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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서 돌아온 2022년 제 음악 인생 새출발한 해였죠”

중국영화 ‘착미장’ 시작으로 다양한 작업 참여
“오랫동안 행복하게 음악 활동 하고싶어”

  • 입력 2022.12.15 09:00
  • 수정 2022.12.15 09:09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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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인 작곡가
최혜인 작곡가

영화 드라마 음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혜인(32)씨는 지난해 번아웃을 겪었다. 8개월 넘게 하루 5시간 남짓 자면서 주말도 없이 강행군을 한 결과였다. 처음으로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3달 동안 쉬었다. 그러자 다시 의욕이 돌아왔다.

“곡을 쓰고 싶고, 만들고 싶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음악인인가보다 그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음악을 오래 행복하게 하려면 잘 조절해서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했습니다. 올해는 그 생각을 실행하는 첫해입니다.”

 

- 대개 보컬을 하고 싶어 하는데 작곡을 복수전공한 계기, 혹은 어떤 판단으로 작곡에 뛰어들었는지.

질문 해주신 것처럼 원래는 가수가 되어서 노래하는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때 살고 있는 곳은 지방이었고 어떻게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정보도 많지 않고. 우선은 서울로 올라가야 뭐가 될 것 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음악 관련 학과가 아니었지만.

그 후 부모님 몰래 보컬학원을 가기도 하고, 오디션을 보기도 했지만 잘 안됐다. 그러다 부모님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지금 다니고 있던 학교를 그만두고, 실용음악 대학을 다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시고, 이야기를 하다 타협을 봤던게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다면 작곡을 전문적으로 배워보라는 거였다. 노래로는 먹고살기 힘들 거라며 하나의 길을 더 제시해 주신 거다.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클래식 작곡과를 시험 봐서 합격했고, 배우다보니 퍼포머로 써 무대를 채우는 것보다 작곡하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내 적성에 좀 더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영상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전문가과정으로 더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게 영상음악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현재 앨범을 내는 아티스트 활동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작곡가와 음악감독의 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 노래를 만드는 건 몰라도 영화음악은 사뭇 전문영역으로 느껴진다.

노래를 만드는 것도, 영화음악 속의 곡을 만드는 것도 그 자체가 전문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음악, 드라마음악을 작곡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역처럼 느껴지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보컬이 들어간 곡을 만드는 것과 보컬이 들어간 것을 다른 악기들이 대신하여 음악을 완성한다의 차이가 있을 뿐. 아! 음악 자체가 주가 되냐 부가 되냐도 중요한 차이다. 영상음악에서의 주는 ‘영상’ 이다.

 

- 첫 작품(영화음악)

공식적인 첫 상업영화 작품은 2016년에 작업한 중국 영화였다. 한국 공포영화 중 <숨바꼭질>의 중국판 버전인 <착미장>이라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장면을 잘 보는 편인데, 아무래도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작업해야하다 보니 다른 분들이 못 보겠다는 무서운 장면은 내가 맡아서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캄캄한 작업실에서 그 장면들을 반복 재생해서 음악을 만들다보니, 가끔 뒤통수가 싸했던...(웃음)

 

- 어떤 작품들을 했는지(영화음악, 드라마 음악).

여러 작품들을 했지만 그래도 많이들 아시는 큰 작품들 몇 개만 말씀드리면 영화 <신과 함께_죄와 벌>, <신과 함께_인과 연>, <박열>, <군함도>, <꾼>, <프리즌> 드라마 <런 온>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 다양한 장르의 작곡을 하다 보면 차이점이 느껴질 것 같다.

차이점이 분명히 있지만, 주가 되는 것과 부가 되는 것이 나뉘어 진다는 것은 비슷하다. 예를 들자면, 보컬이 있는 노래 곡을 작곡할 때는 보컬이 주가 되고, 그 외의 악기들은 보컬이 돋보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영상음악도 같다. 주는 영상이고, 부가 음악이 되기 때문에 영상보다 튀려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한다. 영상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그 곡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해서 작곡을 하는게 중요하다.

