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만우절 장난 전화 ‘한통’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이유

  • 입력 2023.04.04 09:00
  • 수정 2023.05.08 16:35
  • 기자명 김광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형 경위(대구 달성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김태형 경위(대구 달성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만우절’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장난 전화’다. 경찰 내에서는 만우절 장난 전화가 만우절 못잖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구경찰청에 지난해 접수된 112신고는 총 87만7,392건으로 하루평균 2,400여건이다. 이중 최우선 긴급출동신고는 1년간 3,209건으로 하루평균 8.8건을 처리하고 있다.

대구 인구가 230여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따져보면 신고 건수가 많다고 할 수 없다. 만우절 장난 전화는 경찰청의 발신자추적 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신고 건수는 줄었다. 그럼에도 장난 전화 방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출동하는 경찰관을 당황하게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이한 점은 허위신고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허위신고 때문에 정작 1~2초가 급한 이들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위신고가 줄었음에도 피해가 오히려 커진 데는 경찰의 치안 활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과거 경찰은 범죄진압과 검거와 단속에 치중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 단속과 진압보다 잠재적 범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치안서비스를 강화했다. 현재 112신고를 하는 순간부터 평균 10분 내에 모든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 경찰의 112신고 시스템은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있다. 112신고를 하면 상황실에서는 접수된 신고 중 사안에 따라 강력범죄(코드 0~2), 경미한 사건(코드 3, 4)로 총 5단계로 분류한다. 사안의 경중 정도에 따라 지구대와 파출소, 112 순찰차로 연락이 간다. 여기에 가까운 경찰서의 형사팀·여성청소년수사팀·교통외근팀이 총동원되어 현장출동 및 초동 조치까지 취하게 된다. 현장 대응에 총력을 다한다.

실재 상황에서는 최적의 시스템이지만 단점도 크다. 허위신고 등으로 치안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안 부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112출동 건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이 같은 출동력 낭비로 인한 치안서비스 부재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대구경찰은 지난해 허위신고 264건에 대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허위신고자들이 벌금이나 형사입건이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허위신고는 많이 줄었지만 좀 더 교묘하게 변형되고 있다.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빌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허위로 도난신고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홧김에 전화를 하는 등의 황당한 사례도 빈번하다. 심지어는 112순찰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이들도 있어 정작 급한 출동에 지장을 겪는 일도 허다하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112신고와 치안서비스가 공공재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숙지해야 한다. 시민의식만 바꿔도 치안서비스가 흔들리거나 시민들이 잠재적 범죄에 노출되는 위험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만우절의 원래 취지는 각박한 일상에서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센스로 하루를 유쾌하게 보내자는 것이다. 빈대 잡는 재미 좀 보자고 초가삼간에 불을 지르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