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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6관왕... 한국 배우들이 연기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입력 2022.10.31 16:39
  • 수정 2022.10.31 18:29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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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현재 미국 대중 문화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가 있다.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과 차별점이 있다. 중국은 미국 작품에 개입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한국어로 된 작품으로 미국 문화계의 정중앙을 파고들었다. 이제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빌보드, 아카데미에 이어 에미상까지 정말 대단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교언영색’은 연기자에게만 필요한 것인가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세계에서 인정받아 조연에게 주는 게스트상부터 남우주연상까지 휩쓸었다. 사실 한국인은 원래부터 연기에 뛰어났다. 정약용 선생의 글 중 논어의 ‘학이’ 편에 ‘巧言令色(교언영색)’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민다’는 뜻이다. 이는 곧 ‘연기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巧言令色, 鮮矣仁(선여인)’. 여기서 주희(주자)는 ‘선여인’이라는 구절을 ‘인한 경우가 전혀 없다(전무하다)’로 해석한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약용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여유당전서’에서 ‘巧言令色不是悲惡(교언영색이 전부 악의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교묘하게 얼굴을 꾸미는 것이 다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 그릇된 것 또한 아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말과 표정으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것은 나를 어필하는 방법이고 때로는 지켜야 할 예의다. 즉, 연기는 연기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남다른 한류의 매력, 전세계를 사로잡다

같은 대나무 그림을 그려도 중국은 물체 자체의 모습이나 특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화를 원칙으로 했으나, 조선은 물체는 그냥 모티프로 두고 붓놀림 자체에 집중했다. 눈앞의 대나무에 초점을 두지 않고 마음 속의 대나무를 꾸며서 그린 셈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중국 배우들의 연기는 틀에 갇혀 있는 반면, 한국의 배우들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보다 세밀하고 풍부한 정서가 가득한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뛰어난 상상력은 배우의 몰입도를 높여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니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한 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그는 ‘춤을 추는 동작이 스스로의 시작을 새로 만들어낸다’고 했다. 춤추는 인간은 곧 에너지가 넘치고 창의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로 화제가 된 배우 오영수 씨가 최근에 에미상 애프터파티에서 춤추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춤으로 “한국 배우는 참 창의적이다” 라는 메시지를 미국 연예계 관계자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것이 아닐까. 한국 문화는 뿌리부터 남다르다. 한 나라의 문화가 타국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려면 일단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제도나 문화적인 부분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한류는 꾸준히 지속되며 한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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