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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숲 가꾸어 기후 위기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애써 심은 어린 나무 고사시키는 외래식물 박멸에 총력
나무 심기에 기업&시민 프로그램 통해 참여 가능
“2030년까지 국립공원내 온실가스 배출 제로가 목표”

  • 입력 2023.04.27 09:00
  • 수정 2023.05.08 16:37
  • 기자명 김성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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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봉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 주임
유성봉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 주임

 국립공원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에서 근부하는 유성봉 주임은 나무 심는 게 일이다. 외래식물과 잡초와 황폐해진 산에 나무와 토종식물을 심고 바깥에서 들어온 외래식물을 뿌리째 뽑는다. 지난해 2월 발령받은 뒤로 ‘2030 국립공원 탄소중립 정책’이라는 모토 아래 꾸역꾸역 산을 타고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국립공원 탄소중립 정책은 막대한 탄소 저장고인 국립공원 자연보전에 중점을 두고 국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 면서 “2030년까지 국립공원내 온실가스(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국립공원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야말로 ‘산 설고 물 선’ 곳이었다. 발령하자마자 근무지의 지리를 익히고 생태를 파악하는데 골몰했다.

"경주국립공원은 넓기도 넓지만 가꾸어야 할 곳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서 관리가 힘이 들고 예산도 부족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죠.”

8월 땡볕에 돼지풀 뽑으면서도 즐거웠던 이유

 그는 가장 훼손이 심한 암곡동과 봉길리에 나무를 심었다. 나머지 열 곳의 필지는 어느 정도 산림화가 진행되어 있어 크게 사람 손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 암곡동 일대는 과거 목장운영에서 비롯된 외래식물인 돼지풀과 덩굴식물이 많아 이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외래식물과 덩굴식물을 뽑아내지 않으면 애써 심은 나무들이 말라죽을 수도 있습니다.”

 암곡동 같은 경우 6월부터 8월 사이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시간 남짓 산을 올라 2m 넘게 자란 돼지풀을 뽑아냈다. 돼지풀을 뽑아낸 자리에 산국과 구절초를 심었다.  무더위에, 산행에, 가시 돋친 줄기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토함산지구 암곡동을 비롯해 대본지구 봉길리 일원 사유지를 매수한 8245㎡에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산갈나무 등 교목성 목본 268주, 생강나무, 진달래, 회양목 등 관목 및 초본류 800주를 심었다.

 자생식물 종자를 모으고 저장해서 유전자원이 사라지는 것을 예방하고, 생태 다양성을 유지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경주사무소에서는 지난해 신나무, 꽃창포 등 총 5종 12,165립의 자생식물의 씨앗을 거두었다. 훼손지 복원을 위한 유전자원 확보하는 한편, 턱개회나무, 참조팝나무 등 560주의 묘목을 심었다. 탄소를 흡수할 나무들이다.

 또한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2011년부터 국립공원 묘지 100여기를 이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접지역의 산립지역의 식생군락을 참고하여 12년 동안 소나무, 진달래 등의 나무 1만1640주를 심어 1만9125㎡에 이르는 이장지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 복원은 결국 우리 인간을 위한 일

 유 주임은 “그동안 자생식물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식재한 탄소흡수원 대상지에 대한 수목의 생장 수준과 토지피복 정도, 자생식물 및 외래식물 유입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미 구축한 대상지의 식생조사를 통해 탄소저장량을 조사 분석하여 탄소흡수량을 평가하고 후속 사업에 대한 기초자료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존 대상지에 다종묘목의 고밀도 식재와 자생종자 파종 등 다양한 식재기법을 도입하여 빠르게 자연숲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은 이같은 식재활동에 기업이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및 봉사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기업은 기부를 통해 자생식물 식재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개인은 자생식물 식재, 외래식물 제거 활동 등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유성봉 주임은 “말라버린 덩굴과 잡초로 황량했던 곳이 나무를 심은 뒤 푸른 숲으로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면서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산림을 원래의 자연으로 복원하여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돌려놓는 것은 결국엔 우리 인간을 위한 일이라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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