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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는 ‘꺾이지 않는 마음’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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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4 09:00
  • 수정 2023.03.06 09:49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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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군위 군수
김진열 군위 군수

 

자연은 때로 자연스럽지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절기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때로 태풍과 가뭄, 한파가 인간 세상을 집어삼킨다. 순조로운 흐름은 자연이고, 급격한 재해를 불러오는 것은 자연이 아닌가? 아니다. 모두 자연이다. 대자연이 인간의 훼방에 맞서 기후의 균형을 맞추려는 작업의 일환이 태풍과 한파다. 그러므로 때로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군위는 변화의 시기가 목전이다. 대구 편입이 확정되었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함께 국제공항도시 탈바꿈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와 예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까?

 

산업혁명,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

산업혁명에 대한 여러 설명 중에 ‘프로토 공업화’라는 것이 있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이 이론은 산업혁명이 ‘자연스러운’ 경제의 흐름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난하게 흘러가는 흐름을 말한다.

프로토 공업화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전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농업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의 노력이 공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항만 중심으로 인구가 늘고 아마, 마, 리넨 등의 면직물 생산이 증가하면서 프로토 공업화가 촉발되고 이런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그러나 프로토 공업화는 더 이상 산업혁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니다. 몇 가지 모순이 발견된 까닭이다. 세계 곳곳에 프로토 공업화 현상이 일어났지만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촉발되었다는 것, 면직물 생산 혁명을 일으킨 품목은 인도에서 수입한 옥양목이지 프로토 공업화 지역에서 생산된 리넨 따위의 면직물이 아니었다는 것 등의 사실이 프로토 공업화의 논리를 무너뜨렸다.

산업혁명은 교통 중심지에 인구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무역 전쟁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고심한 자본가들과 기술자의 노력이 만들어낸 특별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프로토 공업화가 산업혁명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항만이 발달하고 무역이 활성화한 것이 산업혁명이 일어난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까닭이다. 

 

자연의 의지와 실천력 필요한 시기

군위는 이제 ‘프로토 공업화’ 시대로 돌입한다. 공항이 건설되고 인구가 늘고 공장들이 하나둘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가 일어날까. 

아니다.

물이 들어와도 노를 젓지 않으면 배는 힘차게 나아가지 못한다. 방향 없이 떠다니다가 좌초될 수 있다. 사공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이 망가뜨린 기후 균형을 바로잡으려고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 태풍과 폭우를 몰고 오는 자연의 의지와 실천력을 닮은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군위도 저절로 일어날 변화들이 있다. 사람들이 몰리고 항공 물류를 실은 차들이 부지런히 군위에 들락거릴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발전과 혁명은 의지에 달린 문제다. 그저 사람 북적대고 혼잡도만 높아지느냐 국제적인 공항도시로 위상을 드높이느냐는 지역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인도의 면직물에 대처해 전력투구로 혁명을 일으킨 19세기 영국인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만 해도 순탄하게 흘러오지 않았다. 벼랑으로 몰린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았지만 신공항이 확정된 것은 대구경북이 사활을 걸고 달려든 결과 성취된 일이었다. 후적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구하면서 땅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린 일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특유의 돌파력으로 신공항특별법을 주창하면서 연일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 모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현상이 아니다. 사람의 수고와 의지, 지혜가 발휘된 사건들이다.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경제 기적이 일어나길

이제 시작이다. 공항 이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군위를 중심으로 형성될 공항도시가 어느 만큼의 국제적 위상을 가지게 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역사가 통합신공항 사업을 기존 공항 이용률이 높아져 장소를 바꾼 것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과 시민들의 의지가 결합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일으킨 거대사로 기억되려면 온 군민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군위라면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군위는 역사적으로 무척이나 남다른 면모를 가진 지역이다. 김유신 장군의 신라군이 당나라 군대와 함께 주둔하며 통일을 향한 열망을 벌렀고, 후삼국 통일을 위해 일어선 왕건의 부대가 위세를 회복한 지역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가 기울던 시기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다시금 확인시킨 저술작업이 이루어진 곳 역시 군위이고, 군위가 품고 있는 팔공산은 정몽주를 비롯한 고려의 충신들이 조의 부흥을 염원하며 모여들었던 고려의 성지였다. 군위는 ‘의지의 한국인’의 고향이다.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경제기적이 군위에서 시작될 수 있을까. 앞날을 생각하면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군위를 중심으로 한 경제의 한 축이 일어서는 것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마음가짐이 남달라야 한다. 변화가 아니라 변혁을, 발전이 아니라 기적을 갈구해야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19세기 영국인들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고, 이 나라를 세우고 지켜온 민초들의 굳건했던 마음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 휘슬은 이미 울렸다. 꺾이지 않는 마음, 오직 미래를 바라보는 열린 마인드, 그리고 대의를 위한 화합과 통합. 군위에 주어진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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