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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하는 이유

  • 입력 2023.03.17 18: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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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지난달, KF-21이 음속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F-21은 한국이 설계에서 생산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투기다. 국산 전투기 개발 2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전투기는 전투 무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고가의 상품(수출품)이기도 하다. 국방도 국방이지만 경제적으로도 큰 성과다.

기계식 활과 화약, 그리고 한글

한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한다. 누구든 마음 먹고 하면 잘할 수 있지만 한국인은 특히 더 잘한다. 한중일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역사에 이미 그런 성과가 적지 않다. 신라의 기계식 활은 중국에서 기술을 빼앗고 싶어했을 정도로 뛰어났고, 화약도 제일 잘 만들었다. 세종 임금 때 신하들이 중국 사신들에게 폭죽 놀이를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화약 기술을 훔쳐갈까봐서였다. 임진왜란 때 전투선도 삼국 중에서 가장 조선이 가장 훌륭했다. 과거의 중국은 경제든 문화든 세계를 통틀어도 대단한 나라였다. 그런 면에서 신라나 조선의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만큼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마음 먹어서 가장 잘했던 것’의 결과물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한글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 대부분 자신만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한글만큼 훌륭한 문자는 없다. 가장 훌륭한 유산이자 미래 자산이다. 세종대왕 한 명의 지적 능력이 크게 작용했지만, 한국인의 오랜 지적 전통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의 나라, 일본은 ‘기’의 나라

중국을 보자면, 중국인들은 하나가 되기 힘들다. 무협지에서 중원을 재패하기 위해 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데 국가들도 꼭 그런 모양새였다. 강력한 중심 세력이 나머지는 틀어잡고 이끄는 형국이다. 청나라의 팔기군, 지금은 중국의 공산당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힘으로 봉합시킨 국가다. 그런 만큼 마음이 하나로 똘똘 뭉쳤을 때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도 한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잘한다. 한 일본인 학자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한국을 ‘이’의 나라, 일본을 ‘기’의 나라라고 했다. 이기론 할 때의 그 ‘이’와 ‘기’다. ‘이’의 나라인 한국은 하나의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반면, ‘기’의 일본은 현상적인 것, 혹은 특수성에 집중한다. 한국은 근본적인 합의점, 즉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거친다. 그래서 말이 많다. 그렇게 의견 일치의 순간 혹은 절대 다수가 함께 ‘마음을 먹는 순간’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수직적 통합의 사회’ 일본이 고전하는 이유

일본은 이런 식의 끈끈하고 뜨거운 통합이 없다. 일본은 스스로도 ‘수직적 통합의 사회’라고 분석한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전달되는 수직형 구조다. 리더의 지시에 절대 충성한다. 사무라이식이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긴다. 한때는 이것이 매우 효율적이었다. 70~80년대 일본의 사무라이 경제 시스템은 미국마저 긴장시켰다.

3월에 세계야구대회가 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일본팀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리더의 존재였다. 선수들 중에 리더가 있어야 팀이 잘 굴러간다고 강조했다. ‘수직적 통합’의 일본다운 발상이다.

지금은 수직적 통합 구조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예가 반도체다. 일본이 반도체를 주도할 때와 지금의 차이를 보면,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분업을 통해 협력하고 조율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과거부터 전자기기 제조사가 리더의 역할을 맡고 아래에 반도체 제조사를 갖추고 수직적, 또 통합적으로 관리했다. 그런 형식을 고집한 결과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세계적으로 부지런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 성격의 차이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반도체 같은 분야가 더 많아질 것이다.

말과 마음이 통하면 ‘신바람 대한민국’

같은 이야기지만 조금 다르게 말해보자면, 일본은 실력 혹은 힘을 더 중요시한다. 말을 우습게 생각한다. 한일 분쟁이 있을 때, 한국이 뭐라고 하면 유치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입 닫고 칼을 뽑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기든 지든 타당하고 온당한 것이 중요하다. 명분이 없으면 힘으로 이기더라도 수치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말의 민족이자 흥의 민족이다. 흥이 나려면 마음이 통해야 한다. 마음이 통하려면 말을 깊이 섞어야 한다. 말과 마음이 통하면, 그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뭐든 잘해 낸다. 우리가 다 같이 마음만 굳게 먹으면 뭐든 훌륭한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이 마음을 먹으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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