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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신비 가득 ‘삿갓송’ 보러 오세요!

수령 400년 ‘인고의 세월’ 버틴 ‘할배 소나무’
4월 푸른 신록의 계절 맞아 ‘힐링’ 장소로 각광

  • 입력 2023.04.03 09:00
  • 수정 2023.05.08 16:34
  • 기자명 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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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할배소나무
청도 할배소나무

 청도군 운문산 운문사는 560여 년 前(신라 진흥왕 21년) 신라 고승 보양(寶壤)이 대작갑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비구니들이 거주, 수양하는 절로 널리 알려진 운문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운문선사라 칭한 이후부터 운문사라 불린다. 이 운문사에는 절을 지키는 ‘할배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넓고 긴 가지를 아래로 드리운 천연기념물 제180호 처진소나무(수령 400년)다.

 고찰 운문사 입구에 자리 잡은 처진소나무는 건강하고 푸른 모습의 노거수로 수세(樹勢)가 좋고 반원형에 가까운 수형을 이루고 있어 매우 아름답다. 생물학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6년 8월 25일부터 국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처진소나무는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서 모습이 다른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먼저,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길게 뻗어서 마치 삿갓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삿갓송’이라고도 불린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도 매전면 동산리 처진소나무도 이에 속한다.

 또 다른 형태는 키가 크고 가지가 짧으면서 밑으로 늘어진 버들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유송(柳松)으로 강원도 창도군 장현리 북한 천연기념물 235호로 지정된 ‘창도 늘어진 소나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나무는 산발한 여인의 모습처럼 위쪽에 10여 개의 가지가 사방으로 늘어져 청도 동산리 처진소나무와는 형태가 약간 다르다.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400년 수령에도 아직까지 생육 활동은 양호하다. 나무 전체 크기는 높이 9.4m, 가슴 높이 줄기 둘레는 3.37m이며, 가지 늘어짐은 동쪽 8.4m, 서쪽 9.2m, 남쪽 10.3m, 북쪽 10m이다.

 나뭇가지가 밑으로 자라기 때문에 무게를 지탱할 많은 받침 기둥이 각 가지마다 떠받치고 있다. 얼굴이 지면에 닿을 위치에서 나무 위쪽으로 올려다 보면 그 웅장함과 함께 오랜 세월의 인고가 느껴진다. 노거수의 웅장·장엄함과 고개 숙인 그 겸손함에 심신의 힐링도 될 것 같다.

 키가 작고 밑동부터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소나무인 반송(盤松)으로 오인하기도 했으나, 높이 9.4m에 가지가 3m 이상에서 사방으로 퍼지면서 밑으로 처지기 때문에 처진 소나무로 대접받는다.

 고목(古木)이나 거목(巨木) 등에는 많은 전설이 전해지듯이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도 삽목 전설이 있다. 삽목 전설은 고승이나 그 시대의 유명한 인물들이 지팡이나 볼품없는 나뭇가지 등을 땅에 꽂아 거목 또는 고목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뜻한다.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도 그 유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옛날 호거산(虎踞山) 운문사 뜰 평탄한 곳에 한 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뒤 소나무가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또 어느 고승이 시든 소나무 가지를 땅에 꽂아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은 오랜 세월을 스님들의 염불소리를 듣고, 도를 닦아 스스로를 낮추는 ‘선정에 든 나무’로 영접한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음력 삼월 삼짇날이 되면 막걸리 12말(126ℓ)에 물 12말을 타서 나무 둘레에 뿌려주는 ‘처진 소나무 막걸리 먹이기’를 펼친다고 한다. 실제로 막걸리는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소나무가 막걸리를 마시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임진왜란과 6·25 전쟁 때에도 칡넝쿨에 감겨 있어 불길의 재앙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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