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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마늘소가 찐 ‘민족의 한우’인 이유

화산재가 만든 응회암 토양에서 자란 의성 마늘
전국 한우가 모인 자리에 가면 늘 ‘마늘소’ 인기가 최고
공항 건설되고 나면 한국 대표 K-한우 급부상할 것

  • 입력 2022.11.24 09:00
  • 수정 2022.11.24 09:37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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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마늘은 단군신화 속 마늘에 가장 근접한 마늘이다. 의성 마늘을 설명할 때 꼭 언급되는 금성산의 역사를 알고 나면 누구나 금세 수긍을 한다. 금성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마그마를 분출한 지점이다. 백두산보다 앞선다. 화산재가 만든 응회암 토양이 영양과 맛이 뛰어난 의성 마늘을 탄생시켰다. 단군 할아버지가 호랑이와 곰에게 준 마늘을 현지조달했다면 의성에서 가져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셈이다.

‘그 좋은 의성 마늘을 소에게 먹인다면?’

1997년 지자체가 시작되면서 맨 처음 누군가 그런 생각을 했다. 전국에서 지역의 브랜드를 만드는 붐이 일었다. 의성은 당연히 마늘이었다. 민과 관이 힘을 합쳐 마늘을 활용해 새로운 브랜드는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마늘소, 얼마나 건강합니까?

“몸에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소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말로 설득해서 소가 들었을 것 같으면 ‘소귀에 경 읽기’란 속담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늘을 줬더니 곧장 고개를 돌렸다. 마늘 줄기와 이파리는 소가 먹기에는 거친 음식이었다. 이파리 먹이고서 ‘마늘소’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뭣했다. 고심 끝에 마늘을 갈아서 먹이기로 했다. 이 방법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또 있었다.

“마늘 먹은 소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될 거 아닙니까?”

전문적인 연구 기관을 찾아야 했다. 2002년 2월 건국대학교 동물자원연구센터를 찾아서 사료를 얼마나 줘야 할지, 마늘을 먹여 키운 소가 얼마나 건강한지 과학적으로 접근해 데이터를 얻어냈다. 마늘을 무턱대고 많이 먹인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섭취량이 지나치면 고기 빛깔이 검어졌다. 연구를 통해 먹이기에 가장 적절한 양을 찾았다.

확실히 마늘을 먹은 소는 건강하다. 검사를 해봤더니 마늘 사료를 먹여 키운 소는 보통 소와 비교해 정자 수가 15% 정도 더 많았다. 그 만큼 더 건강하다는 뜻이리라. 소뿐 아니라 돼지, 닭과 관련해도 늘 항생제 문제가 거론된다. 소비자 중에는 “항생제가 무서워서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다. 마늘을 먹여 키우는 소는 항생제를 거의 맞지 않는다. 마늘에 항생제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요컨대, 마늘소는 항생제 없는 건강한 소다. 마늘 농가에도 도움이 됐다. 상품으로 내놓기 힘들 만큼 알이 작거나 모양이 덜 예쁜 마늘은 소 사료로 공급됐다. 버릴 수밖에 없는 제품을 가져가면서 값을 쳐주니 농가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고객감동브랜드지수 7년 연속 1위

마늘소는 2022년 한국브랜드경영인협회가 주관하고 산업통상부가 후원한 ‘고객감동브랜드지수(K-CBSI) 지역 특산물·한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1위를 차지한 이래 7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진기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수상 기록이 아니다. 마늘소에 대한 애호와 인지도를 체감할 때가 적지 않다. 2020년 11월 의성에 마늘소를 전문적으로 판매 식당인 ‘덕향’을 열었는데, 시골에 있는 고기집인데도 하루 매출 8,000만원이 이른 적도 있었다. 전국의 한우가 모이는 한우 축제에 가면 늘 마늘소에 가장 긴 줄이 생긴다. 그만큼 건강하고 맛있는 고기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미스코리아와 함께한 ‘마늘소’ 인지도 쑥쑥

마늘소의 인지도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미스코리아 대구 대회다. 7년째 미스 의성 마늘소를 선발하고 있다. 혹자는 “그게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말하지만 홍보는 눈앞의 효과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몇 달 안에 매출이 오르지 않더라도 서서히 알려지기 마련이다. 당장 효과를 보는 광고법이란 게 세상이 있기나 한가. 

아무리 톱스타를 써서 홍보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체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마늘소를 인지하고 먹어본 소비자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믿는다. 미스 마늘소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덕향에 손님이 북적대고 대형 마트에서 마늘소가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은 것, 전국의 한우가 모인 자리에서도 마늘소가 단연 인기를 끄는 것 모두 언론과 방송에서 매년 마늘소가 언급된 영향이 아닐까. 

의성을 방문해 마늘소를 먹어본 미스코리아 후보와 수상자들이 본인의 SNS에 마늘소를 홍보하는 것만 해도 얼마 만한 효과를 가져오는지 모른다. 수상자들 중에 마늘소 찐팬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알게 모르게 오늘도 마늘소가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의성의 금성산이 그렇고, 그 금성산이 베푼 토양의 자양을 먹고 자란 마늘이 그러하듯이, 마늘소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특산품이라 믿는다. 누누이 말하지만 의성에 3.8km 이상의 활주로를 갖춘 국제 규격의 통항신공항이 들어서고 세계 주요 도시로 향하는 대형 비행기들이 오가기 시작하면 의성 마늘소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최고급 한우로 발돋움할 것이라 믿는다. 한국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를 먹고 자란, 대한민국 최고의 건강 한우를 세계의 미식가들이 거부할 수 있을까? K-드라마와 K-팝처럼 찐 민족의 한후 ‘K-마늘소’ 역시 돌풍을 일으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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