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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60명 시골학교 학교 행사가 곧 마을 축제예요”

귀농일기 김희수•차선정 부부(하담원)

  • 입력 2023.03.17 16:41
  • 기자명 글 차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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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경쾌한 목속리로 ‘하트 뿅뿅’ 손 하트를 날리며 눈도 찡긋하는 딸아이.

 “학교 갔다 올게.” 

무색 무표정으로 낮은 톤의 목소리로 인사하는 아들.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만큼 인사 방법도 제각각이다. 길고도 지루한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 농사짓는 엄마로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이고, 아이들에게는 기대와 설렘의 3월이다.

겨우내 전투적으로 마라톤처럼 딸기 농사를 짓느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아이들도 덩달아 겨울방학 내내 청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과 농장을 오가거나 놀러 나간다면 기껏해야 청도 읍내에 갔다 오는 것인지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즐겁다. 그래서 오매불망 개학을 기다린다.

 큰아이는 7살, 작은 아이는 4살에 청도로 귀농하여 다음 해에 큰아이는 동산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입학생 수는 11명. 전교 학생 인원은 유치원 포함하여 60명 남짓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귀농인데, 막상 입학을 시키고 보니 잘한 것이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선택에 확신이 생겼다. 

 동산초등학교의 행사에 학부모 참여도는 세계 1위라 할 정도라 자부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잠시 일상을 뒤로하고 부모의 시선은 아이의 즐거움에 멈춘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기도 하고 축소가 되기도 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1년 중에 학부모와 함께하는 행사 중 두 개의 큰 행사가 있다.

봄에 하는 행사로 ‘효사랑 어울림 한마당’은 마을 잔치이다. 현재 부모 세대가 어렸을 때 했던 운동회처럼 마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아이, 학부모, 선생님 모두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다. 아이들끼리 하는 게임도 있고, 달리기도 있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경기도 있지만, 운동회에서의 꽃은 아빠들의 이어달리기로 대미를 장식한다. 몸은 40~50대, 마음은 10대의 모습으로 뛰면서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완주한 아빠들의 모습에 아이들은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하고, 달려가서 안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경기를 하는 동안 운동회에 참여한 마을 어른들을 위해 엄마들은 점심 준비를 한다. 운동장 구석 한켠에 큰 솥을 걸어놓고 멸치 육수를 끓여서 100인분의 국수를 끓여내기도 하고, 다른 해에는 그만큼의 소고기 국을 끓여서 운동회에 참여한 마을 어른들과 학부모 아이들과 같이 나누어 먹기도 했다. 학부모의 참여가 없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운동회의 모습이다. 선생님들께서 엄마들의 수고에 감사해하시며 “어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라고 물어오시면 엄마들은 한결같이 “힘들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잖아요”라고 말한다. 내 아이, 네 아이 없이 우리의 아이로 대하고 우리의 아이로 키우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학교의 풍경이다.

이렇게 부모가 내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할 것이리라. 

 가을에는 학예회와 함께하는 ‘어울림바자회’가 있다. 일반 바자회와 다름없이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쓰임새가 있는 물품들을 기증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물품을 기증받는다. 지역 특성상, 농산물, 농산물 가공품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색이다. 청도반시, 단감, 감말랭이, 대추, 복숭아통조림, 딸기잼 등. 그뿐만 아니라 배추김치, 무김치, 파김치, 고들빼기, 무말랭이 등 선생님들에게 인기 최고인 김치류, 반찬류와 식혜, 수제청, 호박죽도 있다.

또한 학예회와 바자회 날에 먹을 것이 빠지면 아이들이 섭섭하니 먹거리 장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묵꼬치. 떡볶이, 소떡소떡(소세지와 떡꼬치), 팝콘, 솜사탕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종류를 준비한다. 가을처럼 풍성한 바자회다.

 이 모든 먹거리들을 바자회 하루 전날, 장소가 비교적 넓은 하늘담은 농원에 학부모님들이 모여서 준비를 한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저녁에 모여 바자회를 준비하는 것이 힘은 들지만, 아이들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며 학부모로서의 끈끈한 유대감도 만들어진다. 때로는 선생님도 동참하여 준비를 도우면서 학부모와의 진심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바자회에는 동산초 학생뿐만 아니라, 바로 옆의 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관공서 직원들, 마을 주민들까지도 참석을 한다. 학교 행사이지만 마을 행사이기도 하다.

바자회날, 아이들의 눈은 유독 반짝반짝한다. 자신이 찜해 놓은 물품을 한발 늦어 다른 아이가 먼저 사 갔을까 걱정하며 생각해 놓은 물품 쪽으로 잽싸게 달려간다. 이날은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모두의 공식적인 군것질 날이며, 과소비의 날이다. 평소, 과소비를 권장하지 않지만, 이날 만큼은 친구들, 선생님들, 부모님들이 기증한 물품을 아이들이 소비하도록 권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물품 가격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하고, 군것질거리도 100원~2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아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용품, 반찬류 등을 구매하여 부모님께 선물하는 기쁨을 누리고, 또한, 간식거리도 사서 친구들과도 형제자매와도 나누어 먹는 즐거움도 느낀다.

이렇게 즐거운 바자회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매년 기부를 해오고 있으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선한 영향력을 알려준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질 것이리라.

 아이들이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어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진 ‘추억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큰아이가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행복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친구들 모두 같이 중학교에 올라가서 행복한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졸업하는 날이었다. 이 황금돼지띠의 아이들과 3년을 같이 하신 선생님께서 눈물을 보이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직도 귀에 메아리로 남아있다.

 “여태껏 교직생활을 하며 이렇게 좋은 아이들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못 만날 것 같아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훌륭한 부모님들도 처음이에요. 아이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또 후배들 이쁘게 키우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나 예쁘게 여겨주신 선생님께 부모님들이 감사해야 할 노릇인데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듣다니. 한 편으로는 부모님들의 노력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닿아있는 것 같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올해 작은아이도 큰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큰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에 입학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빠만큼 행복한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추억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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