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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들어 머리에 올리면
‘살아서 무병장수 죽어서 극락’

3년만에 열린 청도읍성예술제 답사기

  • 입력 2023.05.31 09:00
  • 수정 2023.12.31 11:16
  • 기자명 윤주용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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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읍성예술제 '읍성 밟기'. 만장 깃발을 앞 세우고 일렬로 읍성 성곽을 밟아온 농악단 선두가 연못을 돌고 있다.
청도읍성예술제 '읍성 밟기'. 만장 깃발을 앞 세우고 일렬로 읍성 성곽을 밟아온 농악단 선두가 연못을 돌고 있다.

청도 가는 길

긴 겨울 끝에 초록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니 새로운 계절 봄은 소리 없이 또 곁에 왔는가 보다. 봄꽃 개화 시기가 예년에 비해 일주일 이상 앞당겨졌다 하니, 3월 말에 벌써 벚꽃, 개나리는 화려함을 내려놓았다. 그 빈 자리엔 분홍빛 철쭉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매년 개화 시기가 조금씩 빨라지는 것은 좋은 기후 현상은 아닐진대…….

경상북도 청도 하면 먼저 연상되는 것은 소 싸움, 새마을운동 발상지, 운문사 등이다. 곳곳에 숨겨진 비경이 많은 고장이다. 그리하여 청도는 산천청려(山川淸麗) 대도사통(大道四通)이라고 했다. ‘산수가 맑고 아름다우며 큰길이 사방으로 나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뜻이다.

4월8일 출사

오전 일찍 길을 나섰다. 청도에서 팬데믹으로 인하여 미루어 온 ‘청도 예술제’가 3년 만에 개최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읍성 밟기’ 하이라이트 장면의 사진을 찍기 위하여 출사를 하는 날이다. 출사하는 날은 설렘을 가지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 항상 출사지 도착 예정 시간보다 두세 시간 일찍 출발을 한다. 오늘의 출사지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이 프레임에 담겨질지 궁금하고 또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대구 도심을 벗어나 가창으로 향하는 30번 국도로 나오니 겨울을 갓 지난 들판은 아직 조용하고 한가롭다. 곧 논밭을 매기 시작하여 파종과 모내기, 물대기 등으로 바빠질 것이다.

청도읍성을 가자면 팔조령을 넘어야 한다. 팔조령 터널로 진입하면 빠르게 청도 이서에 닿지만, 오늘은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합쳐 팔조령 터널로 진입하지 않고 팔조령 옛길로 방향을 잡는다.

작년 10월 청도 적천사 수령 800년 은행나무를 찍으러 갈 때도 팔조령을 택하였으니, 6개월 만에 다시 옛길로 향한다. 터널이 개통하기 전에는 이 옛길로 다녔다. 고개를 넘으며 옛 추억도 떠올리고, 꼬불꼬불한 옛길만의 조망도 좋다. 예상대로 아주 조용하다. 도로변 옆에는 아직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아주 천천히 올라가는 중에 한 무리의 자전거 라이딩 그룹이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작게 경적을 울려 준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정상까지만 올라서면 꼬불꼬불한 내리막길에 엄청 속력이 날 것이다. ‘위험하지 않나?’ 혼자만의 걱정을 하면서 느긋하게 내려간다.

팔조령 옛길은 예로부터 산세가 험하여 산적 떼가 자주 출몰했다. 여덟 사람이 함께 모여야 넘을 수 있다 하여 도울 조(助)자를 써서 팔조령(八助嶺)이라고 했다고전한다.

팔조령을 넘어서면 청도 이서면이다. 조그만 면(面)에 청도 박물관과 한국코미디타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십여 년 전에 모 개그맨이 청도 풍각에 만든 철가방코미디극장(현재 폐쇄)과는 관련이 없는 건물이다.

이곳을 뒤로 하고 화양읍 쪽으로 좌회전 하면 연못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군자정. 이 정자가 자리잡은 연못이 유등연지이다. 유등연지 전역이 사유지이다. 고성 이씨 모헌공 종중에서 관리한다. 고성 이씨 세거지 비석이 서 있다.필자가 사진에 입문하기 전 낚시를 몇 번 하였던 곳으로 여름이면 못 전역에 연꽃이피어 장관을 이룬다.

정자와 연꽃

뚝방 길로 산책하면 멋진 포토존으로 그 풍경에 지나는 길손을 붙잡는 곳이다. 정자에 걸터앉아 십여 분 멍때린다. 이런 맛에 홀로 출사를 다닌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정해진 시간도 없이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아니 온 듯 떠나면 그만. 혼자 다니는 자만의 특권이다.

유등연지에서 청도읍성이 있는 화양읍으로 가기 전 청도천 유등교 앞에서 좌측으로 1km 들어가면 혼신지 연못이 나온다. 겨울 연잎이 다 삭았을 때 얼음이 얼기 전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림을 맞닥트리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준 기하학적 문양을 렌즈에 담을 수 있다.

유등교를 건너 1.5km, 오늘의 목적지 청도 읍성이다. 멀리 행사용 에드벌룬과 릴레이 연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좋아 하늘에 멋지게 올라가 있다.

오늘 청도읍성예술제의 핵심인 읍성 밟기,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 부분을 찍기 위하여 읍성 위에서도 최적의 장소에 세팅을 해둔다. 메인 무대는 공연 무대가 설치된 동문 바깥쪽이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다.

읍성 밟기 행사를 끝으로 폐막

축하공연 중 무용만 잠깐 구경한 후 카메라를 세팅해 놓은 장소로 이동한다. ‘청도예술제’ 핵심인 읍성 밟기(사진 찍는 사람 기준)행사 진행을 요약하면 오후 1시 10분에 동문에서 만장깃발을 앞 세우고 화양읍 농악단 선두로 초대손님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부녀자, 일반인 순으로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밟는다. 그렇게 250여 m를 걸어와 북문으로 내려온 후 태극문양의 연못을 한 바퀴 돌아 빠져나가면 읍성 밟기 행사는 끝이다.

청도 읍성 밟기는 경북 기념물103호로 지정됐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길을 밟으면 무병 장수하고 저승길에 극락문에 도달한다’는 전설이 있다.

청도 운문사 북대암에서 당겨본 윤문사의 전각들.
청도 운문사 북대암에서 당겨본 윤문사의 전각들.

 

청도읍성예술제 축하 무용 공연.
청도읍성예술제 축하 무용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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