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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만 알아도 ‘내 기사에 날개 단다’

시민기자 스터디 카페
(3) 도입부(lead), 이렇게 쓴다

  • 입력 2023.02.09 06:57
  • 수정 2023.02.09 07:23
  • 기자명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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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는 기사의 첫 문장, 혹은 첫 문단을 가리킨다. 영어로는 ‘lead’(리드)다. ‘이끈다’는 뜻이다. 도입부는 그 자체가 기사의 핵심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입부 다음에 기사 핵심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도입부는 독자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한다. 기사 제목과 도입부에서 본문을 계속 읽게 할 매혹적인 요소가 들어 있어야 한다. 유능한 기자는 도입부 잡는 것에서부터 센스를 발휘한다.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막연히 도입부를 고민하지 말고, 기사 성격과 본문에 적합한 도입부의 종류를 먼저 구체적으로 선택하고, 그다음에 상황에 맞게 도입부를 적는 게 좋다.

도입부는 내용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요약형 도입부

요약형 도입부는 기사의 5W 1H 전부 또는 일부(한두 개는 빠질 수 있다)를 요약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요약형 도입부에는 기사 전체가 요약되어 있으므로 기사 결론(핵심)이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초보자가 쓰기 좋은 도입부다.

 

[도입부] 고 최진실 씨 유골함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26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박 모(41) 씨를 대구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박 씨를 25일 오후 11시 10분께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자택에서 검거, 신병을 양평서로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 이우성, “최진실 유골함 절도 용의자 대구서 검거”, 연합뉴스, 2009. 8. 26., https://c11.kr/cm58.

 

위 요약형 도입부는 ‘누가’(경기도 양평경찰서), ‘언제’(26일), ‘어디서’(대구), ‘무엇을’(최진실 유골함 도난 사건), ‘어떻게’(유력 용의자 검거) 했다는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2) 강조형 도입부

강조형 도입부는 5W 1H 중에서 1~2개의 요소를 강조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요약형 도입부의 축소·강조 형태로서 독자의 흥미를 더 끌 수 있다. 무엇을 강조하는지는 기사에 따라 다르지만 ‘누가’나 ‘무엇’을 강조하는 경우가 흔하다. 도입부가 곧 기사 결론이다.

[도입부] 탤런트 고(故) 최진실 씨의 유골함 절도 사건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25일 오후 11시 10분쯤 대구에서 용의자 박 모(41) 씨를 검거해 양평으로 이송,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소개한 요약형 도입부는 누가, 언제, 어디서 등 5W 1H 요소 대부분을 포함했다면, 강조형 도입부는 용의자(누구)가 붙잡혔다(무엇)는 사실만을 요약·강조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형태다.

 

(3) 정서형 도입부

정서형 도입부는 5w 1H와 같은 내용보다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시사점, 문제점 등 기사로부터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기쁨, 환희, 슬픔, 분노)을 내세웠다. 이때 지나치게 멋을 부리면 오히려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표현 기교의 수위를 잘 조절해야한다. 정서적 도입부는 도입부 다음에 기사 개요를 제시하는 게 좋다.

[도입부] 우리 동네에 사고가 나서 119에 신고했다. 10분 내에 구조·구급대가 도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4일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종합정보공개시스템 ‘내고장살림’에 공개된 ‘2019년 구조·구급대 10분 내 도착률’ 자료에 따르면, 7대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이, 9개 도 중에서는 제주가 10분 내에 구조·구급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우정열, “119불렀다…10분 내 도착? 서울 97.7% 부산 64.8%”, 동아일보, 2009. 8. 25., https://c11.kr/cm5l.

중앙일보 지면 보기 PDF 파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일보 지면 보기 PDF 파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4) 설명형 도입부

기사 핵심을 도입부로 제시할 경우,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뉴스 내용이나 관련 개념을 쉽게 알 수 없는 경우다. 이럴 때 설명형 도입부를 선택할 수 있다. 설명형 도입부는 독자들에게 뉴스의 주요 내용이나 개념이 낯설 때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다음에 기사 핵심을 제시한다. IT·게임 관련 뉴스를 다룰 때 흔히 설명형 도입부에서 전문 용어를 먼저 설명한 다음 기사 본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서술한다. 특히 게임 관련 기사에서 전문 용어를 설명하지 않으면 일반 독자는 읽기 어렵다.

아래 기사는 10대 인터넷 쇼핑몰 사장이 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다. 그러나 대뜸 도입부에서 ‘요즘 10대 사장님이 늘어나고 있다’고 제시하기보다는 사장님에 대한 고정 관념을 설명형 도입부로 소개하고, 그 고정관념을 깨는 어린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이어서 제시했다.

[도입부] 흔히 ‘사장님’이라고 하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게 세고 나이가 지긋한 분, 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사람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10대인 중·고생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어린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 나은지, “인터넷 쇼핑몰에는 10대 사장님이 있다”, 『시빅뉴스』, 2013. 1. 16., https://c11.Kr/cm5p.

 

(5) 사례 제시형 도입부

사례 1~2개를 먼저 제시하는 형태의 도입부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기획 기사에서 자주 쓴다. 도입부 다음에 핵심 내용을 제시한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요약형 도입부나 역피라미드형 기사에 식상해 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그 대안으로 사례 제시형 도입부가 많이 쓰인다. 사례로부터 독자의 흥미를 유도한 뒤, 본론으로 들어가는 사례 제시형 도입부는 기사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독자 흥미를 유도하는 수단이므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 특이한 팩트를 도입부로

 

한 기사의 취재 자료에는 여러 팩트들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도입부 후보가 될 만한 중요판 팩트를 먼저 고르고, 그중에서 무슨 팩트를 도입부로 잡느냐에 따라서 기사 핵심과 기사 구성이 달라진다. 다음과 같이 도입부가 될 만한 3개의 도입부 후보가 있다고 하자.

