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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발자국·빙계계곡·금성산 등 12곳 연계 국가지질공원 신청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등 ‘보존과 활용’ 두 과녘 겨냥
작년 최종 후보지에 선정돼
소멸 위기 지역에서 ‘지질 관광’ 1번지로 변신 중

  • 입력 2023.03.17 16:54
  • 기자명 김윤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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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가장 오래된 사화산인 의성 금성산. 약 7,000만 년 전 퇴적암을 뚫고 분출한 화산체로, 이때 나온 용암과 화산재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질명소다.(사진 제공=의성군)
국내서 가장 오래된 사화산인 의성 금성산. 약 7,000만 년 전 퇴적암을 뚫고 분출한 화산체로, 이때 나온 용암과 화산재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질명소다.(사진 제공=의성군)

 

의성 금성산(531m)은 관문의 형세다. 지척의 비봉산(671m)과 함께 의성평야 남동쪽 자락을 막아서다 열어준다. 의성 읍내서 바라보는 금성산은 팔공산과 대구를 거의 직선으로 잇는다. 산 정상서 왼쪽 2.7km 지점으로 28번 국도가, 11km쯤에는 중앙고속도로와 5번 국도가 각각 종축으로 내달린다. 군 인구 5만의 소읍에 솟은 산의내력은 만만치 않다.

 

‘백악기 화산 칼데라’ 금성산

금성산은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 지형이다. 마그마가 분출해 빈 마그마 방이 무너지면서 침강·함몰했다. 의성 평야는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암층(경상분지 의성지괴)인데 금성산은 이를 뚫고 분출한 용암인 현무암·유문암질이다. 주변과는 확연히 색다른 지형이다. 규모에서 백두산, 한라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산이었던 금성산은 중생대 백악기 말 활발한 화산 활동(네 차례 이상)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금성산 일대의 퇴적암과 화산암은 백악기 경상분지의 발달사를 고스란히 기록하고있다는 점에서 빼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다. 중생대 백악기와 관련해 천혜의 지질·생태·문화·체험 관광지다. 아는 사람들은 즐겨 찾는 숨은 명소다.

금성산은 또한 삼한시대 조문국(召文國)의 근거지였다. 조문국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 영역으로 남아 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조문국은 금성산 등성이를 따라 길이 2,730m, 높이 4m의 금성산성을 짓고 이 곳을 통치했다. 금성산~비봉산 등산로 따라 용문바위, 흔들바위, 조문전망암, 아들딸바위, 동굴, 솟대바위, 여인의 턱 바위 들이 산재해 있다. 계곡 끝 무렵에는 수정사가 반긴다. 금성산서남 자락에는 웅장함과 단정함, 절묘한 균형미를 갖춘 국보 탑리 오층석탑이 있다.

 

‘8월에도 얼음’ 빙계계곡, 공룡발자국

의성의 지질·생태 등 관광지로 빙계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연평균 영하 0.3°C ~ 영하 0.5°C, 2월말에서 8월말까지 얼음이 유지돼 밀양 얼음골보다 빙혈의 결빙기간이길다. 반면 온혈은 12월에 외부 기온에 비해 평균 16.6°C, 최대 27°C 차이를 기록할 정도로 연중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계곡명소다. 

빙계계곡은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병풍처럼 둘러친 수십m 깎아지른 절벽과 계곡물이 시원하다. 용추(龍湫), 물레방아(水礁), 풍혈(風穴), 어진바위(仁巖), 의각(義閣), 석탑(石塔), 빙혈(氷穴), 부처막(佛頂)으로 이어지는 빙계팔경 등 볼거리가 많다. 계곡에는 보물 빙산사지오층석탑과 빙계서원이 있다.

의성의 또 다른 지질 명소는 공룡발자국이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에는1,600 ㎡의 좁은 지역에 300여 개의 공룡발자국이 있다. 국내서 매우 드문 고밀도 화석 산지다. 1989년 여름 산사태로 공룡발자국 산지를 덮고 있던 토사가 쓸려 나가면서 발견됐다. 1993년 국내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었다.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발자국 화석을 포함한다. 국내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의 대부분은 조각류 발자국인데 이곳의 공룡발자국 75% 이상은 용각류여서 특이하다. 1억 년 전 공룡의 행동 양상과 생활 방식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귀중한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떠오르는 의성국가지질공원

이뿐이 아니다. 안계분지, 쌍호리 퇴적층,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석탑리 누룩바위, 치선리 베틀바위, 점곡퇴적층, 의성 구산동응회암, 의성 스트로마톨라이트 등도 지질명소다. 빙계계곡과 금성산을 포함 모두 12곳이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둘러싸인 의성군이 이들 12곳을 연계해 의성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에 나섰다. ‘생태 도시의 진면목’, ‘생태 관광(지오투어리즘) 1번지’ 의성으로 거듭나려는 의욕적 시도다. 의성국가지질공원의 추진 범위는 의성군 전체(1,174.68㎢)로 12개소의 지질명소를 포함한다. 의성지질공원은 중생대 백악기에 지금의 경상남북도 일원에 존재한 한반도에서 가장 큰 호수(경상퇴적분지)의 중심으로, 영남의 지역 근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생대 백악기의 대표 지질공원이다.

