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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만점 할머니 “영어 덕에 행복하고 활기찬 노년 예약했어요”

2001년부터 8년간 미국 생활서 어려움
간절한 심정에 실전 영어 매진 자신감
영어 실력으로 복지관 등서 나눔 활동
“언어 학습은 노인성 질환 예방 도움”

  • 입력 2023.03.03 09:00
  • 수정 2023.03.08 13:18
  • 기자명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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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만점 받은 60대 정윤선씨
토익 만점 받은 60대 정윤선씨

 

“언어를 공부하면 새로운 뇌의 영역을 자극해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 공부 자체가 노년들에겐 봄날의 햇살 같은 희망인 셈이지요.”

지난해 12월 25일 치러진 토익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한 정윤선(62)씨는 독학으로 토익 만점을 맞았다. 두 손녀를 둔 할머니이기도 한 정씨는 2009년 치른 첫 토익 시험에서도 970점을 받았다. 만점을 목표로 도전한 끝에 14년 만에 만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 씨는 “40세에 남편을 따라 건너간 미국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시작했는데 이런 좋은 성적까지 받아들어 행복하다”면서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1년 미국 중부의 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간 남편을 따라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법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전부였던 정씨에게 언어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남편이 없으면 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 정씨는 한국일보와 지난 8일 만나 "당시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밀크'(우유)와 '레투스'(양상추)를 말했는데 마트 직원이 알아듣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은행 업무와 주택임대차 계약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취업도 할 수 없는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정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두 자녀가 학교에 가면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했다. 영어를 몸소 체험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학구열과 도전의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씨는 "영어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간절한 심정에 자신감을 갖고 실전 영어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공부했던 토플 교재의 단어와 표현, 문법을 통째로 외우며 기본기를 다졌다는 게 정씨 설명이다.

토익과의 인연은 우연찮은 기회에 찾아왔다. 미국 현지 도서관에서 접한 토익 교재 내용이 실생활과 직결돼 있어 본격적으로 토익 공부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영어학원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예제를 매일 훑어보기도 하며 실력을 키웠다"며 "설거지할 때도 영어소설을 듣고, 머리가 복잡할 때면 토익 교재를 보면서 집에서도 실전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8년간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정씨는 2009년 처음으로 토익 시험을 봤다. 970점이라는 고득점을 받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영어 공부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언어를 배우는 게 새로운 뇌의 영역을 자극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최근 자신이 갈고닦은 영어 실력으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의 문화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어린이와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영어는 공부한 만큼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면서 "영어를 구연동화에 접목해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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