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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세 미국 할머니의 장수 비결, “신바람 나게 살아라”

  • 입력 2022.12.29 09:06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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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현재 미국의 최고령 노인은 115세인 베시 헨드릭스 할머니다. 얼마 전 90세인 큰딸과 함께 생일파티를 했다. 언론이 밝힌 베시 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의욕과 열정을 잃지 않으며, 조금 엉뚱하지만 병원과 의사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는 것. 이러한 건강 법칙은 뭔가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닮았다.

베시 할머니는 늘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부른다. 휠체어를 타고 양로원 주변을 돌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베시 할머니처럼 한국인은 ‘신바람’의 민족이다. 신바람 나게 일하고 신나게 놀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만종(1643-1725)은 한국인의 장수하는 법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은 산수의 기(氣)를 호흡한다’고 썼다.

산과 들에 한국인의 기(氣)가 있다. 산과 들에서 부는 사람이 바로 신바람이고 그 신바람에 신이 나는 것을 ‘흥’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즐거움은 모두 산과 들, 자연의 요소로부터 얻는 것이다. 흥이 많아서 그런지 할머니처럼 한국인도 노래를 좋아한다. 기뻐도 슬퍼도 노래한다. 언필칭 신바람과 흥의 민족이다.

한국인의 흥과 신바람은 일터에선 의욕과 열정이 된다. ‘신바람 나는 일터’만큼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회사를 설명하는 수사는 없을 것이다.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도 신나게 일하는 여성이었다. 할머니의 세 자녀는 입을 모아 “평생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입을 모았다. 13세 때 모친을 여의고 어린 동생을 돌보면서 성장기를 보냈다. 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때 학교 바로 옆에 집을 얻어 살았을 정도로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았고, 지역 교회에서는 90년 이상 봉사를 내려놓지 않았다. 산수에서 기를 얻고 늘 즐겁고 신나게 일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빼닮았다. 한국인의 성실성과 부지런함은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병원과 의사들을 멀리하라”는 할머니의 충고 역시 한국인들의 삶의 태도를 보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홍만종은 한국인이 산수를 즐겨 찾는 반면 “중국인은 단약(丹藥)을 즐겨먹는다”고 당시의 풍속을 전했다. 약을지으르면 의원을 찾아가고 병원 예약을 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약보다는 틈틈이 산수를 찾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산의 풍경과 기운을 즐기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다. 

그 다음이 병원과 의사일 것이다. - 할머니의 조언도 바른 그런 뜻이 아닐까.

요컨대, 즐겁고 건강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습관이 오래 사는 비결이다. 의욕과 열정, 즐거움이 넘치는 할머니의 삶은 한 마디로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은 한국인이 추구한 미(美)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사랑스러운 것을 최고의 아름다움(美)으로 쳤다. 한국의 불상들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얼굴이 지나치게 크거나 비만하거나 뭔가 어색한 구석이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 불상들이 사랑받는 것은 불상의 여유로운 표정과 미소 때문이다. 신윤복은 ‘미인’을 그리고 그 옆에 시를 한 수 넣었다.

‘책상다리 하고 앉은 내 가슴속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내 붓끝으로 물과 신(神)을 함께 전해주노라.’ 

미인은 봄기운을 일으키는 여인이었다. 비율적인 완벽함이라기보다 생기와 사랑스러움이 미인의 절대 요건이었다. 아름다움은 곧 생동감이라는 공식이다. 할머니의 일생처럼 하루 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곧 아름다운(美) 삶인 것이다.

산도 미인과 다르지 않다. 봄기운은 산기운이다.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려면 당연히 산으로 가야 한다. 산은 한국인의 미(美)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훌륭한 예가 아닐까.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눈앞이다. 높은 곳, 환하게 트인 곳으로 몰려갈 것이다. 해의 생동감, 산수의 기운을 한껏 받으려는 몸부림이다. 첫해를 보는 기쁨과 감격 즐거움으로 한해를 살아낸다면 최고의 2023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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