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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첫 ‘한집 한 그림 걸기’ 전시회로 미술 대중화 가능성 확인했어요”

지역 작가 그림 한곳에 모아 판매 목적 전시
시민들의 미술품 소장 욕구 확인한 계기
‘즈음갤러리’를 큐레이팅이 가능한 전문 갤러리로

  • 입력 2023.03.17 09:00
  • 수정 2023.03.17 09:19
  • 기자명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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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진 영주 즈음갤러리 대표
송재진 영주 즈음갤러리 대표

 

“시민들에게 미술품 소장 욕구가 숨겨져 있었음을 알게 됐고, 지역 작가들 또한 작품을 판매할 기회를 찾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 10만명 남짓한 중소도시 경북 영주에서 지난 2월10~19일 ‘한집 한그림 걸기 작은 그림전’이 열렸다. 지역 미술작가들의 그림을 한곳에 모아 판매목적으로 전시회를 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영주시 구 후생시장에 위치한 ‘즈음 갤러리’를 운영하는 송재진(63) 작가가 영주시민신문과 공동으로 연 미술전시회다. 코로나19로 3년여 동안 제한을 받았던 전시회를 열어 작가들에게는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시민들에게는 마음 치유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전시작품은 22명의 작가가 그린 회화 서예 서각 압화 등 80여점을 20평 남짓한 전시공간에 가득 채웠다. 미술품 대중화 취지에 걸맞게 작품 크기는 1호(엽서 크기)부터 10호까지로 제한하고 가격대도 30만원 이하로 정했다. 호당 20~30만원을 호가하는 작가들을 섭외하기가 어려웠지만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그림전의 취지에 흔쾌히 공감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송 작가는 “전시회 첫 날 20여점의 작품이 팔려 나가면서 작가들에게 추가 작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신문이 기사를 통해 홍보한 탓도 있지만, 시민들이 평소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한 송 작가는 ‘한집 한 그림 걸기 작은 그림전’을 매년 열어 지역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중학교 시절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 입문

송재진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지난해 미술교사 생활을 마치고 교단을 마감한 지금까지 고향 영주를 떠나지 않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의 즈음 갤러리는 구 후생시장이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전면 리모델링한 2019년에 매입해 개인 사무실 용도로 쓰다가 미술전시관으로 꾸몄다. 그 동안 영주는 물론 인근 지역 미술작가 초대전을 10여 차례 열었다.

송 작가가 미술에 입문한 것은 중학교 시절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이다. 그는 “중1 때 만났던 미술선생을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선생께서 운영하는 화실생(화실비 면제)이 되어 다시 미술을 이어가게 됐다. 고2 때 폐쇄되어 있던 미술실을 다시 열고 미술부를 재건하는 등 미술 지망생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때마침 개교한 인근 국립안동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이수창 김인수 선생과 같은 수채화 대가들을 스승으로 삼게 되면서 수채화 장르에 더 깊은 애착을 갖게 된다.

 

80년대 문화예술 불모지 영주 미술계 이끌어

작가로서의 30년은 계곡에 몰두했다. 그는 “물과 바위만의 이분법적 설정, 이것이 계곡그림에 관한 한 시절 청사진이 되었다”고 한다. 머무름과 떠남, 단단함과 유연함,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평행 이미지를 생각하며 석계(石溪)시리즈를 이어갔다. 

2010년도에는 ‘자연’으로부터 ‘도시’로의 유턴을 꾀했다. 도시 안에서도 재개발되어 사라져가는 마을이나 골목들을 직시했다. 필생의 주제였던 석계시리즈에서 사라져가는 골목과 집들을 주제로 한 골목시리즈로의 전환이다. 송 작가는“석계가 자연에의 귀의였다면 골목은 인위연에 대한 소회였다”고 말한다.

그는 80년대 문화예술 불모지였던 영주의 미술계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1984년 7명의 선후배들을 끌어 모아 현재의 영주미술작가회를 창립했다. 창립회원은 이제 혼자 남았다”고 말했다. 열악했던 지역 상황에 좌절하면서도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나약함을 지역운동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지역 미술의 대중화가 새로운 목표

1988년에 창립된 영주, 예천, 상주지역 연합체인 ‘미술동인 경북선’은 지역 간 연대로 업그레이드된 경북북부권 최초의 지역문화예술운동이었다. 더불어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리라는 신념 아래 한국미협영주지부 설립을 위한 발기인 간사를 맡아 창립(1990)에 밑거름 역할을 했다. 2018년부터는 한국수채화협회에 적을 두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단체는 한국미협영주지부, 영주미술작가회, 한국수채화협회, 경북수채화협회(회장) 등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경북예총지나 지역신문 등에 지역미술사에 관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2014년 3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영남 구상미술의 시원과 태동’ 세미나에 지명토론자로 나선 것을 시작으로 주간신문인 영주시민신문에 ‘영주미술기행’을 연재했고, 이듬해 첫 단행본인 ‘흔적과 기억, 송재진의 영주·경북미술 순례기’(나무기획)와 ‘경북미술사, 기억해야 할 작고 화가들’을 잇따라 출판했다.

이제 그에게는 지역 미술의 대중화가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송재진 작가는 “비록 소도시의 작은 미술전시관이지만 ‘즈음 갤러리’를 큐레이팅이 가능한 전문 갤러리로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송재진 수채화 작품 숲이야기(72x51cm)
송재진 수채화 작품 숲이야기(72x5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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