의성군은 지난해 6월 후보지 심사에서 통과해 국가지질공원 최종 후보지에 올랐다. 올해 안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마친다는 목표다. 군은 지구과학적 중요 지역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지질·지형 유산과 문화·역사·고고·생물 유산을 보존해 이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지질공원은 경상지역 지질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중생대 백악기 공룡 화석산지, 화산지형 등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다양한 지역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우수한 지역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활용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의성국가지질공원은 의성군이 대구·경북 대표 관광도시로 도약해 지방 소멸 위기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주민 주도형 자치 기반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발점이 되리라고 본다. 조속한 인증 추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성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중생대 백악기 점토질 퇴적암(이암 내지 실트암)으로 이뤄졌고 상하부 암석은 사암이다. 환경부 조사(2017년)에서 지질유산 발굴 및 가치평가 연구 I등급(세계급)으로 인정받은 지질명소다.
의성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중생대 백악기 점토질 퇴적암(이암 내지 실트암)으로 이뤄졌고 상하부 암석은 사암이다. 환경부 조사(2017년)에서 지질유산 발굴 및 가치평가 연구 I등급(세계급)으로 인정받은 지질명소다.

 

의성지질공원의 지질·지형 특징

△ 퇴적암과 퇴적구조 = 큰 호수로 들어가는 하천의 발달은 이암, 셰일, 사암, 역암 등 다양한 쇄설성 퇴적암을 생성했고 건열, 연흔 등 퇴적구조를 만들어 다양한 지질상 볼거리를 제공한다.

△ 생명체의 흔적, 화석 = 약 1억 년 전 호수 주변에 살았던 공룡, 시아노박테리아 흔적은 화석으로 남아 당시 그들의 습성이나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 현장 체험 학습장으로 맞춤이다.

△ 격렬한 화산활동, 칼데라 = 약 7천만 년 전 격렬한 화산활동 결과 금성산 일대에 거대 칼데라 지형이 만들어졌다. 금성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중의 하나다.

△ 생태·역사·고고·문화적 가치 = 의성지질공원에는 왜가리 서식지, 붉은점모시나비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자원과 고인돌, 고분군, 사찰, 석탑, 불상, 고택 등 다양한 역사·고고·문화자원이 산재하고 있다. 환경부 멸종 위기종인 붉은점모시나비의 화려한 자태를 상상하게 한다.

△ 심벌 마크 = 중생대 백악기 공룡발자국와 화산활동 등 지질학적 특징과 함께 의성의 대표 농특산물인 마늘, 사람(지역 주민과 탐방객)을 상징한 심벌 마크는 지질·지형·생태·문화·역사적으로 다양한 재미를 준다.

지질공원의 개념

자연공원법(제2조)에 따르면, 지질공원이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제36조의3에 따라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자연공원법 상 지질공원의 인증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지질공원이라는 이름 앞에 인증 주체를 밝혀 부르는 같은 이름이다.지질공원이 다른 자연 보호 제도와 다른점은 자연과 인간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개발 전략과 계획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지질정원은 ‘세계적인 지질 유산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후세를 위해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고, 생태학적·고고학적·문화적인 명소를 포함하며 경관이 아름답고, 교육과 관광을 통해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지리적으로 연결된 지역’이다. 4년마다 재심사한다.

 

지질공원의 역사

지질공원은 지질 유산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진 자연공원 제도다. 1991년 프랑스 디뉴레방(Digne-les-Bains)에서 유럽의 지질 전문가 100여 명이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지질 유산이 훼손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발표한 디뉴 선언(Digne Declaration, 일명 ‘지구 기억의 권리 선언’)은 지구와 사람의 기원·역사는 동일하다는 지질공원의 배경 철학을 담고 있다. 

1972년 11월 유네스코가 제17차 정기총회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하면서 지질유산에 대한 중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개념이 발전하여 1989년 국제지질연맹(IUGS)이 지질명소(geosite)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지질학계 인사들이 GGN 회의에 참석하면서 지질공원이라는 개념이 학계를 중심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2007년 아시아태평양지질공원네트워크(APGN)가 결성되면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준비에 나선 제주도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받았다. 현재 국내 국가지질공원은 울릉도·독도 등 13곳. 제주도에 이어 청송(2017), 무등산(2018), 한탄강(2020) 지질공원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소멸 위기서 회생” 지역민 바람

지무진 의성군 의원은 “우리나라 불의 기원인 금성산과 공룡발자국, 빙계계곡 등 숨어있는 관광자원이 지질공원 지정으로 세상에 알려지면 의성은 새로운 관광지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지금도 지역민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발견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으로 지역민의 애향심과 자긍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진(금성면 거주) 씨는 “의성 금성산은 한반도 3대 화산이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칼데라다. 의성은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의성국가지질공원은 기념비적인 자연사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질공원은 뭇생명의 터전인 지질·경관(지형)을 인류의 역사·문화와 함께 배우고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위기는 겹쳐 왔다. 기후 위기에 지방 소멸 위기다. 지역민들은 의성국가지질공원이 소멸 위기의 지자체가 천혜의 지질·경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새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활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성 효선리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미생물(남세균, 시아노박테리아)의 표면에 형성되는 점액질 생물막에물속 부유물이 달라붙어 생성된 생물 기원 퇴적구조이다. 여기는 접근성이 워낙 나쁜 곳이라 일반인의 관람 편의를 위해 조문국박물관에 실물 샘플이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의성군)
의성 효선리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미생물(남세균, 시아노박테리아)의 표면에 형성되는 점액질 생물막에물속 부유물이 달라붙어 생성된 생물 기원 퇴적구조이다. 여기는 접근성이 워낙 나쁜 곳이라 일반인의 관람 편의를 위해 조문국박물관에 실물 샘플이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의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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