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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외일보 1927년 7월 31일자 첫 보도 절전 홍보 내용 왜곡…2016년부터 사라져

가짜뉴스 이야기
‘선풍기 바람으로 저체온증 사망’ 기사

  • 입력 2023.04.01 00:00
  • 수정 2023.05.12 10:4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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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외일보 1927년 7월 31일자 '신긔하다는 전기부채의 해' 기사. '선풍기'라는 말이 나오기 전이라 '전기부채'라고 표현했다.
중외일보 1927년 7월 31일자 '신긔하다는 전기부채의 해' 기사. '선풍기'라는 말이 나오기 전이라 '전기부채'라고 표현했다.

 

괴담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고 공포나 호기심을 합리적으로 자극한다. 투탕카멘의 저주, 외과용 메스나 마취 없이 환자의 몸에 무언가를 넣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외과수술, 비밀 기지에 보관된 인간을 닮은 외계인 부검 이야기, 로스웰 UFO 추락 등은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에는 신종 전화 결제 사기 수법, 휴대폰 전화를 받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되는 악성코드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괴담이 소셜 미디어와 문자 등으로 나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이 믿고 있는 ‘선풍기 사망 괴담fandeath’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는 핏자국으로 물든 선풍기 삽화까지 등장했다.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었다 저산소증으로 인해 질식사했다” 라는 기사는 1920년대부터 국내 언론에 보도에 되었다. 선풍기 괴담의 원인은 전기 낭비를 줄이기 위한 홍보아이디어를 1920년대 언론이 과학적 위험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927년 《중외일보中外日報》는 ‘신기한 전기부채의 해악’을 전기료 절감이라는 계몽의 목적에서 설명했다. 선풍기 앞의 공기는 맴돌게 되어 일부 진공이 생기게 되므로 잘못되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중외일보 1927년 7월 31일자)

1920년대에는 2,000만 명의 국민들 중 80퍼센트가 문맹이었기 때문에 신문에 실린 선풍기 괴담은 일부의 교육받은 독자들에게만 전달되었다.(“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 ⑴ 문맹퇴치 운동”,《동아일보》 2009.10.19.) 그러나 1935년에는 선풍기를 켜놓고 잠들면 죽을 수 있다는 설로 확대되었다.(연재소설 ‘밀림’ 29회,《동아일보》 1935.10.31.) 1980년대 여름밤에 의문의 변사가 발생하자 TV 뉴스 방송 앵커는 선풍기 바람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2007년에는 골방에 모여 선풍기 바람으로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선풍기 사망 괴담은 그럴듯하지만 선풍기 바람 때문에 공기 중 산소량 자체가 갑자기 줄거나 산소 농도가 변하지는 않는다. 선풍기 바람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으로 숨진다는 설명도 있지만, 체온이 떨어져 죽음에 이르려면 체온이 8도는 떨어져야 한다. 여름철에 날씨 자체가 변할 수는 있어도 선풍기만으로 체온이 8도나 떨어지는 건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선풍기 괴담은 의학 전문 기자들이 바로잡으면서 공식적 보도에서 사라졌다.

[자료 출처] 《가짜뉴스의 고고학》, 최은창, 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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