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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 4월마다 나타나는 양치기들,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허위신고는 줄었지만 치안서비스 부재로 인한 피해는 점점 커져
대구달성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 김태형

  • 입력 2023.03.27 17:51
  • 수정 2023.03.28 10:17
  • 기자명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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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대구 달서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가 허위신고 발생과 관련, 경찰의 출동 사례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태형 대구 달성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가 허위신고 발생과 관련, 경찰의 출동 사례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달력에서도 찾을 수 없는 4월1일 만우절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장난전화’다. 경찰 내에서는 만우절 장난전화가 만우절의 기원 못지 않게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지난해 접수된 112신고는 총 87만7,392건으로 하루평균 2,400여건이다. 이중 최우선 긴급출동신고는 1년간 3,209건으로 하루평균 8.8건을 처리하고 있다. 대구시 인구가 230여만명에 이른 것을 따져보면 신고건수가 매우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우절 장난전화는 경찰청의 발신자추적 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신고 건수는 줄었지만 장난전화 방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출동하는 경찰관을 당황하게 하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점은 허위신고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황당한 사례로 인해 출동 경찰관들의 혀를 내차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신고로 때문에 정작 시간적 촉각을 다투는 이들의 목을 죄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허위신고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이유는 경찰의 바뀐 패러다임의 영향이 크다. 과거 경찰은 범죄진압과 검거와 단속에 치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범죄진압과 더불어 국민의 치안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다가가면서 이미지 개혁은 물론 국민들에게 한층 더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단속과 진압보다 범죄예방과 더불어 잠재적 범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치안서비스가 강화되면서 단속과 예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경찰서비스로 인한 시스템이 고착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범죄진압에 치중하는 것보다 경찰인력이 몇배나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데다 즉각적인 경찰 대응이 가능하다. 게다가 범죄진압은 물론 예방효과까지 볼 수 있어 현재 시스템은 경찰 에서도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112 신고를 하는 순간부터 평균 10분 내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한 치안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경찰의 112신고 시스템은 단계별로 세분화해 치안서비스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 112신고를 하면 대구경찰청 112상황실에서는 접수된 신고 중 사안에 따라 강력범죄(코드 0~2), 경미한 사건(코드 3, 4)로 총 5단계로 분류한다. 신고사안 경중에 따라 지구대와 파출소, 112순찰차는 기본에다 가까운 경찰서의 형사팀·여성청소년수사팀·교통외근 등이 총 동원되어 현장출동 및 초동고치까지 취하는 등 현장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최적의 시스템이지만 단점도 크다.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지만 허위신고나 치안 부재로 인한 상황이 생길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치안서비스를 받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인원으로 가장 이상적인 효율을 낼 수 있는 대신 공백이 생기거나 잘못된 출동을 할 경우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출동이나 범죄진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안 부재 우려가 높은 지역이나 112출동 건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이같은 출동력 낭비로 인한 치안서비스 부재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대구경찰은 지난해 고의적이고 막대한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는 허위신고 264건에 대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허위신고자들이 벌금이나 형사입건이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허위신고는 많이 줄었지만 좀더 교묘하게 변형되고 있다.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빌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허위로 도난신고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홧김에 전화를 하는 등의 황당한 사례도 빈번하다. 심지어는 112순찰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이들도 있어 정작 급한 출동에 지장을 겪는 일도 허다하다. 

 

최적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보완책은 성숙한 시민의식

이러한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단점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점은 시민 모두가 112신고와 치안서비스는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사실을 숙지하는 것이다. 시민의식만 바꿔도 최고의 치안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다 잠재적 범죄예방까지 누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점이다. 

만우절의 원래 목적은 각박한 일상에서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센스로 유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인 것임을 숙지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벗어난 첫 4월1일을 맞아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관련없이 잘생긴 사람들은 노마스크를 해도 단속이라는 유쾌한 거짓말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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