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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불명 치질연고 자칫하면 수술대 신세

스테로이드 범벅 해외직구 치질연고, 중병 만들기 십상
최재석 전문의, “자가처치하다가 수술까지 이를 수 있어”

  • 입력 2023.01.31 09:00
  • 수정 2023.02.22 13:45
  • 기자명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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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 외과 전문의가 성분이 불분명한 치질 연고를 보여주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치질은 증상에 따라 수술과 관리로 나뉠 수 있는데 연고에만 의존하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바로본병원 제공.
최재석 외과 전문의가 성분이 불분명한 치질 연고를 보여주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치질은 증상에 따라 수술과 관리로 나뉠 수 있는데 연고에만 의존하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바로본병원 제공.

 

대구 수성구에 사는 강효진(28)씨는 치질수술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며칠째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병원을 찾기 전 민감한 부위를 보이기 싫어 병원 대신 ‘싸고 효과 좋다’는 해외직구 치질 연고를 장기간 사용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잦은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증상이었지만 연고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항문 쪽 피부가 늘어지고 콩알 같은 혹까지 생기면서 통증까지 동반해 결국 수술대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직구 치질연고를 사용한 환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치질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이 2017년 63만7,327명(입원 17만8,132명), 2018년 64만790명(입원 16만5,326명), 2019년 64만74명(입원 16만1,143), 2020년 61만3,550명(입원 15만9,695명), 2021년 63만6,612명(입원 15만2,780명)으로 나타났다.

최재석 외과 전문의는 “치질 연고는 치질 부위의 통증이나 가려움, 쓰림 등을 일시적으로 덜어주고 배변 시 발생할 수 있는 항문의 염증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문제는 가벼운 증상을 방치하다 중증으로 이어지고, 수술 후에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검증되지 않는 유사 의약품을 사용하다 겪게 되는 고충이다”고 덧붙였다.

치질은 배변 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대장 끝부분의 ‘항문쿠션’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 쿠션에 여러 가지 이유로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항문 상피가 찢어져 출혈이 발생하거나 울혈(내부압력으로 인한 내부출혈)이 생겨 통증과 함께 항문이 튀어나오는 현상이 치질이다.

치질은 기온이 낮아질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기온이 낮아지면 인체 혈관이 수축하고 그 결과 평소와 비교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이때 항문 쪽 치핵 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이 응고된다. 특히 찬 바닥에 앉거나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는 자세를 오랫동안 취할 경우 치질 증상이 악화된다.

항문관 내에는 배변 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 결합조직이 모인 점막하 근육으로 불리는 쿠션이 있다. 이것은 변실금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우측 전방외측, 후방외측 그리고 좌측외측에 위치한다. 대변이 딱딱하거나 변을 보기 위해 항문에 힘을 주는 경우, 복압이 증가된 경우, 골반 바닥이 약해진 경우 모두 비정상적으로 치핵 조직이 커질 수 있다. 반복되는 배변과 힘주어 변을 보는 습관 등으로 생긴 복압과 변 덩어리 등은 점막하 조직을 압박하면서 피가 몰리는 울혈이 되게 하고, 항문주위 조직이 변성되어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도를 감소시키고, 항문관 주변에서 덩어리를 이루게 한다.

요컨대, 치질은 항문질환을 총괄하여 부르는 용어로 항문이나 직장 하부 부분에 정액총이 커지고 늘어나 뭉친 덩어리 형태를 보이는 치핵, 항문 점막이 찢어진 치열, 항문 염증으로 인해 천공이 발생한 경우를 치루라고 부른다. 치질은 발병 부위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치질약은 바르는 약과 먹는 약으로 나뉜다. 바르는 연고의 경우 진통제 개념으로 통증을 줄이는 것과 통증 항문 자극을 완화한다. 항염증 성분도 있어 출혈이 있는 경우 사용되기도 한다. 먹는 치질약의 경우 혈관 문제인 치질의 원인인 혈관을 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든다. 이는 주로 1~2기 치질에 적용되는데 변 완화제, 식이요법, 통증치료 배변습관 조정 등을 병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의료인으로부터 치질의 진행단계를 확인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보조적인 요법으로만 국한해야 하는 이 요법들이 자가치료에 이용된다거나 증상에 관계없이 임의대로 장기간 사용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는 치질연고의 경우 엄격한 의료광고법에 근거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구매자들이 자가치료로 장기간 사용하거나 증상과 무관하게 덮어놓고 사용하다가는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출처불명의 의약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치질의 경우 증상에 따라 수술과 비수술로 나뉠 수 있는데 무턱대고 연고만 바르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출처불명의 의약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치질의 경우 증상에 따라 수술과 비수술로 나뉠 수 있는데 무턱대고 연고만 바르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질은 무조건 수술이 능사?

치질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치질 환자의 70~80%는 약물요법, 식이요법 등 수술을 하지 않고도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항문피부가 밀려나오는 3~4기의 내치핵, 치루, 만성 치열은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 전문의는 “치질 증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질을 사소한 증상으로 알고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을 할 경우 부작용은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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