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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며 깨닫는 삶의 이치

귀농일기
김희수•차선정 부부(하담원)

  • 입력 2023.04.17 09:00
  • 수정 2023.04.17 09:18
  • 기자명 차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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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땅 속에서 꿈틀꿈틀 

나무 속에서 간질간질 

하늘 끝에서 나른나른 

온 세상의 기운을 받아 

수줍은 듯 빼꼼히 

고개 내미는 4월 

분주하게 화려한 4월

하늘담은 농원의 4월은 긴장의 연속이다.

겨울을 이어 봄까지 딸기 수확은 계속되고, 3월부터 새로 시작하는 딸기 모종농사를 더하고 또 3월에 정식한 메론이 제법 자라서 순 정리를 한창 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에 딸기밭, 딸기모종밭, 애플망고, 체리 등을 둘러보면 1~2시간은금세 지나간다. 하나라도 점검하지 않으면 농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결과로 말을 하므로, 놓치는 것이 없도록 바짝 긴장을 한다.귀농 초기에는 딸기 농사를 하고 후작으로 메론 농사를 지었다. 딸기, 멜론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좋아 소매의 비중도 높아지며 소득도 높아갔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딸기를 10년~20년 뒤에도 여기에서 이와 같은 맛을 만들어 낼 수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하여 새로운 품목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이 많이 가는 과채류 농사를 짓다 보니 손이 조금이라도 덜 가는 과 수농사를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애플망고였다.

애플망고 농사를 짓기로 결정하고는 먼저 농사를 짓고 있는 전라도의 어느 농가를멘토로 하여 몇 번이고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다. 그 후에 확신이 들어서 150평 규모의 작은 하우스에 애플망고를 심었다. 그리고 책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고“ 농업과학도서관”에서 전자 도서로 읽어야 했다. 망고 책의 저자를 보니 “제주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라는 국가 기관의 소속 박사님들이었다. 그래서 애플망고 담당자와통화하여 ‘애플망고나무를 심어놓았는데 박사님을 만나 뵙고 망고에 대해서 배우고싶다’라고 하니 흔쾌히 약속 날짜를 잡아주셨다. 처음에는 아이들 둘을 다 데리고 남편과 함께 가서 애플망고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여쭤보며 공부하였고, 이후로도 제주도 첫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저녁 비행기 타고 오는 강행군을 하면서 애플망고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론적으로 이해했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잘 적용이 안 되었지만, 직접 나무를 키우고 꽃을 가꾸며 열매를 따면서 체득을 하니 이론을 결합시킬 수 있었다. 어떤 해는 잘못된 전정으로 망고 열매를 한 두 개만 딴 적도 있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7년차가 되니 애플망고 나무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2년 전에는 500평 규모의애플망고 하우스를 더 확장했다.

 딸기와 멜론에 대한 열정을 애플망고 나무에 나누다 보니, 다른 나무에도 관심을가지게 되는데 다음 열정의 대상은 체리나무였다.

사계절 끊이지 않는 먹거리가 있는 하늘담은 농원을 만들어보자는 남편의 의견에동의하여 겨울에서 봄까지는 딸기, 6월에는 체리, 7~8월에는 애플망고, 추석이 있는가을에는 멜론을 수확하는 것을 목표로 일 년 농사를 계획하였다. 이렇게 체리만 들어 오면 ‘끊이지 않는 먹거리’의 시스템은 완성되는 것이다.

체리를 목표로 수소문하여 멀지 않은 경주에서 삼대에 거쳐 체리 농사를 하는 농가를 소개받았다. 농가의 농장주는 처음 방문했을 때 매우 사무적으로 우리를 대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체리 나무가 잘 죽기도 하는 등 농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까지덧붙였다. 농장에 워낙 많은 사람이 오가며 농사짓는 시간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간략하게 대화를 하는 농장주의 마음은 이해되었다. 같이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하지만 체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 부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선생님으로 모시고바쁜 딸기 작기 중에라도 몇 번이나 찾아갔다. 또 바쁜 체리 수확기에도 방문해서 잠시라도 나무를 보면서 작은 것이라도 배웠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묻고 하니 지금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체리 나무에 필요한 약을 부탁했더니 직접 가지고 와서 설명해주고는 차 한잔 마시고 갔다.

600평으로 시작한 체리 나무는 작년에 식재한 것까지 합해서 2천 평으로 규모가늘어났다.

체리를 처음으로 수확할 때 체리를 딸 수가 없었다. 빛깔과 모양이 정말 예뻐서 따기 아까웠다. 체리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작년까지는 전량 소매로 판매했다. 작년보다 나무가 더 커지면서 체리 수량도 늘어나 전량 소매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가 되면 또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품목이 다양하고 규모도 작지 않은 농장이라 철저한 계획과 준비, 실행력이 없으면타격도 크기 때문에 4월에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한 해를 시작하는 각각의 농작물에 관심을 가지고 제때에 맞추어 손길이 가야 한다. 관심과 손길이 가는 만큼 큰결실로 답을 하고, 자칫 소홀하여 때를 놓치면 그보다 몇 갑절의 손해로 답을 한다. 

아이를 키울 때도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성을 쏟으면 쏟는 만큼좋은 결과가 있지만, 조금만 소홀하면 그보다 훨씬 많이 잃어버리는 것이 사람의 관계인 것 같다.

 농사를 지으면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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