 

- 지속 가능한 음악 활동이 목표인 느낌이 많이 든다. 음악 외에 다른 길은 생각이 없는지(부캐 등).

‘지속 가능한 음악 활동’은 모든 음악하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려면 최소한의 생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으로 돈을 벌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도 그랬고. 심지어 될거라는 보장도 없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실력은 기본이고, 소통능력과 운도 잘 따라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하고, 고여있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계속 생각해내려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시기가 온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캐로 하고 싶은 건 많다. 지금은 음악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커피도 제대로 배우고 싶고, 칵테일도 배워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짧은 단편 소설도 써보고 싶고, 좀 더 지식이 쌓이면 잡지에 예술 관련 글을 연재하고 싶기도 하다.

 

-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수는.

아이돌들 노래에는 요즘 한국 음악시장의 트렌드가 담겨있어 찾아 듣는 편이다. 그 중 요즘 관심은 (여자)아이들. 이번에 nxde라는 곡으로 컴백했는데, 오페라 <Carmen> 중 ‘Habanera’ 곡을 샘플링 해 만든 곡이었다. 당당하게 자기들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이들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언젠가 좋은 드라마 작품을 맡게 되면 OST 작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싶은게 꿈이다.(웃음) 그리고 ‘막스 리히터’ 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한다. 음악감독이자 현대음악 작곡가인데, 몇 달 전 한국 초연 연주회도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한 앨범과 영화 <컨택트>에 삽입된 곡인 ‘On the Nature of Daylight’ 으로 알려져 있다. 

 

- 가장 힘들었던 때.

작년 번아웃이 왔을 때. 멘탈이 약한 편이 아닌데, 작년에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작품 하나를 온전히 책임 져야 하는 감독으로써의 작업도 많았다보니,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쉬어야 했는데, 쉴 수 없는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작업실 출근이었고, 잠도 하루에 5시간자면 많이 자는 스케줄이 8개월 이상 지속됐다.

어찌어찌 스케줄을 다 마무리하고, 프로젝트가 모두 끝났을 때 음악이 꼴도 보기 싫은거다. 처음으로 음악을 그만둬야하나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 3달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다. 일이 들어와도 안 받고 실컷. 그런데 웃긴건 그러고 나니까 다시 뭘 쓰고 싶었다. 곡을 쓰고 싶고, 만들고 싶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음악인인가보다 그때 생각했다. 그러면서 음악을 오래 행복하게 하려면 잘 조절해서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했다. 올해는 그 생각을 실행하는 첫 해이기도 하다.

 

-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작업했던 작품이나 곡들이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이 음악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힘들었던 과정의 순간들이 거기서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생각보다 댓글 하나, 좋아요 하나하나가 예술가의 다음에 많은 영향을 준다.

 

- 요즘 어떤 작업 하고 있는지.

안동 MBC에서 새로이 라디오 드라마를 한다고, 음악을 맡아줄 수 있냐고 제안을 받았다. 그때 당시 음악감독을 맡기기엔 나이가 어렸지만, 그동안 참여한 작품의 프로필과 곡들을 듣고 결정하셨다고 들었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안동 MBC와 3년째 라디오 드라마를 함께 하고 있고, 올해 3번 째 작품이 바로 <존애원 낙강에 뜬 달>이다. 조선시대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 ‘존애원’ 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튜브로 동시 방송되고 각 회차가 15분 정도로 짧으니, 오며가며 많이 들어주시기 바란다. 오디오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다. 12월에 곧 방송하는 KBS 드라마 스페셜 2022 ‘열아홉 해달들’ 과 ‘양들의 침묵’ 작업도 현재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

영화음악, 드라마음악 작곡가와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주로 하고, 그때그때 관심 있는 장르로 앨범도 꾸준히 낼 계획이다. 내년 초쯤 연주 앨범을 발매하려 계획중이고, 지금 작업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그 외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있다면 언제든 시도 해볼 생각이 있다.

결론적으로 난 음악을 오래도록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최종 꿈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살아가다 어떤 작품에서 이름을 보게 되면 반가워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작곡가 최혜인 이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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