서 진행됐다. 합창단원 모두 도시와 농촌, 농장과 식당, 점포, 사무실 등에서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 일했던 만큼 그것을 스스로 보상해 주기위해 만들어 내는 화음은 사뭇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은 미완의 합창이지만 모두가 밝고 맑은 미소로 저마다 수업에 열심이었다.

연합합창단의 정식 명칭은 ‘안코라 죠바니(Ancora Giovani)’인데 이탈리아어로 ‘아직은 젊은이’라는 뜻으로 비록 몸은 중년에서 노년이지만 노래할 때 만큼은 마음과 열정이 아직 젊은이라는 의미이다. 합창단원으로 매전면에서 하우스 농사를 경영하고 있는 차선정 씨는 “부부가 새벽 4~5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농장 하우스에서 매일 힘든 농사일을 하다 보니 마음이 다소 피폐해지고 때로는 삶에 대한 회의도 일었는데, 합창단에 참여한 뒤로는 노래 부르는 날을 기다리면서 일을 해서 매일매일 긍정적인 ‘해피 바이러스’가 샘솟는 듯하다”고 말했다.

합창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구 씨는 “평생 대구에서 생활을 영위하다가 자녀들의 출가 이후 삼청(三淸)의 지역인 청도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며 “지역민들의 따뜻한 관심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지역민과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방향을 찾다가 연합합창단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 대표 연합합창단으로 성장 기대… 지역민 함께 하는 합창제 향해

합창 수업이 끝난 뒤 단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각자 가지고 온 음식으로 화합의 시간을 가진다. 주석 씨는 “합창단 활동으로 소속 단원 모두가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다”면서 “믿고 함께 해준 단원들의 노력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청도군연합합창단이 제대로 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한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부각할 수 있도록 제대로 키워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다.

“더 많은 지역민이 함께 동참해 지역을 대표하는 연합합창단으로써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합창제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청도군의 폭넓은 관심과 배려,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