① 경찰이 교통사고 전모를 발표했다.

② 고속도로서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③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길 아래로 전복돼 고립된 시민이 밤새 부상의 아픔을 견디다 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①처럼 ‘경찰이 사건 내용을 발표했다’는 팩트는 도입부가 될 수 없다. 최소한 ‘사건의 어떤 내용이 발표됐다’는 게 도입부가 돼야 한다. ‘사건 내용을 발표했다’는 게 기사 핵심이 아니라 ‘발표된 사건의 무슨 내용’이 기사 핵심이기 때문이다. 강연회 기사를 쓸 때 초보 기자들은 ‘홍길동 교수가 한국대에서 강연했다’는 식으로 도입부를 잡는다. 이는 최소한 도입부 속에 ‘누가’ ‘무엇을’ 정도까지는 포함하도록 ‘홍길동 교수가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는 식으로 도입부를 잡아야 한다. ‘누가 강연했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 ‘누가 무슨 내용으로 강연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②는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내용 일부가 도입부로 소개되어 그냥 ‘경찰이 교통사고의 전모를 발표했다’는 도입부 ①번보다는 낫다. 그러나 늘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도입부가 될 수 있을까? ②를 도입부로 잡으면, 늘 뻔한 교통사고 났다는 게 핵심이 되며, 이는 다른 교통사고 기사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조금만 뉴스 감각이 있다면, 이런 도입부를 잡지 않는다.

적어도 도입부는 ③처럼 돼야 한다. 같은 교통사고라 해도 이런 특이한 점을 도입부로 잡아야 좋은 도입부이고, 이런 도입부를 찾는 게 기자 감각이다.

홍길동 교수는 7일 오전 10시에 한국대 정보관 별관에서 이 학교 신방과 1학년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 도입부 역시 누가 강연회를 했다는 것이 기사 핵심인 것처럼 도입부를 잡았다. 홍길동 교수가 엄청난 유명인이라면, 이분이 강연했다는 것 자체가 전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뉴스일 수 있다. 대통령의 경우는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스가 된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대통령이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발표했다”는 정도의 도입부가 가능하다. 가수 나훈아 씨는 좀처럼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기 때문에 콘서트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된다. 이럴 경우는 “가수 나훈아 씨가 10년 만의 침묵을 깨고 KBS에서 ‘코리아 어게인’이란 타이틀로 방송에 출연한다”는 정도의 도입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강연회 기사 도입부는 ‘OOO 교수가 어떤 내용으로 강연회를 가졌다’는 정도의 도입부가 잡혀야 한다.

[도입부]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김미선(30) 씨는 스팸 문자로 인해 남편과 크게 다툰 경험이 있다. 늦은 밤이나 새벽이면 남편에게 ‘오빠, ○○이에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제는 스팸 문자려니 하고 그냥 대충 보고 넘어가는데, 매번 이런 스팸 문자가 오는 것을 보면 이제는 짜증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팸 문자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일 먼저 대책에 나선 부서는 사이버 경찰대.

- 권민정, “스팸 문자는 끝이 없다”, 시빅뉴스, 2013. 1. 16., https://c11.kr/cm66.

 

(6) 상황 묘사형 도입부

 

상황 묘사형 도입부는 기사 핵심을 잘 설명해 주는 실제 상황을 실감 있게 재구성해서 소설처럼 묘사해 주고, 바로 이어서 기사 핵심을 제시한다. 사례 제시형 도입부와 유사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사례 제시형 도입부라면, 문제의 실제 상황을 소설처럼 묘사하는 것이 상황 묘사형 도입부다. 상황 묘사형 도입부는 ‘내러티브(이야기식) 기사체’의 한 형태다. 탐사보도나 르포에서 많이 쓰인다. 이 역시 도입부 다음에 기사 핵심이 나와야 한다.

다음 예시는 해운대 계단의 실제 남녀 헌팅 장면을 기사화한 상황 묘사형 도입부다.

[도입부] 늦은 밤이지만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해운대 백사장. 그 백사장과 아스팔트 산책길이 만나는 곳에 설치된 시멘트 계단에 젊은 여자 세 명이 담소를 즐기며 앉아 있다. 바로 뒤에서 이들을 한참 동안 지켜보던 남자 세 명이 슬며시 다가오더니 말을 건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돌리곤 다시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수다를 떤다. 남자들은 몇 번 더 말을 걸어보다 반응이 시원치 않자, 인상을 쓰며 발길을 돌린다. 이런 수작을 옆에서 보고 있던 또 다른 남자 3명. ‘이 번엔 우리 차례’라는 듯 그들도 슬그머니 다가간다. 새로 나타난 남자들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여자들. 이번에는 마음에 든 듯 웃음을 머금고 응대한다. 앉거니 서거니 하며 몇 분 동안 얘기를 나누던 남녀들은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는 피서철 전국적으로 이름이 높은 ‘해운대 헌팅’의 한 장면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선 이런 헌팅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이렇게 헌팅하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7년쯤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카페에 해운대에서 헌팅에 성공한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여름철 해운대 해수욕장은 전국적인 ‘헌팅의 메카’로 불리게 됐다.

- 최서영, “해운대 백사장 계단은 ‘헌팅의 메카’”, 시빅뉴스, 2013. 6. 10., https://c11.Kr/cm6l.

 

정리 = 편집부
자료 출처 :  정태철, ‘원칙적 기사쓰기 원론적 취재하기’, 경성대학교 출판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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