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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물에 헤엄쳐 들어가 극단적선택 기도자 구조한 열혈 경찰관

  • 입력 2023.06.08 09:00
  • 수정 2023.06.22 18:27
  • 기자명 권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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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선택 기도자 신고받고 직감적으로 안동댐으로 차 몰아 

 발견했을 땐 이미 물 속에 뛰어들어 의식이 희미한 상태

 경찰관이 구명환을 어깨에 메고 헤엄쳐 들어가 구조에 성공 

“평소 다양한 응급구조 배웠고 취미로 수영 즐겨”

 

안동경찰서 역전지구대 김영희 경장
안동경찰서 역전지구대 김영희 경장

“어머니가 연락이 안 돼요. 죽으러 간다고 말하고 사라졌어요.”

오후 8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울증이 있는 중년 여성 한 명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신고였다. 휴대폰으로 위치를 확인한 결과 안동시 상아동 소재 안동 보조댐 인근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즉각 보조댐으로 출동했다. 여성이 이미 물에 몸을 던진 뒤였다. 구명환을 던졌으나 여성은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잡지 못했다. 출동한 경찰관 중 한 명이 시커먼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10미터 가량을 헤엄친 끝에 여성을 무사히 구조해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물속에서 허우적

화제의 주인공은 안동경찰서 역전지구대 김영희 경장(38). 김 경장은 지난 15일 밤 8시 22분께 안동경찰서 역전지구대로 신고된 112 신고를 접수했다. ‘우울증 있는 어머니가 죽으러 간다는 말을 했다’는 신고자의 말에 직감적으로 안동댐 인근으로 차를 돌렸다.

안동경찰서 역전지구대 4팀 소속 근무자들이 신고자의 어머니를 발견한 곳은 낙강물길공원 인근의 물가였다. 그녀의 소유로 보이는 가방과 신발을 발견했으나 물건의 주인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물가 주변을 면밀히 수색하던 중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극단적 선택 기도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물 속에서 가라앉았다가 올라왔다를 반복하는 상황이었다. 인근 구명보관함에 있던 구명환을 던져주었으나 힘이 빠져 구명환을 잡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1분 1초를 다투는 긴장된 시간이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김 경장이 상의와 신발을 벗고 순찰차에 구비하고 있던 구명환을 들고 물에 뛰어들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하면 생명을 구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경장은 약 10m 가량 헤엄쳐 들어가 힘이 빠져 물에 잠기고 있는 요구조자를 구조해 물 밖으로 데려 나왔다.

 

“평소 다양한 응급구조 익혀... 수영은 취미로”

이때 구조된 여성이 저체온 증세를 보이자 김 경장이 구조자를 119가 도착할 때까지 몸을 마시지하면서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이후 구급차에 실어 안동병원 응급실로 후송해 소중한 인명을 구조했다. 2016년도 경찰에 첫발을 디딘 김 경장은 평소 궂은일이나 어려운 일에 앞장서고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모범 경찰로 소문이 자자했다.

김 경장은 “순간적인 판단이 모두 맞아떨어져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직감으로 안동댐 방향으로 순찰차를 몰았는데 예상이 적중했고, 또한 수심 20m가 넘는 물속에서 구명환도 잡지 못할 만큼 기진맥진한 여성을 보면서 이대로 있다면 큰일나겠단 생각에 장고 없이 상의를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는데, 이 판단 역시 주효했다”면서 “판단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결국 큰 사고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응급처치술을 비롯한 다양한 응급구조를 배우면서 취미로 즐기던 수영 솜씨도 발휘해 귀중한 시민의 생명도 구하고 동료들로부터 칭찬도 받아 경찰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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